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자치이야기] 제주특별자치도 1년을 맞아 던지는 세가지 질문

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1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뭔가가 정리되고 명확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별자치도 1년을 평가하는 언론의 보도들을 보아도 그렇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그 의문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품고 있는 세가지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 왜 특별자치도인가?

제주특별자치도를 둘러싸고 여러 입장에서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동상이몽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왜 특별자치도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답을 내 놓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세가지 정도의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 경향은 서로 뒤섞기이고 하고, 한 사람의 생각 속에서도 여러 경향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를 좀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세가지 정도의 경향이 존재하는 것은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시범분권’과 ‘시범규제완화’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주로 중앙정부의 관료들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다 실패한 분권과제들과 다른 지역에서는 하기 힘든 규제완화를 시범적으로 해 보기 위한 것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자유도시’를 위해 특별자치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 입장에서는 ‘국제자유도시’에 방점이 찍혀 있고, 특별자치도는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포괄적인 권한이양보다는 ‘국제자유도시’ 비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몇가지 특례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 특례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법인세율 인하, 도전역면세화, 내국인카지노, 교육.의료에 있어서의 특례 등이다. 반면에 조직, 재정, 입법 등과 관련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넘겨받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거나 소극적이다. 

세 번째는 ‘국제자유도시’와 동등하게 ‘특별자치도’를 위치지우거나, ‘특별자치’의 의미를 강조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특별자치도는 제주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다른 지역보다 폭넒은 자치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여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자치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 틀이다. 이러한 경향에서는 제주가 육지부와는 다른 지역적,역사적,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그 점을 특별자치도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자 한다. 또한 ‘평화의 섬’이라는 개념이나 제주의 청정환경과 고유한 문화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강조점을 둔다.

냉철하게 보면 지난 1년간은 이런 세가지 경향들이 뒤섞여서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었고, 그것이 혼란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물론 어느 것이 반드시 옳고 어느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제주특별자치도를 실험의 대상으로 보는, 첫 번째 경향은 극복되어야 한다. 두 번째 경향과 세 번째 경향에 대해서는 계속 활발한 토의가 필요해 보인다.

#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특별자치도인가?

지극히 당연한 답이 나올 것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은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특별자치도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선 누구를 위한 특별자치도인가?를 물어보면, 당연히 ‘도민을 위한 특별자치도’이라는 답이 나와야 한다. 물론 일부 중앙정부 관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1조의 목적에서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연히 ‘제주도민’을 위한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개발도 도민을 위한 개발이 되어야 하고, 자본유치도 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자본유치여야 한다. 그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실에서는 ‘도민’도 여러 이해관계에 의해 갈라져있다. 그래서 도민 전체를 위해 장기적으로 이익이되는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즉 ‘누구에 의한’ 특별자치도인지가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도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참여를 통해 특별자치도의 방향과 중요한 정책결정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도민에 의한’ 특별자치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민간에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한다면,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을 편들 것이 아니라, 민주성,공정성,합리성이 담보되는 주민참여의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일방적 여론조사에 의해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도지사 이하 집행부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아직도 관치행정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론을 내려놓고 주민여론을 그에 끼워맞추려 하거나, 주민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특별법에 의무화되어 있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아직도 전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에 의한 특별자치’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일부 지역사회 엘리트들에 의한 통치’로 전락할 수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官)으로부터 주민으로 권력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현실성있는 비전은 무엇인가?

한편 장밋빛 비전을 내놓는 것도 이제는 자제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현실성있는 비전이 무엇인지”이다. 홍가포르, 두바이 등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제주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고 제주에 맞는 비전은 무엇인지부터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지금 특별법이 양산되고 있고, 경제자유구역들이나 기업도시, 지역특화특구 등의 특례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 지역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제주의 비전은 무엇인지, ‘평화의 섬’과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제주만의 자산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가 필요하다. 제주지역이 가진 자산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외국의 이런 저런 사례들을 가지고 장밋빛 전망을 양산하는 것은 도민을 현혹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본래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은 험하기 마련이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개척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정리해 본 세가지 질문은 첫 돌을 맞은 제주특별자치도가 길을 찾아나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해 활발한 토의와 검토를 통해 길을 찾아가고, 합의의 수준과 공감대를 높여나갔으면 한다.

[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 /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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