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의 film·筆·feel] (3) 촛불로 타오르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동규. 그의 예술은 ‘학살로서의 4.3’을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늘 제주 땅과 사람에 고정돼있다. 그러나 섬의 항쟁과 학살이라는 특수성의 조명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라는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평화예술의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천적 작가다. 매주 한차례 [양동규의 필·필·필 film·筆·feel]을 통해 행동주의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시각언어와 서사를 만날 수 있다. / 편집자 글
제주광장 20170211 촛불로 타오르던 혁명의 날 1 / 2017 / ⓒ2022. 양동규
제주광장 20170211 촛불로 타오르던 혁명의 날 2 / 2017 / ⓒ2022. 양동규

촛불로 타오르던

어제는 늦게 찾아온 눈구름이 거센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더니 오늘은 함박눈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입춘이 지난 주말이다. 거셌던 바람은 주춤해졌지만 겨울의 끝에 불어오는 입춘 한파는 매섭다.

이곳에 촛불을 들고 모인 지 열여섯 번째가 되는 날이다. 매 주말 저녁이 되면 한 사람, 한 사람 모이기 시작하더니 금세 수십 수백 명으로 불어났다. 처음 촛불문화제를 시작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매주 일어났다. 그렇게 해를 넘기면서 오롯이 겨울의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만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봄이 올 것이다. 봄에는 아이와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도 이곳에 왔었다. 조막만 한 손으로 촛불을 들고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었다. 그러더니 집에서는 뉴스에 나오는 촛불항쟁 보도를 보며 광장에서 들었던 구호를 따라 외쳤다. 그 모습에 아내와 나는 한바탕 웃곤 했다. 그러다 이내 괜히 미안한 마음과 씁쓸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오늘은 눈이 내려서 그런지 광장의 분위기가 예전과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내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가정에 평화와 안녕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

그렇게 3월을 맞이했다.

2017년 3월 1일, 1947년 관덕정광장에서 3.1절기념행사가 열린지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1절 기념행사 열흘 후인 1947년 3월 10일은 ‘3.10민·관 총파업’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다시 70년이 지난 2017년 3월 10일은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결정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촛불의 외침은 ‘영혼의 외침’이었다. 70년 전에 꾸었던 꿈을 하나씩 이뤄가기 위해 함께 외쳤던 절규였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새삼 다시 드는 생각 하나,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5년 전 가졌던 희망이 다시 절망으로 바뀌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 다시 분노로 바뀌면, 그때 다시 촛불을 들 수 있을까? 몇 해 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페트라 코스타, 2019)가 떠오른다.

#양동규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20대에 흑백카메라를 들고 제주를 떠돌며 사진을 배우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골프장 개발문제,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접하며 그로 인해 변화되어가는 제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섬의 하루」, 「잼다큐 강정-범섬에 부는 바람」 등을 연출, 제작했다. 개인전 「터」(2021), 「양동규 기획 초대전 섬, 썸」을 개최했고 작품집 「제주시점」(도서출판 각)을 출판했다. 제주민예총 회원으로 「4.3예술제」를 기획·진행했고 탐라미술인협회 회원으로 2012년부터 「4.3미술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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