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선출방법으로는 '구태' 못벗어…교육위 세비만 올려놓고 한 일 없어

제4대 제주도교육위원회 후반기 의장 선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장선출 방법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자질을 놓고 교육계 안팍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임 교육감의 부정부패와 비리, 교육감 불법선거, 교사의 제자 성추행 등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해 온 제주 교육계에 그동안 집행부인 교육청을 견제.감시기능을 가진 교육위원회가 한 일이라곤 성명서 하나 달랑 발표한 것 밖에는 없는 실정이어서 이번 의장 선출을 통해 교육위원회가 스스로 위상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는 6일에 실시되는 후반기 교육위 의장 선출 방법은 흔히 ‘교황선출식’이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의장 및 부의장은 교육위원 중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고, 재적 교육위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되게 된다.

한마디로 현재 교육위원 7명 누구나 다 후보가 될 수 있고, 과반수 득표를 얻으면 의장에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선출방식 때문에 그동안 의장선출은 후보자의 교육정책이나 비전, 검증 절차없이 몇몇 위원들이 떡고물을 나누듯이 ‘담합’이나 ‘사전조율’, ‘위원매수’ ‘지역조장’ 등이 일어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문제는 의장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해 ‘교육개혁’에 대한 마인드나 청사진이 없다는데 있다.

7명의 교육위원 중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제외하고, 올해 교육감 선거에 따라 후순위로 자동 승계한 3명의 위원을 빼면 사실상 A씨와 B씨가 유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A씨의 경우 김태혁 교육감 시절 부교육감을 지내 교육비리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도 위원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출마한 적이 있어 자질문제가 집중 거론되도 있다.

B씨도 70세가 넘는 고령에다 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김태혁 교육감과 일전을 벌인 바 있고, 3대부터 교육위원을 지내면서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실추된 제주교육의 위상을 바로세우고, 개혁에 앞장설 교육위원들이 전무하다고 푸념하기도 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9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4대 교육위원회는 김태혁 교육감 질의를 단 한차례도 하지 않아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

게다가 교육위원들은 지난 2월 임시회에서는 ‘교육위원활동비.회기수당 및 여비지급에 관한 조례’를 개정, 의정활동비를 월 9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리는 등 1인당 연간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의장.부의장의 업무추진비가 각각 3600만원.2400만원으로 의장이 되면 1년에 6700여만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교육위원들은 올해 10차례의 임시회를 개최했지만, 가장 고유 임무인 조례제정을 위한 의안 발의는 단 한건도 없이 자신들의 세비만 올려놓아 어려운 지역경제 여건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배만 채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올해 자동승계돼 교육위원이 된 모 위원은 “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주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교육위원회가 그동안 거의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후반기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교육계는 물론 도민들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의장선출 방식을 바꾸고, 전임 교육감 재임시절을 같이 했던 위원들은 자진해서 의장에 오르지 않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현재의 의장 선출 방식으로는 나눠 먹기식의 구태를 벗어날 수 없다”며 “적어도 의장이 되려면 교육관이나 공약 등 정견을 발표하고, 정책토론회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교조는 “현행법에는 의장 선출이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로 돼 있기 때문에 선출방식을 입후보하는 식으로 조례를 제정하면 된다”며 “울산시의 경우는 실제로 의장선출에 대한 이런 의안발의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모 교사는 “이번에 선출되는 교육위원회 의장은 집행부인 교육청을 견제.감시하고 제주교육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며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한단계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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