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62)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조속히 이뤄져야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여가 넘어가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사진=pixabay.

지난 4월, 제주시 모 새마을금고에서 27년간 일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사망당시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고인의 죽음 직후 유족과 주변인을 중심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다수의 공통된 증언을 취합했고, 이를 토대로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지난 11월 9일, 노동부는 당시 새마을금고에서 모욕적인 언행과 사찰수준의 감시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조사가 시작된 지 5개월만의 일이다.

중문에 위치한 제주국제컨벤션 센터에서도 부당업무 지시와 간부직원들의 폭언 등 사업장내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8월 노동부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제주국제컨벤션 센터 측에 가해자인 센터 간부들에 대한 징계와 피해근로자에 대해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후속조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직장갑질을 비롯한 각종 의혹에 대하여 감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제주국제컨벤션의 직장갑질 상황에서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오늘도 사업장 내에서 일하고 있을 피해노동자에 대한 긴급보호조치다. 

사업장 내 조사과정에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의무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여가 넘어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장 내의 조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개정 2021. 4. 13.>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는데,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우(혹은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조사 기간 동안 피해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해노동자 등의 의견을 들어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의 명령 등의 조치를 통해 피해노동자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만약, 사업장 내에서의 조사가 불가능하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할 수 있다. 사업장 내에 괴롭힘과 관련한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은 경우, 신고를 했지만 사용자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 조사의 주체인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고용노동부 조사과정에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2년여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법 시행 과정을 보면 초기에 비하여 노동부가 관여하는 조사 범위가 늘어나고 있음이 확인된다. 

올해 5월 네이버에서 발생한 자살사건 이후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부 조사결과 네이버에 신고 된 갑질신고 18건 중 갑질로 인정된 것은 1건뿐이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공개석상에서 뺨을 때린 사건이었는데 이마저도 가해자는 경징계를 받고,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업장 내에 괴롭힘 대응 절차가 있지만, 갑질을 용인하는 조직문화 등의 이유로 비상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관리감독기관인 노동부에서 직접 조사하거나 감독할 필요가 발생한다. 

문제는 노동부의 조사 범위가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소요되는 조사기간에 대한 문제이다. 노동부에서 처리하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의 처리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첫 해인 2019년에는 사건 당 평균 32.3일의 처리기간이 소요되었지만 2020년 47.5일로 증가했고, 올해 8월 기준으로는 평균 50.6일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등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할 때, 조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에 조사가 길어지게 되면 피해가 가중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 표준안에서 정식조사의 기간은 ‘20일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는 신고사건의 경우 25일 내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평균 조사기간이 처리기간의 두 배가 넘게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또다시 고통을 겪게 된다.

두 번째는 노동부의 조사과정에서 근무 장소의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의 피해노동자의 보호조치제도가 없는 문제이다. 앞서 사업장 내 조사과정에서는 필요한 경우 사업주가 관련된 보호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반면, 노동부 조사과정에서는 이러한 조치사항이 누락되어있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시 피해자등에게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된 장소에서 조사해야할 의무정도를 두고 있을 뿐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근무를 하면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조사가 늘어지면서 피해자는 결국 2차 가해에 노출되고야 만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처리 이뤄져야 

최근 도내 모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에게 종교행위를 강요하고, 이에 대하여 거부의사를 밝힌 교사에게 폭언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하여 피해교사와 노동조합이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60일이 다되도록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해 노동자는 불안은 증폭되고 2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근로감독관집무규정 혹은 직장 내 괴롭힘 업무처리 매뉴얼 내에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조항이 없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사기간과 처리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최소한 25일내에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 내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노동자의 인격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체될 경우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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