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람 다 알고, 육지사람 다 모르는 노란감귤의 비밀[KBS 소비자고발] “푸른감귤이 덜익고 맛없다는 건 편견”

이 26일 제주산 감귤의 강제착색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극조생 감귤이 출하되는 초기인 10월 하순부터 11월초까지 극성을 부리는 노지감귤 강제착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밤 10시 KBS 제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에서 ‘감귤 노란색의 비밀’이란 타이틀로 왜 노란감귤이 빨리 썩는지, 육지사람들은 왜 노란감귤만 찾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헤쳤다.

노란감귤은 왜 빨리 썩을까? 정말 노란 감귤은 맛있고-푸른 값귤은 맛이 없을까?

‘제주사람은 다 알고, 육지사람은 다 모르는 노란감귤의 진실’은 감귤착색의 속내를 알고 있는 감귤농가와 제주도민은 물론, 육지에 나가 있는...감귤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둔 제주출신들의 얼굴을 후끈거리게 했다. 그동안 노란감귤이 맛있는 감귤로 알고 먹어왔던 육지부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 취재당일 낙찰받은 한 상자에서 썩은 감귤이 1/3이나 나왔다(상). 한 중간상안은 강제착색하지 않는 생과는 전체 물량의 5_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중). 서귀포시내 한 점포에서 쌓여 있는 에틸렌가스(하)

KBS는 ‘왜? 노랄수록 대접받는 노란 감귤이 빨리 썩는가’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가 찾은 서울 농산물공판장. 취재당일 아침 제주에서 올라왔다는 감귤 한 상자를 열었다. 130~150개 중 30개가 썩은 감귤이었다. 상인은 “이렇게 썪은 감귤이 많으니 팔면서 욕먹는다”고 말했다.

강제착색 감귤 한 상자에서 1/3이 썩은 귤
"생과로 들어오는 비율  5~10% 밖에 안된다"

공판장에서 아침에 낙찰 받았다는 감귤 한 상자 85개 중 썩은 감귤이 26개였다. 1/3이 썩은 감귤이었다. 상인은 “강제 착색했기 때문에 썩는다”고 했다. 이 상인은 “생과로 들어오는 비율은 5~10% 밖에 안된다”는 충격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육지부 공판장에 상장되는 95%가 강제착색된 감귤이란 셈이다. 담당 PD가 강제착색한 감귤 꼭지를 손가락으로 건들자 검은색 감귤꼭지는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KBS는 제주감귤농장을 찾았다. 농장에서 시퍼런 감귤을 따는 한 농가는 “하루 이틀 있으면 완전히 노랗게 된다”고 말했다. 그 비법은 강제착색용 ‘에틸렌가스’ 였다. 

방송은 제주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강제착색을 난지농업연구소 감귤실험장에서 실험했다. 에틸렌가스에 고농도롤 노출될 경우 구토나 기억력 감퇴 등 생리적 부작용이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에틸렌가스를 6초간 쐰 감귤은 이틀 만에 ‘폭삭 늙었다’. 서울시장에 출하된 그대로였다.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현재 팔리고 있는 노란색 감귤 거의가 에틸렌가스로 강제착색한 감귤임을 입증했다. 또 강제착색은 감귤의 신선도를 급속히 떨어뜨리고, 몸에 좋은 비타민C 함량이 20~30% 떨어진다는 전문가 의견도 달았다.

제주특별자치도 담당과장은 ‘강제착색’을 강력 억제하고 적발될 경우 일벌백계한다고 말했지만 서귀포시내에서는 에틸렌가스가 공공연히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TV통해 여실히 확인됐다.

'푸른 감귤=썩은 감귤' 버려지고....강제 착색감귤은 포장...결국 '늙은 감귤'만 출하

선과장에서 감귤이 선별되는 과정이 충격적이었다. 강제착색→선별(이 와중에도 조그만 푸른기가 띤 감귤은 썩은 감귤처럼 버려졌다) →물세척 →왁스코팅 →고온 열풍기 건조를 거쳐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감귤만 포장됐다. 푸른기가 있는 신선한 감귤은 썩은 감귤처럼 외면되고 색은 보기 좋게 노랗지만 신선도가 떨어진 ‘늙은 감귤’만 포장됐다. 

PD는 노랗게 익은 감귤과 푸른감귤이 맛은 정말 다를지 당도측정기로 측정했다. 같은 감귤나무에서 딴 노란감귤은 11.2브릭스, 푸른기를 띤 감귤은 11.5브릭스였다. 감귤독농가인 고경휴씨는 “감귤은 푸른 기가 있어도 먹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너무 노란감귤만 찾지 말라”고 당부했다.

▲ 서울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식 조사를 했다. 푸른 감귤이 맛있다는 결과가 더 많았다.

먹기전 : 91% "푸른색 감귤 덜 익었다"
먹은후 : 52% "푸른색 감귤도 맛있다"

KBS는 소비자들이 어느 색깔의 감귤을 더 맛있어 하는지를 서울 명동거리에서 조사했다. 노란감귤과 푸른감귤에 대한 첫 인식, 그리고 직접 먹어본 후 차이를 살폈다. 조사에 응한 157명은 먹기 전에는 91%가 푸른색 귤에 대해 ‘덜 익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시식 후 생각은 달라졌다. 33%는 ‘푸른기가 있는 귤이 더 달다’고 답하거나, 19%는 ‘비슷하다’도 답했다. 52%가 푸른기가 있는 감귤이 맛있다고 답한 것이다. ‘노란색귤이 맛있다’는 소비자는 48%에 그쳤다. 실제로 눈으로 느끼는 인식과 맛은 차이가 있었음을 실증했다.

KBS는 일본 제1의 귤생산지인 에히메현 도베마을을 찾았다.

일본 농가도 제주처럼 푸른기를 띤 감귤을 수확했다. 그러나 선과장에선 썩은 귤만 골라낼 뿐 푸른귤도 그대로 포장하는게 제주와 달랐다. 물코팅도 하지 않고 고온 열풍기도 쏘이지 않았다. 경매시장에서도 노란귤과 함께 푸른귤도 경매됐다.

일본 "푸른빛 감귤이 더 신선하다-푸른감귤이 더 비싸- 극조생 푸른 빛 당연"

한 경매사는 “일본에서도 이전에는 컬러링이라고 해서 푸른 빗을 제거한 후 판매했었다. 이를 제거하면 노란색 빛을 띠게 되는데 소비자들은 오히려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귤들은 이제 더 이상 팔이지 않는다. 오히려 녹색과 푸른 빛을 띠는 귤이 더 좋다”고 말했다.

▲ 일본에선 푸른 감귤도 그대로 선과 포장된다. 소매매장에서는 오히려 푸른 감귤이 노란 감귤보다 더 값을 많이 받는다. 신선하기 때문이다.
일반매장도 마차가지였다. 동일한 산지, 같은 크기의 극조생 감귤이 우리 돈으로 노란색 귤보다 1만원이나 비쌌다. 이 곳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푸른빛 감귤이 오히려 신선해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 점원도 “극조생 감귤은 녹색빛을 띠는 게 당연하다. 손님도 이 시기 귤은 녹색으로 받아들인다”면서 푸른색 감귤의 자연스러움을 설명했다.

"감귤=노란색 환상 벗어내야"
"소비자 선택이 감귤 강제착색 악습 끊어"

이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락 PD는 결론을 내렸다. 

“감귤은 노랄수록 맛있다는 우리의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이런 편견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더 맛없고 빨리 상하는 감귤을 더 비싼 값에 사 먹어 왔던 것이다. 이제 감귤 노란색의 환상을 걷어내야 할 때다.

감귤착색은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해가되는 오래된 악습이다. 소비자 여러분이 (강제착색한) 부자연스런 감귤이 아닌 푸른 색이 돌지만 자연스레 익은 감귤을 선택해 주면 된다. 소비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이 감귤착색의 악습을 고친다”며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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