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기미제, 지금은](下) 제주시 소주방 여주인-서귀포 40대 주부 피살사건

제주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재판이 10월부터 진행된다. [제주의소리]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 재판을 계기로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2006년 제주시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 2007년 서귀포시 40대 주부 피살사건,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의 현재 진행상황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시 건입동 소재의 한 소주방에서 발생한 피살사건을 보도했던 2006년 9월 제주의 모 일간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보육교사 피살사건’과 달리 법원에 가지도 못한 제주 장기미제 사건도 있다.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수사한다”고 밝혔다. 

 소주방 주방서 피살된 여주인

2006년 9월3일 오후 2시40분쯤 한모(당시 52)씨가 제주시 건입동 자신이 운영하던 소주방 주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한씨의 동생이다. 전날부터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 숨져 있는 한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한씨는 하의가 벗겨져 있었고, 엎드린 채 얇은 이불에 덮여 있었다. 

예리한 흉기로 수차례 찔린 상처도 발견됐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었다. 부검 결과, 누군가 한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한씨의 금팔찌와 목걸이 등을 훔쳤으며, 한씨의 속옷까지 챙긴 뒤 사라졌다. 현장에 있던 테이블에는 술과 안주 등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한씨 휴대전화 통신 기록과 주변인물 탐문 등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 현장에 있던 테이블과 술병, 술잔 등에서 지문도 확보했다. 

그렇게 70명이 넘는 용의자가 추려졌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문 감식이 어렵다는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수많은 지문이 서로 겹쳐 있었고, 차가운 술잔과 술병 등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으로 지문의 모양이 변형됐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들의 사건 당일 행적을 쫓았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소주방 피살사건 발생 이후 3주 정도 흐른 2006년 9월25일 제주시 삼도동에서 카페 여주인 정모(당시 48)씨 피살사건이 또 발생했다. 누군가 정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10만원권 수표 등을 훔쳐 달아났다. 

얼마 후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 고모(57)씨를 검거했다. 범행 현장에서 고씨의 체모가 발견됐고, 카페 여주인 손톱에서는 고씨의 DNA가 검출됐다. 또 범행 현장에서 사라진 10만원권 수표를 고씨가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소주방 살인사건과 카페 살인사건의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에 비춰 고씨가 소주방 살인사건에 이어 연쇄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둬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소주방 피살사건 범행 당시 고씨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으면서 경찰은 고씨의 진술이 거짓인지 참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물증이 없었던 점이 가장 컸다. 

결국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꼽았던 고씨는 카페 피살사건으로만 처벌을 받아 올해 출소를 앞두고 있다. 

2007년 9월17일 일어난 서귀포시 40대 주부 피살사건 당시 제주도내 모 일간지 기사. 태풍 나리의 피해가 워낙 커 집중 보도가 이뤄져 40대 주부 피살사건은 단신으로 처리됐다.

  태풍 나리 강타속 골목길서 피살된 40대 주부 

2007년 9월17일 오전 1시17분 서귀포시 동홍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가정주부 주모(당시 4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주씨는 날카로운 흉기로 가슴과 배 등을 수차례 찔렸고, 현장을 지나던 택시기사가 주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주씨는 2007년 9월16일 밤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겠다며 서귀포시 동문로터리에서 홀로 하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씨가 2007년 9월16일 숨진 것으로 추정했지만, 집 인근 골목길 현장에서는 범행과 관련된 그 어떤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도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나리는 제주 곳곳에 큰 상처를 남겼다. 당시 쏟아진 폭우로 인해 범행현장이 훼손되면서 경찰은 물증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제주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빚어져 범행 추정 시간대 현장 주변을 비추던 CCTV마저 작동을 멈췄다.  기지국도 먹통이 돼 주씨의 통신기록 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았다.

서귀포 40대 주부 피살사건은 목격자조차 없는 상태로, 법조계에서도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건으로 우려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경찰은 2009년 7월 단순 추락사로 처리된 사건과 관련해 타살 의혹이 있어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장기미제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경찰청 강경남 강력계장은 “장기미제 사건 특성상 과학·객관적인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기 어렵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혀 유족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지속적인 수사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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