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하수도조례 ‘기속규정’ 이냐 ‘재량사항’이냐가 변수로 급부상

6일 열린 김태환 지사에 대한 3차 공판은 예상과는 달리 싱겁게(?) 끝났다.

지난달 9일 진행된 2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던 점에 비쳐 이날 3차 공판에서 비록 검찰의 구형이 내려지더라도 최소한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공방이 전개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으나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날 오후3시 김인겸 수석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은 김 판사가 개정을 알리 직후 검찰이 징역 1년 형을 구형을 하면서 사건이 예상외로 빨리 종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이 이날 밝힌 구형 논거는 예상과는 달리 극히 간단 명료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이 2차 공판에서 주장한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으며, 특히 “검찰의 논거 설정 차제가 잘못됐다”며 ‘전면 무죄’를 주장하는 등 이날 진행된 3차 공판은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한 논거는 간단했다.

검찰은 “김 지사가 평소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을 받아 담당공무원에게 (현대텔콘 준공허가를 할 수 있도록) 검토 지시를 내린 것은 부당하며, 김 지사가 나중에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준공허가여부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검토지시와 준공허가 인과 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이 것은 자신의 위법행위를 담당 공무원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게 이날 논거의 핵심이었다.

김태환 지사가 IMF이후 첫 민자유치 사업인 현대텔콘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은 IMF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행정행위’란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 현대텔콘은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피고인은 이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한다”면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당초 김 지사의 직권남용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인용했던 김성현 전 제주시상하수도사업소장의 진술 내용(김태환 지사가 김 소장에게 얼굴을 붉혔고, 조례를 위반해서라도 준공허가를 내주라며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록 2차 공판에서 다 밝혔다 하더라도 이날 구형논거에서는 이를 재인용 하지 않았다.

또 김 지사가 김성현 전 소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결과적으로 김 전 소장이 일주일 후 현대텔콘에 대해 준공허가를 해도 좋다는 공문을 발송하도록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주장도 이날 강조하지 않았다.

반면 2차 공판과정에서 제주시 상하수도 조례 자체에 대해 쟁점화를 시도했던 변호인단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는 검찰이 조례를 근거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논거 자체가 잘못이라며 검찰의 기소 근거를 전면 부정했다.

권오창 변호사는 제주시 상하수도 조례상 사용승인에 앞서 원인자 부담금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자치단체장의 ‘재량사항’일 뿐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았을 때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기속규정'은 아니라며 법리적 논쟁을 점화시켰다.

권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원인자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고 승인을 내주지 않는 자체가 오히려 직권남용이라며 이 조례를 근거로 김 지사에 대해 직권남용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또 공무원은 지시와 복종, 협조가 이뤄지는 공식조직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직권남용이라고 할 경우 어느 누가 하급자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정상적인 행정절차가 이뤄지겠느냐고 반론을 펼쳤다.

권 변호사의 논리는 제주시 하수도 조례는 자치단체장에게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공무원에게 검토를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일상적인 행정절차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원인자 부담금 미납부분에 대해서도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적극적인 행정을 문제삼아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률적으로 문제를 삼는다면 어느 누가 적극적인 행정과 소신행정을 펼칠 수 있겠느냐”며 검찰의 공소 사실에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2∙3차 공판을 통해 대략 두 가지 쟁점이 형성되고 있다. 첫째는 김태환 지사가 김성현 전 소장에게 ‘검토하라’고 한 내용을 ‘부당한 압력’으로 볼 수 있느냐는 여부이다.

두번째는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제주시 하수도 조례(사용승인 전에 원인자부담금을 원칙적으로 내야 한다)가 강제력을 수반한 기속사항이냐, 아니면 자치단체장에게 재량권을 줄 수 있는 재량사항이냐의 문제이다.

김성현 전 소장에 대한 김태환 지사의 ‘검토지시’와 제주시 하수도 조례에 대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김태환 지사의 유무죄를 가려질 것으로 전망돼 사법부가 어떤 입장을 수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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