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변혁' 온라인 플랫폼 서귀포인정 매출액 30억원 초과 달성

서귀포시 공식 온라인 쇼핑몰 '서귀포in정'. 사진=서귀포인정 홈페이지 갈무리ⓒ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공식 온라인 쇼핑몰 '서귀포in정'. 사진=서귀포인정 홈페이지 갈무리ⓒ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 '서귀포in정'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전대미문의 위기는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이른바 '뉴 노멀(New-Normal) 시대'를 한층 앞당겼다. 상호간의 접촉을 줄이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유통구조도 대변혁의 시기를 맞았다. 더이상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 보고, 만지고, 느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온라인을 통해 안방에서 손가락 하나로 상품을 받아보는 시대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실제 제주마케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2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식품 매출은 92.5% 올랐고, 이중 농수축산물의 거래액은 61.6% 증가했다. 1차산업의 비중이 10%가 넘는 제주경제의 변화는 필연적이었다.

문제는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평생 '어떻게 하면 더 토양을 기름지게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온 1차산업 종사자들에게 온라인 유통시장의 벽은 터무니 없이 높았다. 특히 고령의 종사자들은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은 물론, 품질관리 능력도 젊은 세대를 따라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서귀포인정(www.sgpij.com)의 탄생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유통·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농가의 판로를 여는데 있었다. 높은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지직거래 및 최저수수료 적용으로 개인간 거래(C2C, Consumer-to-consumer)를 늘리자는 목적이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시민 330명을 대상으로 한 '서귀포시 온라인 플랫폼 구축' 관련 조사에서도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필요하다,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고, 호감도에 있어서도 65%가 '호감, 매우 호감'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농수축산 농가경영에 도움이 되겠냐는 질문에는 74%의 응답자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다.

서귀포시는 2020년 10월 쇼핑몰 우수기관·업체 벤치마킹과 쇼핑몰 구축·운영에 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거쳐 11월에는 민간위탁 사무심의, 12월에는 제주도의회 동의안 승인을 받으며 쇼핑몰 운영에 박차를 가했다. 초기 지자체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기업 연계 제휴마케팅도 진행했다.

네이밍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귀포인정'이란 단어에는 서귀포 안(in)에 정(情)이 담겨있다는 뜻을 비롯해 서귀포 사람(人)의 정, 서귀포가 인정한 상품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담겼다.

2021년 1월 15일, 첫 문을 연 서귀포인정의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 한 해 150여개 농가·업체가 참여한 서귀포인정은 총 매출액 23억7600만원을 달성했다. 부가 창출되는 수익은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됐다. 

참여 농가의 수익이 평균 60% 이상 향상했다는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서귀포인정 참여업체의 경우 2020년산 만감류 기준으로 한라봉 1kg의 평균 수익은 3500원에서 5700원으로 62% 올랐고, 레드향은 5700원에서 8500원으로 49%, 천혜향은 4500원에서 7600원으로 68%, 황금향은 5800원에서 1만원으로 58% 올랐다.

올해는 3월 3주차까지 벌써 10억58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 8억9700만원, 수·축산물 6500만원, 가공식품·체험관광 9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월 설명절을 맞아 진행된 임인년 설맞이 특별 이벤트는 프로모션 성과의 백미였다. 감귤, 레드향, 한라봉 등의 감귤류를 비롯해 축산·수산, 가공식품 등 설 선물세트 20여종의 가격을 10~20% 할인했고, 이 기간에만 8억2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계절상품인 '월동무' 소비촉진 기획전을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지난달 8일부터 서귀포인정을 통해 '서귀포산 세척 월동무 8kg' 상품의 20% 할인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 약 41톤이 판매되며 매출실적은 5200만원에 달했다. 통신사, 카드사 등 외부 제휴업체와의 공동 프로모션을 비롯해 방송 홍보로 인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이벤트 기간을 연장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서귀포인정이 고공성장하는 이유는 단순 서귀포시내 상품이 모여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귀포시청이 직접 공인하고 검증한다는 신뢰가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게 된 힘이 됐다.

기본적으로 서귀포인정 입점은 서귀포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가공품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소규모 '개별농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독자적인 루트를 지니고 있는 선과장 등의 유통 사업자는 입점 대상에서 배제했다. 서귀포인정의 당초 취지인 온라인 마케팅·판매 경험과 품질 관리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농가의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 대신 상품의 입점 기준도 세밀하게 설정했다. 온주밀감의 경우 당도 11브릭스 이상, 만감류는 13브릭스 이상을 충족해야 입점이 가능토록 했다. 수산물의 경우 수산물 가공업 또는 수산물유통업체로 등록함은 물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업체여야 참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친환경 농산물,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등 인증업체에는 가점을 부여했다.

서귀포시 공식 온라인 쇼핑몰 '서귀포in정'. 사진=서귀포인정 홈페이지 갈무리ⓒ제주의소리
서귀포시 공식 온라인 쇼핑몰 '서귀포in정'. 사진=서귀포인정 홈페이지 갈무리ⓒ제주의소리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품질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구축된 체계다. 상품 입점 기준은 물론, 이미 입점한 농가·업체를 대상으로 한 관리 규정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 전담 품질관리요원을 배치해 사전 품질검사, 입점후 상시 모니터링이 진행중이다.

입점 농가를 대상으로는 소비자 서비스 관리를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쇼핑몰 내 상세페이지 제작 지원을 비롯해 주문·배송·절차과정 등 사전메뉴얼 교육이 이뤄진다. 중요도 5단계 구분 대응과 품질보상제도와 같은 CS관리 매뉴얼도 구축했다.

상품이 파손되거나 배송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상황에 따라 재발송 또는 부분·전액 환불을 진행하는 등 '품질보상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시스템은 입점 농가와 업체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기반돼야 가능하다. 언택트 시대 쇼핑몰의 필수적인 덕목이 된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답변·문의등록 시스템도 갖췄다.

서귀포인정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입점 농가의 생산의욕을 높이기 위해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기존 월 1회 이뤄지던 정산기간을 월 2회로 단축한다. 해마다 공급과잉 문제가 반복되는 농특산물은 선제적으로 수급량을 관리한다. 감귤·월동채소 유통판로를 다각화하고, 상품 출하 시기에 맞춘 시즌별 소비 촉진 기획전을 추가 운영한다.

해외 온라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감류 상품 등의 수출판로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외부 제휴몰과의 공동 프로모션을 비롯해 온라인 광고 등 전략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게 된다. 가령 렌터카 예약플랫폼과의 공동상품을 구축해 마을별 체험상품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식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요식업 수요량이 줄면서 1차산업 농가의 어려움도 이어지고 있는만큼 판로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서귀포인정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 농가와 구매자 간 윈-윈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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