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미공개 감사결과∙∙∙본부장들 업무차량 '개인용도'로 이용

인사와 경영상의 전횡을 저질러 도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던 제주도지방개발공사(대표이사 서철건)가 광역폐기물소각시설 사업과 관련해 57억원 규모의 주민복지시설에 대한 불법 하도급을 눈감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간부 직원들은 고급 승용차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는가 하면, 삼다수 판매업체인 (주)농심에 대해 반품보상 물량으로 연간 수억원대의 삼다수를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제주도가 지난 7월26일부터 1주일간 개발공사에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도 감사당국은 8월9일 감사결과를 도청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개발공사의 이 같은 지적사항은 제외했다.  

‘제주의 소리’가 입수한 ‘2004년도 지방개발공사 특별감사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개발공사는 광역폐기물소각시설 사업자인 (주)대우건설의 불법 하도급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우건설, 57억공사 일반건설업에 전체 하도급 준 후 부분하도급 위장 신청

원도급업자인 대우건설은 산북과 산남의 광역폐기물소각시설을 598억원에 수주했으며, 이 중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주민복지시설 사업비 57억여원도 포함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원도급자가 건설공사의 전체를 하도급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한편, 발주자가 공사의 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해 서면으로 승인할 경우에 한해 전체 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원도급자는 건설공사의 일부를 전문건설이 아닌 일반건설업체가 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이 역시 발주자가 승인할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발주부서인 개발공사의 승인도 없이 지난해 8월1일 첫 공사부터 일반건설업체인 Y건설과 J건설에 사실상 전체 하도급을 줘 공사를 진행해 왔으며, 개발공사는 이 같은 불법 하도급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제주도, 대우건설 의법 조치-개발공사 담당자 문책 요구

개발공사는 이어 이미 전체 하도급을 줘 버린 대우건설이 자신들의 불법하도급을 무마하기 위해 올 2월5일 Y건설과 J건설에게 주민복지시설 공사 중 내부 마감공사에 대해 하도급을 주겠다며 서류를 허위로 꾸며 하도급 계약 승인요청을 제출하자 한 달 후인 3월9일 부분 하도급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 때는 Y건설과 J건설이 산북은 71%, 산남은 66%의 공사를 진행해 온 상태로 부분하도급 계약 승인신청이 실제 내용과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개발공사는 이 같은 위법사항을 묵인했다가 이번 특별감사에서 적발당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대우건설에 의법조치(1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를 취하도록 하는 한편, 담당직원에 대해서는 문책을 하도록 요구했다.

개발공사는 이와 함께 자문수당을 과도하게 지급해 회계질서를 문란케 했으며, 공사 임원들이 고급승용차를 업무용으로 구입한 후 개인용도로 이용하다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 본부장급 임원, 업무용 고급승용차 소나타·테라칸 등 개인용도로 이용

자문위원 수당은 공사규정에 따라 회의 참석수당 1회당 10만원을 지급해야 하나, 개발공사는 이와는 달리 자문위원들에게 월 15만원을 정액으로 매월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직원들의 관내출장 및 외빈 수송 등 업무용 목적으로 EF소나타, 테라칸 SUV, 스포티지SUV 차량을 구입한 후 3명이 본부장 업무 이외의 출퇴근과 공사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환경부장관 고시로 먹는샘물에 대한 수질개선부담금을 병당 고시가격의 7.5%, 자하수 원수대금을 2% 부과하도록 돼 있으나 개발공사는 농심에 판매하는 삼다수에 대해 환경부장관 고시보다 병당 4.68원이 낮은 수질개선부담금만을 부과한 사실도 이번 감사결과에서 나타났다.

개발공사는 또 농심이 개발공사의 잘못으로 반품하는 상품에 대해 반품수량 및 원인을 확인한 후 이에 상응하는 물량만을 보상해야 하나, 실제로는 이 같은 확인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2002년에는 2억5000만원 상당액의 삼다수를 농심에게 제공했으며, 2003년에는 0.5ℓ 17만6940병, 2ℓ 42만9612병 등 1억3371만원(60만6552병) 상당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감사당국은 이와 함께 1998년 3월부터 삼다수를 본격 생산·판매한 개발공사가 2000년 15억3500만원, 2001년 57억2900만원, 그리고 2003년에는 77억7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이 같은 이익금으로 삼다수공장 건립 차입금 320억원을 2003년 4월까지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다.

# 제주도, 15개 분야 지적중 7개 분야만 공개...도 "중요 부분만 요약한 것" 

그러나 개발공사는 제주의 먹는샘물사업을 독점판매하면서 판매이익금을 공사설립 목적대로 지하수자원 보전, 지역개발, 도민에게 환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어 삼다수 판매이익금 사용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지역사회 환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제주도 당국은 지난 8월9일 개발공사 감사결과를 완전 공개하겠다면서 제주도청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실제 제주도가 공개한 감사내용은 '반쪽'에 불과했다.

감사당국이 개발공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적발한 지적사항은 모두 15가지. 그러나 제주도는 이중 개발공사 인력증원과 이사 편법증원 등 인사와 자금관리부분 등 7가지 지적사항만 공개했을 뿐 하도급 위법사항 묵인 등 나머지 8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공개를 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최근 도의회가 개발공사 감사결과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감사결과 보고서 원본 중 실명처리된 부분만을 익명으로 처리, 도의회에 제출하면서 도청 홈페이지에 감사보고서를 추가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발공사에 대한 감사가 언론은 물론 도민사회의 관심이 워낙 커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던 것으며, 당초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개된 것은 감결 지적사항 중 문제의 정도가 심한 '중요 부분'만을 정리해 공개했던 것으로 감사결과를 누락시키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면서 "이 문제로 오히려 마치 제주도가 개발공사의 잘못을 봐주려고 하는 것으로 비쳐져, 감사결과가 오히려 왜곡될까바 우려된다"며 감사결과 공개 누락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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