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찾아 “박근혜 정부 정책 계승 하겠다”, 취임식 참석 요청도

윤석열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회동 배석자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참 면목없다", "늘 죄송했다"고 하는 등 국정농단 사검 특검 수사팀장과 피의자로 만난 과거의 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당선인 개인으로서는 과거의 피의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해도, 현재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자 전직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그가 공개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尹 "대통령께 참 면목이 없습니다. 늘 죄송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다. 윤 당선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님의 건강에 대해서 얘기를 했고, 그리고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제 미안한 마음도 말씀드렸고, 대통령님의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에 불편하신 점이 없는지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회동에 배석한 윤 당선인 측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에 따르면, 처음에 윤 당선인이 "식사를 잘 하시느냐"고 안부를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잘 하고 있다"고 답하며 "당선인 시절부터 건강을 잘 챙기시라. 대통령으로 재임하려면 건강이 중요하다"고 덕담했다. 

이에 바로 이어 윤 당선인은 "대통령께 참 면목이 없습니다. 늘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담담히 듣고 있었다고 유 변호사가 전했다. 권 부위원장은 "과거에 특검과 피의자로서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당선인이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면목이 없다', '죄송했다'는 윤 당선인의 말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 유권자들까지 반발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른바 '태극기 부대' 등으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국정농단 사건이나 탄핵 자체를 정치적 음모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여왔고, 이는 지난 대선 직전 국면까지 보수 정치권, 나아가 한국 시민사회 분열의 단초가 돼왔다. 

  尹, 취임식 참석 요청…朴 "가능하면 참석"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건강이 허락하면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 상태로는 자신이 없는데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노력해서 가능하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권 부위원장과 유 변호사는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재직 중 했던 정책과 업적을 보고 '왜 이런 것이 국민에게 제대로 홍보가 안 됐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취임하면 제대로 알려서 국민에게 평가받게 하겠다"고 했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권 부위원장도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 업적이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이 하신 일,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이 재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탄핵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은 눈길을 끈다. 권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로 "탄핵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발언이다. 검찰의 공무와 국회의 책무,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폄훼했다"(정의당 대변인 논평)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방선거를 50일 남겨두고 이뤄진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선거와 대구와의 인연 부분에 대해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윤 당선인이 '얼굴이 좀 부은 것 같다'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자 박 전 대통령은 "예전에 (신촌 유세 중) 테러를 당해서 그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은 전날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구·경북(TK) 지역 방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앞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국가 경제, 사회의 허리가 되는 전통시장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과거와 같이 유복한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하는) 그것이 정부에 최대 타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방선거가 있어서 제가 구체적인 얘기를 하면 선거법 위반 논란도 있고 위반이 안 되더라도 정치윤리상 자세한 이야기는 제 입으로 말씀을 못 드린다"면서도 "작년 8월부터 주장해오고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것은 제가 반드시 할 것"이라고 지역 공약 이행 의지를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 제휴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