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예술칼럼 Peace Art Column] (77) 김준기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활동을 ‘평화예술칼럼(Peace Art Column)’을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필자 국적에 따른 언어가 제각각 달라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 원고도 함께 게재합니다. [편집자 글]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하여 신나게 말춤을 추는 행위예술가 아이웨이웨이. 그는 말고삐를 잡은 손모양을 수갑을 차고 묶인 손으로 바꿔서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자신의 상황을 전세계 유튜버들에게 알렸다. 아이웨이웨이는 동시대 최전선의 전위예술가이다. 예술가에게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엄격하게 관리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자금성에 대해 손가락 욕을 날리며, 지진 후 대책이 미비한 쓰촨성 학교 사태를 비판하는 예술가의 활동을 용납할 수 없었는지 지속적으로 탄압해왔다. 수개월간 감금 당하고 막대한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중국 정부와 아이웨이웨이의 관계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으나 종국에는 파국에 달했다. 

아이웨이웨이(艾未未, Ai weiwei, 1957~)은 종합예술인이다. 회화로부터 출발한 그는 설치와 영상, 퍼포먼스, 조소, 설치, 개념미술 등 현대미술의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하게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가 중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크 디자인(FAKE Design)의 대표이며, 2011년에는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얼마전에 끝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다시 등장한 새둥지 모양의 베이징스타디움도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이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은 자신의 아버지인 시인 아이칭(艾靑, 1910-1996)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이칭은 상징주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문인이다. 항저우예술전문학교 회화 전공자로 프랑스 유학 후 귀국하여, 반파시즘 시인으로서 좌익작가연맹 활동으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항일전쟁 시기에는 민중과 결합하는 활동을 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문학단체 요직을 맡았으나 반당분자로 비판받기도 했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유명한 예술가이면서 체제 저항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행동주의예술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활동으로 유명세를 지속하는 동시에 저항의 대가로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 현재는 유럽에 체류하며 작업하고 있는 아이웨이웨이는 그 자신이 난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하여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도는 전지구의 난민들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난민캠프에서 수거한 선으로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기도 하고, 그들의 옷가지를 가지런하게 정돈하여 설치미술로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평화를 부르는 예술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 개인의 평화이자 민족의 평화이며 궁극적으로 전지구인의 평화를 지향하는 예술행동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웨이웨이 개인전,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에는 거대한 대나무 설치작품 <옥의>(2015)를 천장에 매달아 설치해놓았다. 중국 고대의 무덤에서 출토되는 옥으로 만든 수의를 대나무로 만든 것으로서 인권을 탄압하는 온갖 기물들 이미지들과 함께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시니컬한 태도와 비판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빛나는 옥으로 만든 수의를 입고 영면에 들었다고 한들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권력이라는 점. 대나무로 얽어져 공허하게 허공에 떠있는 대나무 인간의 모습에서 권력의 허망함이 드러나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장면. ⓒ김준기

그는 중국의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인 넓이를 십분 활용하는 예술가이다. 고색창연한 중국의 도자기들을 깨트리기도 하고 덧칠하여 새로운 것으로 창작하기도 한다. 첨단의 현대미술가에게 고전은 동시대와 호흡하는 오늘의 것으로 자리한다. 또한 중국정부의 코로나 관련 정책을 비파하는 <코로내이션>이라는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대의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성철하는 저항예술가로서의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유럽에 체류하고 있는 난민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는 그의 행보는 자신의 조국을 등진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맹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 김준기

홍익대학교 예술학 석사, 미술학 박사.
현(現)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미술평론가.
전(前) 부산비엔날레 전시기획 팀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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