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12명 7박8일 일정으로 외유…관광위는 추석 쇠고 난후 또다시 홍콩행

제주 동부지역이 집중 폭우로 사상 유례없는 재난을 당해 큰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으로 있어 도의회가 과연 도민의 대표기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다.

또 도의회가 계획하고 있는 해외연수 대부분의 일정이 사실상 관광지 시찰로 짜여 져 있어 “도민들은 집과 밭을 잃은 상황에서 도의원들이 한가하게 해외관광에 나설 수가 있느냐”비난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회 교육관광위원회와 농수산환경위원회 12명 중 현승탁 도의원과 안동우 의원을 제외한 10명의 의원들은 16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캐나다 합동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현승탁 의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하게 됐으며, 안동우 의원은 오는 19일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차원에서 수해지역인 조천 구좌지역 복구지원 활동이 계획돼 있어 역시 불참하게 된다.

도의회의 이번 해외연수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연 1회 1인당 180만원 예산 범위 내에서 해외연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행정자치부 예산편성 지침에 따른 것이다. 또 해외연수 일정이 이미 지난 7월말 계획돼 있던 것으로 이번 호우피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인 셈이다.

하지만 해외연수가 비록 예산편성 지침에 따른 것이며, 한 달여 전에 짜여 진 계획이라 할지라도 도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떠나게 돼 “도의회가 도민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이 너무 지나치게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도 전역이 극심한 가뭄피해를 당하고 있던 지난 8월 9일부터 14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 푸동 국제자유도시 개발지구와 성도 IT단지를 시찰해 이미 도민사회의 눈총을 한 차례 받은 바 있다.

현재 제주지역사회는 감귤 열매솎기로 행정당국과 농·감협, 감귤 재배농가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난 주말 제주전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구좌, 조천, 성산, 표선 등 동부지역 주택 589가구와 상가 49채가 침수됐으며, 농경지 68ha가 급류에 휩쓸려 유실되고 7천419.3ha가 물에 잠겨 일부 농민들인 경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됐으나 도의회는 이미 ‘예정돼 있는 일정’이라는 이유로 해외연수를 떠날 방침에 있다.

더 큰 문제는 도의회 교육관광위와 농수산환경위원들이 떠나는 이번 해외연수가 사실상 외유라는 데 있다.

이들의 일정을 보면 캐나다 밴쿠버 도착 다음날 빅토리아 섬을 관광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네완카 호수, 레이크루이스 곤돌라 탑승, 까마귀발 빙하와 보우 호수 등을 관광하게 된다. 또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도 일정에 잡혀 있다.

도의원들의 공공일정이라곤 20일 오후 토론토 의회를 방문하고, 토론토 유통센터를 견학하는 게 고작으로, 이 역시 연수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일정이 사실상 관광으로 짜여져 있다. 재난을 당한 도민들을 ‘해외연수’란 명목으로 뒤로 하고 사실상은 외유를 즐긴다는 비판에서 결코 비켜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민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도의원들은 집중폭우로 인해 동부지역이 물난리를 겪은 다음날인 12일 10명의 의원들이 호우 피해현장을 한 차례 방문한데 이어 14일에는 감귤 열매솎기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도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 경우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도의원들의 자질을 더욱 의심케 하는 것은 9월23일 귀국하는 12명의 도의원 중 교육관광위원 6명은 추석명절을 보내자마자 또 다시 해외시찰에 나선다는 사실이다.

도의회 교육관광위원들은 30일부터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여행업계기구인 ASTA(미주여행자협회) 총회에 참석키 위해 3박4일 일정의 해외시찰을 떠난다.

이번 해외시찰은 제주도관광협회 주관 하에 2007년 ASTA 총회를 제주에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도의회가 총회유치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도의회를 상징하는 대표성 인사가 아닌 교육관광위원 전원이 참가할 예정이어서 이를 바라보는 눈초리 역시 곱지 않은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의원은 “솔직히 말해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떠나야 하는 우리들이 오히려 곤혹스럽다”면서 “1년에 한번 다녀올 수 있는 기회로 의사일정을 맞춰 준비를 했는데 이제 와서 출발 며칠을 앞둬 취소하기도 곤란한 실정이 아니냐" 며 난감해 했다.

이 의원은 “해외연수를 취소할 경우 30%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를 핑계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후 “그러나 해외연수를 다녀 온 후 일주일 만에 또다시 교육관광위 소속 모든 의원들이 해외시찰에 나서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 든 보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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