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3) 후보들은 ‘제주특별자치’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대선이 끝나고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선거는 중요하지만, 제주의 경우에는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가 더 중요할 것같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던져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강원 특별자치도’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도, 이재명 후보도 강원특별자치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만금·전북 특별자치도’라는 단어도 나왔다.

실제로 지금 국회에는 ‘강원특별자치도’에 관한 2개의 법률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하나는 허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고, 다른 하나는 이양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환동해권경제자유특구 지정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에게 ‘특별자치’란 무엇인가?

특별자치는 한 지역에 대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자치권을 보장함으로써,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방자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강원도의 경우도 자치권의 확대가 필요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특례를 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도는 강원도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앙정부가 각 시·도와 자치권에 대한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각 시·도의 특성에 맞게 자치권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의 입장에서 ‘특별자치’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여러 개의 ‘특별자치’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게 된다면, ‘제주’는 왜 특별자치를 해야 하는가? 제주의 특별자치는 육지부의 특별자치와 무엇이 달라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이번 6.1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도지사 후보자들의 핵심적인 정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 ‘특별자치도’의 도지사가 되겠다고 하면서, 제주 ‘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말하지 못하는 도지사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화와 생태의 섬

그리고 토론을 위해 필자가 생각하는 ‘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내용에 대해 의견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제주에서 특별자치를 해야 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섬’이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섬지역, 특히 한반도 육지부와는 남쪽으로 상당히 떨어진 섬지역이기에 육지부와는 다른 환경적, 역사·문화적, 지정학적, 사회·경제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당초에 제주특별자치도의 모델로 거론된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아조레스 제도의 경우에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지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제주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사이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충돌과 갈등의 현장이 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제주에서 얘기되는 평화의 의미는 강원도에서 얘기되는 평화의 의미와는 다를 수 있다. 강원도의 평화특별자치도 논의는 남·북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제주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또한 제주의 생태적 가치야 이미 인정받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새로운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자립, 자원순환, 농업·먹거리 등의 측면에서 제주는 하나의 생태적 모델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반면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위협받을 수 있는 지역도 제주이다.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영향이 이미 피부로 느껴지는 곳이 제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평화와 생태의 섬’이라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이라면, 자치권의 특례를 인정받고 자치권을 확대해나가는 것도 그런 정체성과 부합해야 한다. 

가령 제주의 농촌·농업을 지키고 제주 내에서부터 분산과 풀뿌리자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읍·면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는 특례가 필요하고, 제주의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자치권의 확보(가령 지금보다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신뢰성을 확보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같은)가 필요한 것이다. 평화와 생태라는 가치는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지킬 수 있고, 독선이나 부정부패를 없애야하기 때문에 지역 내부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자유도시 비전의 유효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

한편 그동안 제주의 발전비전으로 설정돼왔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논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위해 특별자치도가 필요하다’는 식의 얘기는 이미 파탄이 났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하는데, 과연 규제완화, 자본의 이윤추구 중심의 국제자유도시가 제주에 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높여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의 국제자유도시 비전은 생태라는 가치와 충돌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선택이 필요하다.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일으키면서 ‘생태’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필자의 얘기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선거 공간이다. 도지사, 도의원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토론이 이뤄지는 6.1지방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 하승수 변호사는?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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