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추가 진상조사가 내년부터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948년부터 1954년까지, 무고한 많은 주민의 희생과 생활기반 파괴라는 비극으로 점철되었던 4.3이 이제야 비로소 그 해결의 큰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당시 도 전체가 그랬던 것처럼 애월읍 역시 4.3의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어떤 마을은 한꺼번에 희생자가 발생하여 여태까지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집이 스물이 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여 오늘의 제주를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부모들이다.

그 중 4.3의 폐허 속에서 마을 재건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 故 고치호 소길리 구장(區長)을 떠올려 본다. 그는 4.3 당시 구장(리장)으로 재임하면서 지역주민을 해안 마을로 분산 이주토록 하여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였고 마을이 전소되어 황폐화되자 인근 장전리에 가건물(함바집)을 지어 수개월 공동으로 생계유지를 하며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였다. 또한, 마을 재건을 위해 오름과 마을목장에 대해 민유림 조림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소길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오늘에 이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인재의 양성이야말로 지역발전의 기본이 됨을 인식하여 주민의 문맹 해소에도 적극 노력하였는데, 이후 배출된 많은 후배와 인재들이 애월읍을 비롯한 도내외로 진출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평소 강조했던 마을 주민의 근검한 생활과 이웃끼리 가족처럼 서로를 돌보는 인보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범죄 없는 안전한 마을, 평화롭고 살기좋은 제주형 마을의 대명사로서‘소길리’를 있게 하였다.

4.3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도 지역과 주민화합을 위해 끝없이 노력했던 그 열정이 지금 후배들의 가슴 속에서 더 뜨겁게 불타올라 지역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틀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 애월읍고씨종친회장 고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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