제주 가습기살균제 피해 1만2000명…신고 ‘47명’ 뿐, 왜?
제주 가습기살균제 피해 1만2000명…신고 ‘47명’ 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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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21일 제주지역 피해 규모 발표
제주 피해자 신고 고작 0.4%…피해 구제도 47명 중 26명에 그쳐
ⓒ제주의소리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21일 오전 11시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신제주점 정문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제주지역 피해규모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2011년 11월 밝혀진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피해가 끊이지 않던 가운데 제주 역시 약 1만 2000여 명의 피해자가 집계 됐으나, 실제 신고 인원은 47명(0.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21일 오전 11시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신제주점 정문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제주지역 피해규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도민은 11만4370명이며 건강피해자는 1만2182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올해 3월 말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도민은 0.4%인 47명에 그쳐 사실상 신고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신고자 47명 중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는 제주시 16명, 서귀포시 10명 등 26명(55%)이며, 나머지 21명(45%)는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지난해 아내를 잃은 피해자 유족 김태종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7년 10월 이마트에서 기획상품으로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해 사용하다가 2008년 7월 갑자기 아내가 숨이 안 쉬어진다며 병원에 데려다달라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20년 8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내는 21차례의 입원치료 중 16번이나 중환자실을 가야만 했다.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건강했던 아내는 세상을 떠나기 전 3년 4개월간 목을 뚫고 파이프를 연결하는 등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며 극심한 고통 속에 살다 떠났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또 “아내와 같은 치료 중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 접수된 인원은 7400여 명, 사망자는 1600여 명에 달한다”라면서 “이제껏 사망자 1600여 명이 나온 사건이 있었나. 6.25전쟁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사망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아내와 같은 피해자들은 투병 생활을 하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며 “가해 기업은 피해 접수 인원 7400여 명 중 인정받은 구제대상 4100여 명, 그 가운데서 600여 명에게만 배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기업 재벌 총수들이 직접 나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합당한 배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진상규명과 가해 기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피해자 유족인 오은화 씨는 “가습기살균제로 태어난 지 6개월 된 딸을 잃었다. 부모로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함이 가슴 깊숙이 남아있다”며 “왜 그 제품을 썼을까 미안한 마음에 자책하고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무서워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제품을 쓰지 않는다. 제대로 된 피해 인정과 기업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회견문을 통해 “여전히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도 여전히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상태”라며 “더군다나 가해 기업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요원하다”고 운을 뗐다. 

이들 단체는 “심각한 참사가 일어나고 10년이 흘렀지만 직접 책임이 있는 가해 기업과 국민의 안전과 보건, 생명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 정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가해 기업은 피해자 17%에 대해서만 배상을 진행하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법을 개정하며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없앴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진실을 묻는데 앞장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신고조차 하지 못한 데다가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사법부 역시 1심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곧 살아있는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정부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더불어 제주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약 1만 2000명에 달하지만, 신고는 고작 47명에 그치고 있다며 구매 당시 영수증이 없어도 신고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조사권 복권 △정부의 피해자 찾기와 배보상 노력 △사법부의 유해화학물질 피해 인정 및 가해 기업 처벌 △가해 기업의 책임 인정 및 사과, 피해자 보상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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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21일 오전 11시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신제주점 정문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제주지역 피해규모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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