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 릴레이토론] 장성철 -행정계층구조개편의 녹색적 대안

 ‘제주의소리’에서 특별자치도와 관련하여 릴레이 토론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녹색포럼에서 발제한 원고와 최근의 논의 흐름을 참고하여, 의견을 정리하여 보았다.

특별자치도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자치입법, 자치재정(재정특례), 주민참여 뿐만 아니라, 조만간 교육자치와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중간연구용역보고서 공개 이후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등장한 것이 ‘행정계층구조개편’에 관한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행정계층구조개편이 특별자치도가 추진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혁신적인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기 위해 핵심적인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이 두가지 주제를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행정계층구조개편에 관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특별자치도와 관련된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는 논의를 제외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대해서는 점진적 대안과 혁신적 대안의 대립적 논의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 대안이 기초지방정부의 장을 임명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자치와 분권의 후퇴라는 지적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혀 있다. 한편으로, 점진적 대안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현상유지론’과 다름없다. 이 글은 지난 8월 19일 녹색제주연구소 주최로 열린 ‘행정계층구조개편의 녹색적 대안’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본래, 도•시•군 통폐합 논의가 있었던 배경은 도•시•군 업무의 중복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자치와 참여, 분권의 시대정신을 살린 ‘풀뿌리민주주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굳이 우선 순위를 둔다면, ‘풀뿌리민주주의 활성화’가 우선이다. 따라서 행정계층구조 개편의 방향은 풀뿌리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면서, 이를 바탕으로 동시에 광역행정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두가지 방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의 이론적 기반으로는 풀뿌리 민주주의,다양성에 대한 존중, 지역사회에 기반한 경제체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 등을 지향하는 녹색가치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로드맵의 기본원칙인 '주민과 함께하는 가까운 지방정부'를 주 내용으로 삼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1개의 광역지방정부와 20개 내외의 기초지방정부로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초지방정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기초지방정부의 숫자가 아니라 소규모 기초지방정부 탄생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숫자는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외국의 기초지방정부의 인구 규모를 보면, 미국 7,180명, 이탈리아 7,040명, 독일 5,452명, 일본 38,442명 인데 비해, 한국은 199,440명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현재 제주도의 기초지방정부인 시•군의 인구 규모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참여와 인구 규모에 관한 실증적인 자료는 매우 부족하나, 1960년대말에 스웨덴에서 이루어진 조사결과에 의하면 참여와 행정의 유효성은 인구밀도가 높은 인구 8,000명 이하의 지방정부에서 가장 잘 달성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풀뿌리민주주의 중심체인 기초지방정부의 수준을 현재의 읍•면•동 수준의 인구와 지역 규모로 대폭 축소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12개의 읍•면을 중심으로 한 기초지방정부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동을 조정하면, 약 20개 내외의 소규모 기초지방정부가 탄생한다.

특히 읍•면 수준의 기초지방정부는생활문화권과 행정권역이 일치하여 기초지방정부 행정의 효율성이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지방정부를 구성한다. 이것을 필자는 '녹색적 대안'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현재의 시•군은 어떻게 되는가? 쓰레기 수거 업무, 가로수 정비 업무 등과 같은 풀뿌리 기초행정 서비스는 새로 신설되는 기초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지하수 자원 관리, 교통서비스 공급, 광역적인 지역발전 계획 수립 등과 같은 업무는 광역지방정부로 이관하면, 자연스럽게 시•군은 폐지될 것이다. 현재의 3계층 구조가 2계층 구조로 바뀌면서, 행정비용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될 것이고, 풀뿌리민주주의도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우려스럽게 제기되는 문제가 공무원 정수의 감축인데, 기초지방정부의 현장사업부서를 대폭 강화하여 인원을 대폭 확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행정의 생명은 현장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초지방정부와 의회는 의회의 장이 집행기관의 장을 겸하는 기관통합형으로 하여, 지방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책결정과 집행의 유기적 관련성을 긴밀히 하여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강조하면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기초지방의회 선거에 관한 방법이다. 기초지방의회 선거에 대해서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1인의 유권자에게 2~3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혈연, 지연, 학연을 뛰어넘는 투표행태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 여성, 노인 등의 사회경제적 약자들도 기초지방정부의 구성 및 운영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 질 것이다.

이러한 행정계층구조의 녹색적 대안이 실행되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첫째, 광역행정의 본래적 기능을 살릴 수 있다. 기초지방정부 수준에서 작은 민원들이 해결되기 때문에 민선 도지사는 제주도 전체 발전에 대한 기획, 기초지방정부간의 갈등 조정 같은 본래적 업무를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군수 임명제가 되었을 때와 비교하여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은 자명해 진다.

둘째,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정부간의 업무 중복으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은, 업무 자체의 본래적 차별성 때문에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다.

셋째,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에서 구체적인 생활문제가 해결되는 구조를 가짐으로써, 주민들의 공동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로드맵의 추진원칙인 보충성의 원칙과도 일치한다.

넷째, 차별화된 읍 면별 발전 전략이 구체화될 것이다. 지역별로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서, 제주도 전체적으로 종합발전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제주도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나 시•군에서 수립한 발전계획이 대동소이함을 인정한다면, 이 부분은 제주도 지역발전에 관한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더불어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제주시로의 인구 및 자본 집중 현상도 감소할 것이다.

다섯째, 장애인, 여성, 노인 등과 같은 사회 경제적 약자들의 사회 참여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이는 선호투표제를 통한 기초지방의회 구성이 이뤄짐으로써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임명제를 중심으로 한 혁신적 대안도,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점진적 대안도 광역행정의 효율성과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 2가지 측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이 두가지 대안을 주민투표에 붙여서는 안된다.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와 광역행정의 효율성, 이 두가지를 현실적인 수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제3의 행정계층구조개편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한 ‘녹색적 대안’이 새로운 제3의 대안 모색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장성철(녹색제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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