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人터뷰] 제주연극협회 사상 첫 여성 회장 정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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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자 신임 제주연극협회장. ⓒ제주의소리

반백 년(1975년~)에 가까운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제주연극협회) 역사에서 사상 첫 여성 회장이 등장했다. 1~2차 투표에서 연속 동률이 나오고, 최종 3차까지 간 투표 끝에 정민자 세이레아트센터 대표가 올해 제20대 제주연극협회장으로 당선됐다. 60년 인생 가운데 40년을 연극에 몸담아온 본인으로서는 ‘3전4기’ 만에 달성한 결과다.  

[제주의소리]와 만난 그는 “선거 과정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회원들 간의 소통”이라며 “회장이 아닌 누나·언니로서 선·후배 동료들을 이끄는, 따뜻한 가족 리더십의 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민자 신임 회장은 공약으로 제시한 ▲청소년 연극 아카데미 ▲배우 역량 강화 워크숍 ▲관객 모니터 제도 강화 ▲회원들과 소통 강화 ▲협회의 지정 기부금 단체 등록 ▲대한민국연극제 제주 유치 등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제주 연극계를 위한 가칭, '제주연극관' 건립을 위한 마중물 역할도 함께 맡겠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당선을 축하드린다. 선거 과정이 꽤 치열했다. 

A. 횟수로 따지면 이번에 네 번째 출마다. 솔직히 처음에는 출마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러 의견을 듣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후보 등록 마지막 날에 신청했다. 후배 한 명이 해준 조언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흔들었다. “제주연극에 있어 공신력과 대표성, 활동 기간, 그리고 지금도 현장에서 뛰는 자세 등을 모두 고려하면 선배가 필요하다”는 설득이었다. 1차 투표에서 37대 37, 2차 투표에서 36대 36이라는 초유의 결과가 나왔다. 협회 규정에 보면 지회장 선출에서 3차 투표까지 동률인 경우, 연장자가 맡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일까. 마지막에서 2표 차이로 이기게 됐다. 

잘 모르는 후배들에게 어색하게 인사하며 전화를 돌리고, 선거 과정에서 나에 대한 왜곡된 소문이 퍼지고, 결선 투표까지 이어지면서 한 표 한 표를 위해 발 벗고 뛴 과정 모두 돌이켜보면 만만치 않았다.

Q. 수치를 보니 정말 팽팽한 대결이다. 선거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하나만 꼽아달라.

A. 회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청취한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소통이다. 회장을 비롯한 협회 운영진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소속 극단이 없는 무소속 회원들은 협회 사업에 참석할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밴드 공지 사항을 모르면 협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을 곳곳에서 접했다. 나에게도 연극계 선배로서 뼈아픈 지적이었다. 예전 같으면 MT, 체육대회 같은 자리를 가지면서 화합을 도모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내가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회원들과 자주 만나겠다. 공연뿐만 아니라 연습에도 자주 찾아가며 단절된 소통을 복원하겠다.

Q. 회원들에게 제시한 공약은 무엇인가? 

A. 총 6가지다. 먼저 협회 차원의 ‘청소년 연극 아카데미’를 추진하겠다. 연기, 극작과 함께 춤, 보컬까지 강사를 초청해 팀 별 창작 과정을 거쳐 페스티벌 식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제주 선배 연극인들과 함께 한다면 더욱 바람직하겠다. 상대 후보가 밝힌 청년 연극제도 좋은 공약이기에 적극 검토하겠다.

다음은 배우 역량 강화 워크숍이다. 기량 차이를 좁히도록 반드시 추진할 방침이다. 

세 번째는 관객 발굴 강화를 꼽겠다. 제주연극협회가 진행하는 공연 사업은 모두 무료 관람이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연극인들 스스로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줄어들었다. 다소 뻔하게 보일 이벤트라도 도입하면서 관객 모니터 제도는 의무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제주에서 연극 감상평을 보기가 참 힘들다. 관객의 냉철한 시선은 연극 예술인들에게 꼭 필요하다. 관객이 우리 공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관객이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 공연 사업도 내부 기획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네 번째는 소통 강화다. 구체적으로 들면, 제주연극협회 정보를 회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겠다. 나아가 한국연극협회 차원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들도 공유하겠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연극협회가 배우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지했는데, 이런 정보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밴드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협회 소식을 잘 알 수 있게 만들겠다. 회원들의 요구나 의견도 자주 듣겠다. 회장이 아닌 누나·언니로서 선·후배 동료들을 이끄는, 따뜻한 가족 리더십의 회장이 되겠다.

정민자 대표가 참여한 작품 포함, 연극 포스터들이 배경을 채웠다. ⓒ제주의소리
정민자 대표가 참여한 작품 포함, 연극 포스터들이 배경을 채웠다. ⓒ제주의소리

다섯 번째는 제주연극협회를 지정기부금 지정 단체로 등록하도록 추진하겠다. 

여섯 번째는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행사를 제주에 유치하겠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이 제주에서 열린 때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다. 덧붙여, 제주도청과 논의해서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지역 예선의 지원 예산은 지금보다 비중을 높이고, 본선 대회 예산은 낮추겠다. 지금은 예선 참가팀들보다 본선 진출팀 1곳에게 상대적으로 예산 지원이 쏠려 있다. 예선 단계에서 보다 충실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어야 작품들이 더 뛰어난 상태로 경쟁할 수 있고, 나아가 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겠나. 제주 연극인들의 창작 열정을 제대로 평가할 만 한 기회가 현재는 너무 적다.

마지막으로 가칭, 제주연극관을 건립하기 위한 첫 걸음을 떼겠다. 제주연극협회는 아직도 협회 전용 공간이 없다. 그래서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회장 소속 극단에서 협회 업무를 도맡았다. 그 결과, 회장 소속 극단은 부담을 떠안고, 일반 회원들은 협회 일을 보기 불편한 경우가 생겼다. 이상용 직전 회장도 협회 전용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공간을 마련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문을 연 제주문학관도 십 수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안되겠다 싶어서, 제주연극관 건립을 공론화 하겠다. 소극장, 사무공간 정도 갖춘 제주연극관이 생긴다면 제주 연극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새로운 연극인, 극단을 회원으로 유입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A. 공감한다. 현재 제주연극협회 회원 숫자는 너무 적다.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정착민들이 중심이 된 극단, 청년 극단 등 새로운 회원들이 유입돼야 변화가 일어나고 동력이 생긴다. 고인물로 전락하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 

Q. 끝으로 제주 연극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20대 제주연극협회장이 됐는데, 최초의 여성 협회장이다. 앞서 말했듯이 누나이자 언니로 회원들과 소통하겠다. 지난해 연극 입문 40년인데,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아직도 안 했었냐’는 타 지역 지인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웃음) 현장의 목소리에 충실하겠다. 관객과 극단, 일선 연극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협회를 운영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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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자 신임 제주연극협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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