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조사, 희생자-유족 신고 기간 연장 등 요구…“유연한 대처 바란다”

제주4.3 당시 피해를 겪은 재일제주인들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재일동포의 4.3 피해실태 추가 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오광현)와 제주도4.3사건을생각하는모임-도쿄, 제주4.3을생각하는모임-오사카, 제74주년재일본제주4.3희생자위령제실행위원회 등 4개 단체는 18일 오전 일본 오사카 성공회이쿠노센터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제주4.3특별법과 이번에 개정될 시행령은 재일제주인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마련됐다”며 “이에 대한 개정 의견서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제출, 무엇보다 부족했던 재일제주인 피해실태에 대한 추가 조사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재일제주인 중 4.3희생자로 인정된 분들은 500여 명에 불과하며, 아직도 숨어있는 분들이 많다. 이들은 최근 제주4.3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사무실로 여러 명이 찾아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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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제주4.3 단체들은 18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에 대한 추가조사와 4.3특별법 유연 적용 등을 요청했다. 사진=zoom 갈무리. ⓒ제주의소리

이들 단체가 행안부에 제출하게 될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입법의견에는 관련 법령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회 조항 중 ‘추가 진상조사’ 항목을 ‘국내외 추가 진상조사’로 바꿔 달라는 의견이 담겼다. 재일제주인 4.3피해 추가 진상조사를 위함이다.

제18조 보상금의 신청 등에 관한 의견에는 “실무위원회는 일본 및 미국 등의 해외 공관과 협력하여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 및 유족으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희생 실태와 보상금 신청 상황을 조사하여 보고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재일제주인 4.3피해 실태 조사가 미흡한 점을 고려해 희생자와 유족의 신고 기간을 늘려주고 재외국민 등록을 실시하지 않은 사람도 보상금 신청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개정해달라고 피력했다.

오광현 재일본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주에서도 그렇지만, 특별법 제정 이후 일본에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4.3을 경험한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났고, 남아 있는 유족들도 점차 줄어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렇지만 이번에 개정된 4.3 특별법과 시행령은 해외에 거주하는 제주 사람들, 특히 이곳 오사카에 거주하는 4.3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남북 분단으로 인해 아직도 희생자나 유족 신고조차 하지 못한 분들이 계신다. 4.3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분들 가운데에는 이제 한국 국적이 아닌 일본 국적이 된 제주인도 있고, 이른바 조선적(무국적)자 분들 또한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3 문제 해결 과정에 이분들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4.3 특별법과 시행령이 이곳 일본에서도 내실있게 운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문제 해결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처음 4.3특별법 전부개정안 하면서 어렵게 살아온 재일동포 못 챙긴 것 같아 이야기 잘 듣고 정부 국회와 협의해 보완 입법을 통해서라도 많은 내용을 담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진우 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저희 단체는 지난 기간 일본 지역의 추가 조사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제주인 후손들을 대상으로 유가족 신청에 대한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청을 해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사카 총영사관을 방문해 총영사께도 영사관에 찾아오는 사람들 서류 접수를 넘어 이쿠노쿠 등 4.3 유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방문, 홍보해 접수 업무를 정부가 하고 있음을 알려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기자회견은 재일제주인들이 가슴에 묻었던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4.3의 정의로운 청산을 위한 걸음에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zoom 갈무리.
사진 왼쪽부터 인사말과 연대 발언에 나선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박진우 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 사진=zoom 갈무리. ⓒ제주의소리

이들 단체는 이어진 회견문을 통해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추가 조사 △희생자 및 유족의 신고 기간 연장 △희생자 및 유족의 국적 조항에 대한 유연한 적용 △유연한 유족 인정 등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제주4.3위원회가 심의 결정한 희생자 유족 가운데 일본에 거주하는 유족은 9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남북 분단 상황으로 인해 재외국민 등록을 하지 않은 재일동포 중 4.3희생자와 유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둘러싼 여론 수렴 과정에서 일본에 머무는 희생자와 유족, 관계자들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한 차례도 유족 의견수렴 절차가 이뤄진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재일제주인 피해 조사 역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조총련 계열 피해실태조사는 거의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4.3 문제 해결을 통한 화해와 상생이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전문 조사원을 파견해 조선적자와 일본 국적자를 포함한 일본에 머무는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요청한다”며 “4.3 체험자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할 때 이번 추가 진상조사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생자와 유족 신고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오는 2023년 6월 30일까지 명시된 신고 기간을 6개월 연장해 2023년 12월 31일까지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재일제주인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실태 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고 기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일본에서의 희생자, 유족 신고는 2007년 제4차 신고 이후 전혀 없거나 극소수에 그친다”며 “그러나 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일제주인 대상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면, 새롭게 신고하는 희생자와 유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희생자와 유족의 국적 조항에 대한 유연한 적용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총련 산하 재일동포나 일본 국적 재일동포 가운데 신고하지 못한 4.3희생자, 유족이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관련해 ‘국외 체류자와 외국인’을 ‘외국 국적 또는 국외 체류로 인해 재외국민 등록을 실시하지 않은 사람’으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재일제주인 희생자와 유족들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관동, 관서 지역 도민협회나 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 등 일본 4.3 유관단체 협력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달라”고 피력했다.

재일 제주4.3 단체들은 18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에 대한 추가조사와 4.3특별법 유연 적용 등을 요청했다. 사진=zoom 갈무리. ⓒ제주의소리
재일 제주4.3 단체들은 18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에 대한 추가조사와 4.3특별법 유연 적용 등을 요청했다. 사진=zoom 갈무리. ⓒ제주의소리

유연한 유족 인정을 요구에 대해서는 “현행 4.3 특별법에서 유족은 희생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며, 이들이 없는 경우에는 희생자의 형제자매, 이마저 없는 경우에는 4촌 이내 방계혈족으로서 희생자의 제사를 치르거나 무덤을 관리하는 사람 중에서 유족으로 결정된 사람으로 규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재일제주인들은 한국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무덤 관리를 한국에 거주하는 친족에게 의뢰하고 있다. 특히 한국 입국이 제한되는 조선적자의 경우에는 줄곧 그러한 상황에 처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의 유족 규정은 재일제주인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제주인의 사정을 감안한 법률의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의 동포사회, 특히 재일제주인 사회는 제주 4.3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며 “오사카는 제주와 일본 사이 경계를 넘어 형성돼온 도민 생활권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패전, 조선 해방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귀국길에 올랐고, 제주 사람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귀환했던 제주 사람들 대다수가 4.3을 앞뒤로 한 혼란기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사카가 ‘제주 4.3 제2의 현장’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재일제주인 사회의 역사와 상황을 도외시한 채 제주 4.3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며 “재일제주인의 현실에 입각한 특별법 및 시행령 적용과 4.3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제주4.3평화재단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추가 조사를 맡게 됐다. 여기에는 미국의 문제나 지역별 행방불명 등을 포함해 재일제주인 실태 조사도 포함된다. 현지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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