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애자 의원, 단식농성을 풀며 '도민에게 드리는 글'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우리는 승리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그 길에 함께 해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자랑스러운 강정주민여러분!
여러분을 정말 사랑합니다. 한 분 한 분 꼬옥 껴안아드리고 싶을 만큼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이야말로 강정을 지키고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는 이 땅의 주인입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힘이요, 희망입니다.

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 서귀포대책위 관계자 여러분.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신 성직자 여러분, 그리고 군사기지 철회를 위해 뜻을 모아 주신 도내외 모든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신뢰를 담아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단식 27일을 이어가면서 저는 우리가 지켜야 할 평화와 민주주의의 참 모습을 보았습니다. 희망을 보았습니다.
군사기지 없는 평화로운 제주를 만들자는 노력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강정사람, 위미사람, 제주시민 가리지 않았고, 해녀, 농민, 노동자, 성직자, 교수가 함께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저 모습이 바로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참된 평화임을 확신했습니다. 평화란 죽음의 무기로 유지되는 ‘공포의 균형’아래 긴장 속에 떨며 사는 것이 결코 아님을 저는 봤습니다.
민주주의를 배웠습니다.
글자 그대로 백성이 주인 되는 것이 바로 참 민주임을 보았습니다. 화순에서 위미, 강정에 이르기까지 거짓된 선전과 여론조작에 맞서 스스로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선 주민여러분들의 용기에 참여와 민주가 있었습니다. 내 고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가 직접 참여하고, 모두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주인 된 자세로 토론하고 결정하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유권자 배신하기를 밥 먹듯 하는 위정자에게 선거 때 한 표 던지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란 것을 여러분들은 행동으로 증거하셨습니다.

군사기지 없는 제주를 지키기 위해 도민여러분들이 보여주신 뜨거운 열정, 제게 보내주신 사랑, 새롭게 배운 평화와 민주주의의 참 모습. 이 모든 것을 가슴에 깊이 담고 저는 오늘로 27일간의 단식을 정리합니다.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시고, 국회의원으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내린 결정입니다.

지역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노무현 정부차원에서 해군기지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것이 분명해진만큼, 저는 이제 서울로 올라가 국회 안팎에서 중앙정부를 직접 상대로 하는 반대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입니다. 종교인들을 필두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해군기지 관련 예산 삭감 등 국회와 청와대, 국방부를 압박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겠습니다.

제주도민 여러분!
숨비소리 사라진 죽음의 바당, 군사기지로 중무장한 평화의 섬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제주의 미래여서는 결코 안됩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순탄치 않겠지만, 한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평화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평화로 평화를 지키는 우리는 이미 승리한 것입니다.

2007년 7월 3일
국회의원  현 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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