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쉰 세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지난 여름 제주는 열대야 45일을 기록하며 무더위가 덮쳤다. 여름 무더위하면 ‘대구’다. 그런데 한동안 전주가 여름 무더위 최고 날씨가 연속돼 난리가 났다. 시민들이 ‘나무 천만그루 심기 운동’을 벌였다. 그래서인지 푸른 전주가 되면서 본래의 여름 날씨 기온으로 돌아왔다. 전주시내 중심에 있는 건지산에는 50~60년 나이 먹은 편백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 단풍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뤄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두 시간 산길을 간다. 편백나무숲이 일품. 봄에는 산자락 복숭아, 사과, 배 과수원 꽃이 싱그러움이 극치를 이루고 가을에는 밤과 도토리를 주우면서 고라니 떼가 건지산을 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5년 전 봄, 이른 새벽. 철사줄 덫에 걸린 지다리(오소리)를 발견, 겨우 풀어주었더니 숲속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잊지 못하는 건지산(139m) 능선, 이씨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 왕의 21대 시조 전주이씨 이한(李翰)의 왕능과 혼(魂)불 소설가 최명희가 영면하는 명산(名山). 전주사람들은 전주비빔밥보다 ‘건지산 숲’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손지오름과 한라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손지오름과 한라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둥산 제주 오름, 언제부터 민둥오름인가

한라산이 화산 폭발 후 탐라 원시림(原始林)은 사라지고 목장 지대 초지(草地)가 조성 되면서다. 서기 1105년 탐라가 고려에 복속된 이후에 등장한 명칭이 제주. 원(元)이 고려를 침공한 이후, 이 제주섬에 기동력의 기반인 군마(軍馬) 생산을 위한 목장을 건설하면서 탐라총관부(耽羅摠管府)를 설치, 군마생산을 독려하는 총독부를 설치한 것이다. 요즈음 말로 하면, 전쟁무기를 생산하는 병참기지를 건설한 셈이다. 탐라는 원나라의 군마생산용 식민지로 전락했다. 동시에 원은 고려에 쌍성총관부(雙城摠管府)를 설치하였다. 물론 화전민에 의한 산림 피해도 있었지만 우마(牛馬)의 초지로 오름이 민둥오름이 됐다고 본다. 그 후 4.3사건을 겪으며 중산간 오름에 나무가 많이 베어졌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에 민둥산 오름에 나무가 많이 들어섰는데 주로 소나무가 많다. 한라산고지대는 원시림벨트가 형성돼있다. 

368개의 제주의 오름, 대부분의 오름들은 중산간 마을 지경에 속해있다. 제주도 행정당국, 언론 매체 및 각 마을에 ‘오름 푸르게 10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을 제안한다. 물론 오름 등반은 가급적 삼가고 식재된 나무를 보호해야한다.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119m)의 들불축제처럼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은 멈추자. 필요하면 현장에서 3D 화면으로 불놀이를 보이면 된다. 들불축제는 말과 소의 건강한 양축을 위해 방목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불을 놓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불(防火)을 들불놓기와 정월대보름 행사로 재현한 것이다.

오름에 나무가 많기로는 조천 선흘리 거문오름(오름에 나무가 울창하여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Black Tree Oreum)이 꼽힌다. 해발 고도는 456m이며 거문 오름 화산체가 열려있는 북북동 방향으로는 길이 2km, 폭 80~150m, 깊이 15~30m의 용암협곡 또는 붕괴도랑(Collapsed Trench)이라고 부르는 지형이 발달하면서 ‘용암협곡 숲’을 이룬다. 이 용암협곡은 화산체의 열려진 부분으로 용암이 흘러나오면서 형성된 용암동굴의 천정이 차별적으로 함몰, 주변에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고 부르는 지형이 존재한다. 이는 거문오름으로부터 분출된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류가 북북동 방향으로 지표면의 경사를 따라 해안선까지 흘러가면서 만든 일련의 용암 동굴군 곶자왈 ‘숲’이다. 선흘 수직 동굴, 뱅뒤굴, 웃산전굴, 북오름 굴, 대림동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 동굴 등이 이에 속한다.

독립된 오름으로는 서광리 넙게오름(廣蟹岳)과 남송이오름에 소나무 숲도 볼만하다. 제주시 사라봉(184m)과 별도봉(136m)이 건지산(乾止山) 처럼 울창한 숲이 들어 설 날을 기대한다, 

한편,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이 이에 관련해 재미있는 발언을 해 여기에 참조한다. 위 의원은 지난 9월 15일 열린 대정부 질의에서 “대대적인 숲 가꾸기로 탄소흡수량 6000만톤이 가능하다”며 숲 가꾸기로 정책 추진필요성을 역설했다.

위 의원은 “우리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2008년 6150만톤이었지만 2018년에는 4560만톤으로 26%나 줄어들었다”며 “산림 성장량도 10년 뒤에는 절반이하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충해와 산불에 더 취약한 산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대적으로 숲을 가꾸고 임도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이를 통해 2050년 산림의 탄소흡수량 목표를 6000만톤으로 과감히 상향하자”고 제안했다. 

미래 한라산의 오름 검은 숲 나무들은 키가 하늘처럼 클 것이다

러시아의 자작나무숲, 독일의 푸르고 검은 슈바르츠발트 숲처럼. 햇빛을 더 많이 받을려면 주어진 하늘의 공간을 서로 차지할려고 키가 클 수 밖에 없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 지구 기온이 내려가고 숲이 무성하면 산소 배출이 많아 전 세계에서 ‘숲 가꾸기’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3도 오르면 중국 상하이, 쿠바 아바나, 호주 시드니 등 전 세계 50개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는 시기는 2100년에서 2060년으로 40년 앞당겨졌다고 하는데, 이 같은 계산이 정확하다면 전 세계는 탄소 배출을 비약적으로 줄여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한국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서구의 김포공항, 인천시와 부천시 일부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해수면 상승이 문제다. 최근 사계리 용머리해안 바닷물이 지구온도의 평균 상승을 올라 차는 것을 보고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한라산 민둥산 오름에 아름드리나무가 들어설 때, 제주가 더욱 푸른 Black Tree Island로 변해 갈 때 쯤, 제주의 인재들도 쑥쑥 자랄 것이다.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이글을 올린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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