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방문한 천정배 의원 부인 서의숙씨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27일 오후 1시30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는 민주신당의 대선 예비후보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비경선을 위한 '인터넷 토론회'를 열었다.

2시간 30분 동안의 토론회는 오마이뉴스와 야후 등에서 생중계했다. 한편 이번 출사표를 던진 9명의 예비후보들은 내달 3-5일간의 예비경선을 거쳐 그 중 5명만이 본 경선에 진출 할 수 있다.

▲ 천정배 의원의 부인 서의숙씨
민주신당의 후보들 간에 치열한 상호토론이 벌어지는 와중인 27일 낮에 천정배 후보의 부인인 서의숙씨(52세)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남편인 천정배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서의숙씨는 제주에 내려오기 전에 이미 광주와 목포를 돌고 왔고, 제주에서도 하루를 체류한 후 다시 다른 시도를 방문해야한다고 했다. 후보들 간의 열띤 선거경쟁 못지않게 부인들 간의 내조경쟁도 치열하다.

연속된 강행군으로 지쳐있는 서의숙씨를 숙소까지 찾아가서야 어렵게 인터뷰할 수 있었다.

제주도 유권자들을 찾아와서 지지를 호소하고 계신데, 혹시 제주와 남다른 인연이라도 있는지 궁금했다.

“제주는 저희 부부가 77년 12월 28일에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으로 왔던 곳입니다. 그 때 한라산 등반도 하고 만장굴과 천지연 폭포도 구경했죠. 참 신선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후 기회 있으면 가끔 여행을 오는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신혼여행 얘기가 나오자 천 의원과의 연애와 결혼 과정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저희 친정아버지(서한태 박사, 의사)가 제 남편의 목포고등학교 선배로써 남편이 대학을 다닐 때부터 남편을 각별히 아끼셨어요. 당시 ‘천정배’가 ‘목포의 수재’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저도 그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죠. 근데 그 천정배가 저희 집에 자주 왔던 겁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서울에서 ‘진클럽’이라는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진클럽’은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던 목포출신 대학생들의 독서모임이었다.

“당시 남편은 몸이 좀 왜소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제 친정아버지가 남편의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테니스 라켓을 제게 주시면서 ‘천정배에게 전해주고 오라’고 하시는 겁니다. 이일을 계기로 저희 둘 사이가 조금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결정한 것은 서의숙씨가 대학교 4학년 졸업반 학생이었고 천정배 의원은 사법고시에 막 합격했을 당시인 76년도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여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쯤 되면 여기저기서 중매가 들어올 때였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남편은 그대로 가만있으면 저를 빼앗기게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나 보더군요. 제게 청혼을 하는 겁니다.”

결혼을 하고나서 천 의원은 군 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사법연수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법연수원 수료할 때 판사 임용을 받았는데, 천 의원은 ‘부당한 권력이 주는 임명장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5공 정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81년도의 얘기다.

“남편이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군 법무관 생활을 거친 후 사법 연수원을 수료했던 시기(76년부터 81년 까지)는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많은 격변을 겪었던 시기잖아요. 그 와중에 정신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고, 그래서 남편 나름의 신념이 얻어졌던 것 같아요. 그런 남편의 신념을 꺾을 수가 없었지요.”

▲ 천정배 의원의 부인 서의숙씨
판사 임용을 거부한 천정배 의원은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하여 국제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더니 ‘김&장 법률사무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무보수 사모총장으로 활동했다.

“김&장은 고소득과 정년이 보장되는 최고의 로펌이잖아요. 게다가 일정 기간 근무하면 하버드나 스탠포드 같은 대학에 유학도 보내 줍니다. 남편에게도 그런 기회가 왔는데,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쓴 거예요. 민변 활동 할 때는 (무보수) 사무총장 자격으로 ‘제네바 국제인권대회’에 자비를 들여서 참가하기도 했어요.”

96년 천정배 의원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가 궁금했다.

“저는 우려가 많았어요. 그 당시만 해도 우리 정치문화가 투명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을 때였잖아요. 소신과 원칙이 분명했던 남편이 그런 환경에 잘 적응할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은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싶다’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저를 설득했어요.”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이 시작될 때, 천정배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에 유일하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였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참여정부가 출범하고, 그 정부에서 장관도 지냈다. 그러던 천정배 의원이 어느 날 ‘졸속 한미FTA를 철회하라’며 25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남편은 법률 중에서도 조세법을 전공했어요. 김&장에서도 외환이나 무역 등 통상관계를 전문으로 다뤘어요. 국제통상에 대한 식견이 누구보다 풍부합니다. 한미FTA가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장관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반대의견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처음에 집에 돌아와 한미FTA 졸속 처리를 반대하는 단식을 하겠다고 했을 때, 서의숙씨는 남편이 단식을 1주일 정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남편은 다른 것은 참아도 식사를 거르는 것은 참지 못하는 분이예요.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더니 단식을 해야겠다는 겁니다. 절대 말리지 말라고도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고 따라달라는 말도 했어요. 근데 단식이 25일간 이어지는 겁니다. 단식이 오래 지속되면서 주위에서는 장기손상이 올수도 있으니 입원을 시켜야한다고 권했어요. 근데 전 남편이 애초에 당부한 대로 남편의 신념을 믿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서의숙씨는 인터뷰 도중 당시 일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남들은 천정배가 정치적 자산이 없기 때문에 단식을 통해 본인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천정배 의원에 대한 서의숙씨의 믿음은 확고했다.

“지금 많은 유권자들이 천정배의 지명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낮다고 합니다. 단식을 하고 몸이 회복되는 기간 동안 남편은 이렇다 할 대권행보를 하지 못했어요. 만일 정치적인 쇼로 단식을 했다면 1주일 정도 하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요? 남편은 아이들에게도 항상 사익과 공익이 상충될 때는 사익을 포기하라고 가르치는 분이예요.”

자녀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까 화제가 천정배 의원의 두 딸로 이어졌다. 첫째 딸(천지성, 30세)은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 딸(천미성, 28세)은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근무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줬어요. 그리고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게 많잖아요. 대화를 통해 답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와 같이 자료를 찾으며 해답을 얻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서점에 같이 다니면서 책을 같이 골랐어요. 아이들과 주말에 유적지를 찾아 나들이도 많이 다녔어요. 큰 아이(지성씨)는 자랄 때 백과사전을 한 질 사줬는데,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항상 백과사전을 뒤지더라고요. 나중에는 백과사전의 내용을 거의 다 알다시피 했어요.”

인터뷰 내내 서의숙씨의 입에서는 남편 천정배 의원의 신념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천정배 의원에게도 부인만이 아는 단점이나, 흉이 있지는 않을까?

“남편은 대사를 논하기를 좋아하는 반면에 사소한 가정사에는 관심이 부족합니다. 제가 집안의 일에 대해 의논을 하려해도, ‘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답해요. 그러다보니 집안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제가 알아서 처리해야 해요.”

앞으로 남은 대선 일정이 멀고 험하기는 하지만 서의숙씨는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서의숙씨는 역대 대통령의 부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육영수 여사는 역대 대통령의 부인들 중 최초로 품위를 지킬 줄 아시는 분이였어요. 그런데 본인만 품위를 지킨 게 아니라 장관의 부인들에게도 품위를 지키도록 유도했던 것 같아요. 역대 영부인 중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이신 이희호 여사입니다. 근데 자녀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서 안타까웠죠. 노무현 대통령 부부께서 청와대로 들어가시기 직전에 제가 권양숙 여사를 만났을 때도 가족에 관한 얘기를 했습니다. 가족과 관련된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니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서의숙씨는 남편 천정배 의원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할까?

“남편은 비전을 가지고 업무를 기획하는 데는 탁월한 재주가 있어요. 과거 민주당 쇄신도 그랬고, 노무현 후보를 홀로 지지하는 것도 그랬어요. 지금 민주신당이 만들어져서 경선이 이루어지는 것도 1년 전에 천정배 의원이 ‘제3지대 통합’을 주장했던 것이 실현되는 것이잖아요. 더 재미있는 예로 개그콘서트에 마빡이 코너가 처음 나왔을 때였어요. 그 코너를 남편과 같이 보는데 저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은 ‘저 코너 반드시 히트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마빡이’가 정말 히트하더라고요.”

실제 천정배 의원은 개그콘서트의 팬이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는 가족들을 위해 마빡의 흉내도 내는 다정한 가장이라고 했다. 수줍음과 엄숙함이 겹쳐진 진지한 이미지 뒤에 감춰져 있는 그 살가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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