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토요일 프로그램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에는 한달에 한 번씩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요.

바로 교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토요일 프로그램이 그것인데 열 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해 오셔서 우리동네 아이들과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내주시고 계세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할 수 밖에 없지요

우리동네 아이들이 전부 초등학생이면서 사실상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에게 특별히 이쁨을 받을 구석이 적은 아이들이라 선생님 하면 괜히 주눅들면서 멀게 느껴지는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처음에 아는 언니로부터 전화연락이 왔어요. 함게 모임을 하는 선생님들과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학교 선생님들이셔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에 무언가 가르쳐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셔서 선뜻 봉사를 시작하기 어려우셨던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냥 선생님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어요.

   
 
 

공부도 그리 잘하지 않고 준비물도 잘 못 챙기고 다니는 우리동네 아이들에게 학교 선생님은 참 어렵기만 한데 그런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서 일부러 오시고 우리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신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그 선생님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하시게 되면 우리동네에서 만났던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든든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 하면서도 좋아했어요.

처음 오신 날에는 "진짜 학교 선생님이 맞아요? " "어느 학교에 다녀요?" "우리 반 00선생님 아세요?" 라는 질문을 열 분의 선생님들 모두에게 하더군요.

이렇게 매월 첫 주 토요일 오후에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한 달 두 달 지나가면서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들을 옆집 친한 이모를 기다리 듯 기다리면서 두 시간 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곤 하지요. 특히 아기자기한 종이접기를 할 때면 늘 쭈삣거리면서 빠지려고 꾀를 부리던 고학년 남학생들도  못이기는 척 들어가서 참여를 하곤 해요.

   
 
 

그동안 선생님들은 책을 읽어주시면서 독후활동도 함께 하고, 종이접기를 통해 예쁜 동물들도 함께 만들며,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 내는 활동도 함께 했지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건빵으로 만들었던 얼굴 액자도 독특해서 아이들이 참 재미있게 참여했던 프로그램이지요.

이번 달에는 <사랑이란?>을 주제로 아이들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사랑은 맛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도 바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에서 만남은 기쁨이고 헤어짐은 슬픔이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등등 아이들이 적어 낸 글귀의 어떤 것은 나이답게 유치하기도 했고 어떤 것은 애늙은이처럼 의미심장한 뜻을 담고 있어 선생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어요.

"사랑은 가족이다"고 적어 낸 2학년 다솔이의 글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아요.

우리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부자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이들이거든요. 그래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거나 혹은 어머니와 살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 많아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뭔가 부족해 보이는 가족 구성원이어선지 사랑을 표현하면서 아이들은 자기의 가족이나 부모님을 떠 올리기 보다는 이성간의 사랑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또 어떤 친구는 "사랑은 부부싸움이다" "사랑은 나쁜 말이다"라고 쓰고는 사랑하는 부모님이 싸우면서 욕을 하고 이혼을 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쓰럽고 씁쓸한 마음이었어요.

언젠가 아이들은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또 다른 '사랑'에 대한 기억들을 풀어내기도 하겠지요. 이 곳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았던 일이나 친구들과 놀며 싸우기도 했던 일, 그리고 여러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보낸 많은 시간들을 통해 보다 밝고 건강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아이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제주의소리>

<안명희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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