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07) natural 자연스러운

nat·u·ral [nǽtʃərǝl] ɑ. 자연스러운 
자연에는 고짝헌 선이 엇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natural에서의 nat-는 ‘태어난(=born)’이란 뜻이다. 이 nat-이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nature ‘자연’, native ‘토착의’, nation ‘국민/국가’ 등이 있다. natural의 어원적(etymological) 의미는 ‘태어난 대로의’이다. 동양(the East)에서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인 반면 서양(the West)에서는 ‘태어난 대로의’ 자연(Nature)인 셈인데, 후자의 자연은 우주 만물(all things in the universe)이 어떤 신적 존재의 행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창조론(doctrine of creation)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연에는 직선(straight line)이 없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유행하던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 시장에서 곡선(curve)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으로 혁신(innovation)을 일으킨 산업디자인계의 전설(legend) 루이지 콜라니(1928~2018)의 말이다. 나무, 구름, 산, 파도, 과일, 벌레 등의 자연을 보면 굽이치기도 하고 우뚝 솟아있기도 하고 움푹 파이기도 한다. 그런 자연 속에 사는 인간들만이 경제적 효율성(efficiency)만을 내세우면서 직선적으로 생각하고 직선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는 길에 돌부리라도 튀어나와 있으면 웬 걸림돌(obstacle)이냐며 짜증을 내면서(be irritated).

사진=pixabay.
직선만 있고 곡선이 없는 세상은 마침표만 있고 쉼표가 없는 세상과도 같다. 쉼표가 없으니 지나온 삶을 돌아다 볼 여유가 없고, 그런 여유가 없으니 살면서도 하루하루 뻣뻣하게 경직되어가는 것이다. 지구 자체가 곡선이고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이 모두 곡선인데 인간들만이 직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사진=pixabay.

돌이켜 보면(Looking back on our past), 세상은 늘 직선적으로 ‘빨리빨리’를 외쳤다. 빨리 가야 돼, 빨리 돈을 벌어야 돼, 빨리 승진(promotion)해야 돼, 빨리 성공(success)해야 돼. 어찌 보면 ‘개발(development)과 성장(growth)’이라는 코드 자체가 직선이었고, 그런 직선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틀(square frame) 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경쟁(competition)으로 내몰리며 허우적거리고(flounder) 있었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그런 직선을 만들지 않는다. 자연이나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은 역동적인(dynamic) 곡선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만물의 영장(the lord of creation)’이라는 인간만이 끊임없이(incessantly) 직선을 만들고 그 직선이 인간의 욕망(desire)과 탐욕(greed)을 부추겨왔다. 이제 그 지속불가능한(unsustainable) 직선이 화살촉(arrowhead)이 되어 자연의 폐부를 찌르게(cut to the quick) 되니, 그 결과가 기후위기(Climate crisis)나 코로나와 같은 치명적 질병(deadly disease)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개발’이 아닌 ‘공존(coexistence)’이라면, 지속불가능한 개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sustainable) 개발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직선적인 전진(forward march)을 멈추고 자연과 함께 가는 조화의 패러다임(harmonious paradigm)을 모색해나가야만 한다. 사실, 인간의 삶에도 직선은 없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의 삶에도 알고 보면(once you get to know him) 여기저기 굴곡(ups and downs)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도 실패를 겪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공한(socially successful)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삶의 향기(the scent of life), 인간의 향기가 없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sympathy)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직선만 있고 곡선이 없는 세상은 마침표(period)만 있고 쉼표(comma)가 없는 세상과도 같다. 쉼표가 없으니 지나온 삶을 돌아다 볼 여유가 없고, 그런 여유가 없으니 살면서도 하루하루(day after day) 뻣뻣하게 경직되어가는(be stiffened) 것이다. 지구 자체(the Earth itself)가 곡선이고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living organisms)이 모두 곡선인데 인간들만이 직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unnatural) 일인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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