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시 환경관리과장 강철수

1959년 추석전날 조용한 제주섬에 태풍 '사라'가 강타하여 12명의 인명과 엄청난 재산피해를 안겨주어 40대 후반의 도민들은 그때의 상처를 잃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나리'는 '사라'보다 더 강력하게 집중적인 물 폭탄을 퍼부으면서 13명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고 수천억원의 재산 피해를 던져 주어 제주사회에 상당한 상처와 충격을 준채 줄행랑 치고 말았다.

같은 제주 섬 속에서도 지역마다 태풍강도가 차이 나면서 희비가 교차되었다.

제주시 일도, 이도 삼도, 용담 등 중심동지역이 그 피해정도가 엄청 컸지만 조천지역도 9월은 너무나 잔인한 달이었다.

9월4일부터 6일까지 짧은 기간동안 500㎜이상이 집중호우가 내려 많은 재산피해를 안겨 주더니 9월15부터 16일 양일간에 다시 500㎜이상 물 폭탄을 쏟아 부었다.

즉 10일도 채 안되어 총 1000㎜이상의 집중폭우가 조천지역에 내려졌던 것이다.

아마 도 전체적으로 볼 때도 짧은 기간 사상 초유의 가장 많은 강수량이라 생각한다.

연간 평균 강수량 1500㎜로 보면 열흘간에 75%가 내린 것이다.

이처럼 집중적으로 엄청난 폭우가 내렸지만 다행히도 단 한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가옥침수 등 재산피해도 작게나마 줄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읍민들의 재빠른 재해 대응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그 뒤편에는 조천읍 자율방재단의 인명과 재산을 지켜내겠다는 숭고한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필자의 속한 부서가 행정 담당지역이 조천읍이라 9월초 집중 폭우를 시작으로 '나리'태풍 그리고 현재 피해 현장 복구 작업 이르기 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조천지역에서 동료직원들과 보내고 있다.

조천 자율방제단의 부지런히 움직이는 방제 활동모습을 계속 지켜보면서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9월4일 오후부터 조천읍 관내에는 시간당 80㎜라는 엄청난 폭우가  순식간에 퍼부으면서 함덕리 오일장주변과 북촌 해동마을내 가옥 수십채가 침수를 당하고 있었다.

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조천읍사무소로 구조요청이 떨어지자마자 자율방제단 38명은 양수기를 차에 싣고 신속하게 현장 출동하면서 물빼기 작전을 벌였다.

너무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양수기 설치작업도 발 빠르게 완료하는 모습이었다.

양수작업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뒷날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계속 되었다.

몇일후 태풍 '나리'가 제주를 관통한다는 기상예보을 듣고 태풍전날에 전대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여 태풍 피해 예방 대책회의를  밤늦도록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양수기 추가 확보, 고장 난 장비 미리 수리. 조별 활동 임무 부여, 상황 발생시 문자 메시지와 무전기 안내에 따른 행동요령 등 군인들이 군사작전 돌입 하기전 마지막 대책회의나 다름없이 너무나 엄숙하고 비장한 각오로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젊은 청년들이 반드시 조천을 지켜 낼 것으로 확신을 갖게 되었고 또한 믿음직스러웠다.

태풍이 몰아치던 날 오전 9시부터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양수기 지원요청이 여기저기에서 쇄도하면서 대원들이 몸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양수기를 싣고 침수가옥으로 달려가고 침수예상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상태점검과 대피 안내 등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오후 1시가 되면서 조천읍 관내는 수백채의 침수가 시작되었고 일부지역에서는 인명구조를 해달라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긴급요청이 왔으나 워낙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을 가늘 수 없는 극한상황이었지만 위험요소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구제단은 단연코 방제대원들이었다.

상황실에서는 수시로 여성대원이 계속 무전기로 실시간 상황을 전파하고 그쪽 상황을 알아보고 양수기와 인력 지원 등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갔다.

태풍이 지나가자 수마가 할켜 깊은 시름속에서 모든 대원들은 종일 식사도 거른채 다시 양수기를 총 동원하여 침수가옥 물빼기 작업을 늦은 시간까지 계속 이어 졌고 일부대원은 뒷날부터 자기가 보유한 포크레인과 트럭을 갖고 와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복구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정말이지 조천지역은 가장 많은 비를 내렸고 바람도 매우 세찼다.

그리고 건물파손과 침수, 농작물, 수산물 피해도 컸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바로 조천읍 자율방제단의 고귀한 희생과 열정을 갖고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 인간의 물질적인 이기심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폭우, 태풍, 폭염, 등 기상재난은 다양화, 대형화되면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안겨 줄 확률은 점 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해수면 기온 상승으로 태풍시는 더욱 큰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나리'보다 더 강한 태풍이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지역의 수방행정도 강력태풍에 대비하여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국제안전도시에 걸맞게 안전망구축을 위해 관과 민이 위기관리 대응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이고 현장중심으로 다시 짜야 된다고 본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연재난의 행정역량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조천읍 지역자율방제단 처럼 각 읍면동별로 방제단 조직을 빠른 시기에 만들고 양수기, 통신장비, 활동복 등의 지원과 방제교육 등 행·재정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봉사단체가 있다. 그러나 재난 재해예방 단체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신속한 수행을 위해 지역과 마을마다 자율방제단 조직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위기는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한다.

이번 기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2의 '나리'와 같은 피해가 없도록 모두 뒤돌아 봤으면 한다.

이 기회에 조천읍 지역자율방제단의 그간의 피나는 노고에 격려를 보내며 더욱 지역의 안전을 다지는 조직으로 발전되길 기원해 본다.

[ 제주시 환경관리과장 강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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