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녹색 전환의 시대가 도래한다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화석연료와 지구 생태계 

지구 온난화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가들도 어느덧 뒷짐을 풀고 기후위기에 하나둘 대응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가 초래한 기후변화가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 과학기술에 기초한 구체적인 통계 데이터로 드러났다.  

유엔 산하 과학 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지구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IPCC는 ‘6차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탄소 배출로 이미 1.09도 상승했으며,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원인임을 지적했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네덜란드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이 2000년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 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를 말한다. 

인류 역사에 나타난 ‘거대한 가속(The Great Acceleration)’을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크뤼첸은 동료 과학자 2명과 함께 24개 지표로 된 그래프를 만들었다. 24개 지표에는 세계 인구, 실질 GDP, 에너지 사용, 이산화탄소, 성층권 오존, 표면 온도 등이 포함되는데, 모든 지표들이 산업혁명에서 1950년까지는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195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최평순/다큐프라인 ‘인류세’ 제작팀, 인류세, 해나무, 2020 참조). 

‘거대한 가속’은 인류에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그만큼 지구에 부담을 안겼고, 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사진=픽사베이.
화석연료 시대가 가고 그린에너지 시대가 다가온다. 시간이 모든 걸 제공하지 않기에, 우리의 혁신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픽사베이.

산업 인프라의 대전환

대전환의 움직임은 지구환경 위기에 대응하자는 도덕적·윤리적 목소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경제계가 움직이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그린에너지를 선점하려는 추동력이 일어났다. 그린에너지의 헤게모니를 누가 선점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 이슈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늘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됐다. 환경위기에 대응하자는 도덕적·윤리적 주장은 산업계에서 외면받기 십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다름 아닌 경제계에서 그린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세계열강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보면, 언젠가 석유시대가 지고 그린에너지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인프라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그린 뉴딜’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이를 “문제는 인프라야, 바보야!”라는 말로 표현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RE 100을 선언했다. RE 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기업 소비 전력량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캠페인이다. 이는 더 이상 도덕적·윤리적 선언에 국한된 게 아니다. 그린에너지에 기반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다. 

세계 인프라 현실은 아직 화석연료에 의존하지만, 그린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는 빨라졌다. 변화의 조짐은 투자자에게도 나타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탄소를 줄이지 않는 기업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최고 경영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 리스크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로 반영할 것임을 알렸다. 

기후환경 문제, 탈탄소 전환, 그린에너지 정책 등은 이제 도덕적·윤리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차원에서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그린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세계열강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환경 문제는 이제 경제 문제가 되었다. 

제주는 어떻게? 

제주는 청정자연 지역이다. 탄소산업 시대에 번창했던 산업 지역에 비하면 제주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향후 탈탄소산업 시대를 잘 대비하면 그 구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다가올 산업 지평은 우리가 이제껏 겪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인프라 전환에는 긴 안목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한 투자와 지속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로드맵을 잘 만들고 하나둘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린에너지 기업, IT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린에너지 산업과 IT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린에너지 산업은 탄소산업과는 다른 입지를 요구하기에, 제대로 준비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한다면 제주는 그 흐름에서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제주는 탄소산업에 적합한 입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산업 인프라 전반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 회색에서 녹색으로 산업 인프라가 전환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가 가고 그린에너지 시대가 다가온다. 시간이 모든 걸 제공하지 않기에, 우리의 혁신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고봉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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