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권철 사진가 '군국주의 고발 기획전시' 개막...4월17일까지 평화·인권·환경 주제

1일부터 4월 17일까지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일본 군국주의 고발 기획사진전'. ⓒ제주의소리

103주년 3.1절, 제주에선 의미있는 기획사진전이 열렸다. 평화·인권·환경을 주제로 제주도교육청이 마련한 기획사진전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의 리얼리티 사진들로 오늘 이 시간에도 뿌리깊게 박혀 있는 친일 적폐와 조선인 차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위협 등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3주년을 맞아 역사와 평화·인권·환경 의식을 함양하는 기획사진전을 마련했다.

'기억!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을 잇는 평화·인권·환경교육'을 주제로 내건 이번 일본 군국주의 고발 기획사진전은 1일부터 4월 17일까지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첫날 열린 개막식에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직접 참관했다.

사진전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한국에서 태어나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간 권철은 사진 공부를 마치고 지난 25년간 일본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은 포토 저널리스트다.

권철은 그동안 상업사진이 아닌 오직 보도사진과 리얼리티 다큐사진의 길만 걸어왔고 일본 최고 권위의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받은 사진가다. 귀국 후 2014년부터 제주에서 생활하며 일본과 해외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관람객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처음 심겨진 벚꽃의 의미, 신사 곳곳에 새겨진 욱일기의 잔재 등을 프레임에 담은 사진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작가는 이를 '군국주의의 숨겨진 발톱'이라고 표현했다. 겉으로는 화사하고 평화롭지만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은 노골적이고 추악한 군국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1일부터 4월 17일까지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일본 군국주의 고발 기획사진전'에서 권철 작가가 사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일본 군국주의 고발 기획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일본 전범들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靖国神社)를 지난 2005년부터 현장 취재해온 권철 작가는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 민낯을 고발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태평양 패전 60주년을 맞는 해, 고이즈미 일본 전 총리의 신사참배를 취재하는 등 최근까지 일본 극우정치인들과 야스쿠니에 담긴 이면을 파헤쳤다.

또한 이전까지 잊혀진 채로 방치됐던 일본 내 강제징용 조선인 마을 '우토로'의 강제철거 위기를 프레임에 담으면서 국내에 '우토로 살리기'를 이슈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우토로의 실상은 권철의 보도 사진으로 일본은 물론 국내 방송·신문 등에서 앞다퉈 보도했고, 국내에선 모금운동을 통해 마을 전체 부지의 약 3분의 1을 사들이는 역사를 써내리기도 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현장에 몸을 내던졌다. 당시 방독면 하나에 의지해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공포 속에서 간신히 셔터만을 눌렀다는 그의 고백은 포토 저널리스트로서의 진정성과 숙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 명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 야스쿠니 신사.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 명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 야스쿠니 신사.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군국주의 민낯을 드러낸 일본 야스쿠니 신사. 사진 속 노인은 태평양전쟁의 참전 군인이다.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군국주의 민낯을 드러낸 일본 야스쿠니 신사. 사진 속 노인은 태평양전쟁의 참전 군인이다.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평화와 인권 등 다양한 사회역사 문제에 포커스를 맞춰온 권철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야스쿠니 신사 고발 사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현장취재 사진 △강제 철거에 맞선 우토로 마을 재일 조선인 관련 사진 등 9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학교 현장에서도 진행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도교육청은 신청 학교와 교원을 대상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전시 및 교원 대상 ‘군국주의 사례를 통한 평화‧인권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8월 15일에는 '77주년 광복절'을 맞아 9월 16일까지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같은 주제의 전시회가 열린다.

권철 작가는 "야스쿠니 신사 내 심겨진 수백 그루의 벚나무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의미한다. 군국 부활의 상징물인 야스쿠니 신사와 이를 상징하는 벚꽃은 지극히 의도적으로 심겨진 행위이기에 우리는 그곳을 불편하게 여겨야 한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꽃 자체는 그저 꽃일 뿐이지만 우리나라에 심어진 수 많은 벚꽃도 숨겨진 의도가 있다. 진해 군항제는 이순신 장군의 얼을 기억하기 보다는 그저 벚꽃 축제로 남아버린 대표적인 장면"이라며 "이제와서 벚나무를 모두 베어버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군국주의의 잔재를 후손들에게까지 이어가려 하려는 그 의도는 명확하게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매해 맞는 3.1절이지만 올해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현실이 되면서, 평상시에는 모르고 지낸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됐다"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강인한 문화대국이 된 것도 과거의 교훈을 통해 얻은 경험 때문이다. 우리가 제대로 가지 않으면 평화를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려나갈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철 작가의 사진 집 '야스쿠니' 에 실린 작품.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권철 작가의 사진 집 '야스쿠니' 에 실린 작품.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일본 정부가 교토 우지시의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징용했던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 우토로 마을.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일본 정부가 교토 우지시의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징용했던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 우토로 마을. 사진 속 할머니는 우토로마을의 1세대 조선인 강경남 할머니. 경남 사천이 고향인 강 할머니는 95세의 일기로 지난 2020년 11월 별세하셨다.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한편, 작가 권철은 1967년 한국에서 태어나 1994년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 보도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잡지사 사진기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한센병 회복자, 신주쿠가부키초 오오쿠보코리안타운, 한류, 야스쿠니 신사, 재일조선인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2008년 중국사천성 대지진, 2011년 일본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와 후쿠시마 원전도 직접 취재했다. 《강제철거에 맞선 조선인마을 우토로》, 《텟짱 한센병에 감사한 시인》 등 20여권의 책을 한국과 일본에서 냈다. 2013년 2월 일본에서 출간된 사진집 《가부키초》으로 고단샤(講談社)에서 주는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사진=권철 ⓒ제주의소리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인근은 지금도 반경 20km 내에는 민간인의 거주가 금지되어 있다. 권철 작가는 폭발 직후 후쿠시마 원전 최근접 지역까지 방독면을 쓰고 현장취재한 몇 안되는 저널리스트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내년부터 해상 방류할 것을 공식화하고 있어 이번 사진전이 주는 메시지는 남다르다. 숲 바로 너머에 보이는 철탑이 후쿠시마 원전이다. /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 사진=권철 ⓒ제주의소리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인근은 지금도 반경 20km 내에는 민간인의 거주가 금지되어 있다. 권철 작가는 폭발 직후 후쿠시마 원전 최근접 지역까지 방독면을 쓰고 현장취재한 몇 안되는 저널리스트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내년부터 해상 방류할 것을 공식화하고 있어 이번 사진전이 주는 메시지는 남다르다. 사진 속 방사능 오염측정기 너머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이 보인다. / 사진=권철 작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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