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2) 선거만 치르면 지역민주주의 완성될까? 읍·면 자치권 회복 필요

2022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러나 현재 제주의 지방자치제도를 보면 61년 전인 1961년보다 못한 상황이다. 외국의 지방자치 제도와 비교하더라도 현재 제주도의 지방자치 제도는 설명도 안 되고 납득도 안 된다.

이렇게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만 치른다고 해서 지역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1960년 14개 시·읍·면장을 뽑았던 지방선거

시간을 1960년으로 되돌려보자. 

1960년 제주도에서는 최초의 도지사 선거와 함께 도의회와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기초지방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그 전까지 제주도지사는 임명직이었는데, 1960년에 최초로 민선 도지사 선거를 하게 됐다. 

그러나 이 글의 관심사는 도지사가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지방의회이다. 

당시에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시··면장이었고, 기초지방의회는 시의회, 읍의회, 면의회였다. 1960년까지 대한민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시··면이었기 때문이다. 즉 도시지역은 시가 지방자치단체이고, 농촌지역은 읍·면이 지방자치단체였다.

이것은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적절한 것이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시··촌을 기초지방자치단체로 했는데, 이 때 정(町)·촌(村)은 우리의 읍·면 정도 규모로 보면 된다. 독일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게마인데(Gemeinde)나 스위스의 코뮌도 농촌지역에서는 우리의 읍·면 정도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농촌지역에서는 주민참여를 제대로 보장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규모가 읍·면정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시행될 때부터 대한민국도 농촌지역에서는 읍·면 자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1960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에서는 총 14명의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됐다. 제주시장, 한림읍장, 대정읍장, 서귀읍장, 애월면장, 한경면장, 구좌면장, 조천면장, 추자면장, 안덕면장, 중문면장, 남원면장, 표선면장, 성산면장을 뽑았던 것이다. 선거결과 제주시장에만 민주당 소속이 당선됐고, 나머지 읍·면장 13명은 모두 무소속이 당선됐다. 그리고 시의원, 읍의원, 면의원도 선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5·16 이후 박탈당한 읍·면 자치권

그런데 1961년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쿠데타 이후에 만들어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아무런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기구였지만, 법률을 통과시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라는 법률이었다. 1961년 10월 시행된 이 법률에서는 읍·면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군(郡)을 지방자치단체로 했다. 읍·면이 갖고 있던 재산도 군으로 귀속시켰다. 그야말로 폭거가 아닐 수 없었다. 국회에서 만든 지방자치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방자치 자체도 중단시켰다. 

그래서 자치권을 박탈당한 읍·면들은 제주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아래의 하부행정조직이 되었다. 그리고 서귀읍과 중문면이 서귀포시로 되면서 2시(제주시, 서귀포시) 2군(북제주군, 남제주군) 체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화와 지방자치 부활 이후에도 읍·면자치권을 부활시키지 않고, 2시 2군 체제를 유지했다. 이렇게 읍·면 자치권을 부활시키지 않은 것은 전국적인 문제였지만, 제주도의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더 생겼다. 바로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아예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없애버리고, 자치권도 없는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단일 광역지방자치제도는 외국에서도 예를 찾기 어려운 것이며,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지역내부의 민주주의가 훼손된다. 기초지방자치가 없는 단일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은 ‘제왕적’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제왕적 도지사’의 독단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그래서 강정해군기지, 영리병원,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방자치의 본래 정신인 ‘주민참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각 읍·면의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도 어렵다.

제주의 경우에는 최근 전체적으로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에 덜 느껴질 수 있지만, 정치·행정적 권력이 집중되면 사회·경제적으로도 중심지로의 집중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기초지방자치 부활은 시·읍·면 자치로

제주도와 흔히 비교되는 오키나와만 하더라도 오키나와현이라는 광역지방자치단체 내에 41개 시··촌이 있다(11개시, 30개 정·촌). 제주특별자치도가 당초에 모델로 삼았던 포르투갈의 마데이라의 경우에도 수십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더구나 제주도의 경우에는 각 읍·면의 인구가 육지부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육지부의 경우에는 2천명대가 무너졌거나 무너질 위기에 있는 면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반면에 제주의 경우에는 인구가 2만명이 넘는 읍들이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제주에서 기초지방자치를 부활해야 한다는 논의는 많이 있어 왔다. 그런데 그것이 과거의 2시-2군 체제를 부활하거나, 인위적으로 제주를 몇 개 권역을 나누는 식의 논의여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1961년 이전에 존재했던 시··면 체제로 가는 것이 외국의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보편적인 모델이고, 역사적인 정당성도 존재한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의해 훼손됐던 지방자치제도를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참여를 확대하기에도 쉽고, 집중이 아닌 분산에도 유리한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주시의 동지역은 제주시로, 서귀포시의 동지역은 서귀포시로 하고, 현재 행정시 아래에 있는 읍·면들을 기초지방자치단체로 하면 된다. 그렇게 할 경우에 제주특별자치도는 2시(제주시, 서귀포시), 12개 읍·면(한경면, 한림읍,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 추자면, 우도면, 대정읍, 안덕면, 남원읍, 표선면, 성산읍)이라는 14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된다. 

그리고 각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자신의 권력구조(조직형태)를 어떻게 할지는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읍·면의 경우에는 주민총회가 실질적으로 많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풀뿌리민주주의를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동(洞)지역은 그 자체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주민자치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동장선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61년 이전의 지방자치법에서는 동장도 직선으로 뽑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오늘 필자가 제안하는 것을 포함해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에 맞는 기초지방자치 부활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 하승수 변호사는?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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