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실 KCTV 제주어뉴스 진행자 

요즘 주말마다 제주 사람들의 카카오 톡방이 매우 분주하다고 한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배우들의 제주어 표현과 억양에 대한 뒷담화가 아주 뜨겁다. 주인공 역을 맡은 은희(이정은 분)의 연기력과 더불어 그녀의 제주말에 대한 이해도에 대해 극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는 촬영 당시 제주에 살면서 제주방언을 익히려 많이 노력했다. 애월읍 유수암에 있는 CU에서 일하는 내 딸아이도 여러 번 얼굴을 보았다고 전한다. 제주어 뉴스를 진행하는 나로서도 제주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참 아꼽다.

올해 2월 국립국어원장이 지역어 디지털 자료관을 구축하는 등 지역어 보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립국어원이 2023년 제주를 시작으로, 지역별 지역어와 지역어 사용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 지역어 보전 활동 등을 조사한 뒤 소멸 위기 지역에 있는 생활 언어문화 자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소멸위기 제주어 뿐 아니라 각 지역의 언어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네스코는 지난 2010년 12월 제주어를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소멸위기 4단계의 아주 심각하게 위험에 처한 언어로 지정·분류하였다. 세계적 언어학자들이 제주어를 엄연히 살아있는, 그러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언어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세대는 학교에서 표준어를 쓸 것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된 이후 제주도는 제주어의 보전과 육성을 위한 가시적 정책들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도 제주어를 소재로 하는 책과 문학작품, 영화, 드라마 등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언어의 보물창고인 제주어를 보존해야하고 제주어를 이해하는 것이 제주 이해하는 첫걸음임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현실적으로 제주어 표기에 대해 많은 한계를 느낀다.

제주말에는 옛 한글의 원형이라고 일컫는 고어가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반치음 ‘ㅿ’, 아래아 ‘ㆍ’처럼 15세기 당시 언어 흔적이 남아있다. 현대를 기준으로 한글은 기본자음 14자와 기본모음 10자로 구성되어있다. 흔히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28자였다가 현대 한국어에는 ‘ㆍ, ㅿ, ㆆ, ㆁ’의 4글자가 사라져 현재는 24개의 자모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나 또한 아래아 발음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초등학교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할 때는 언어 표현에 많은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카카오 톡에서도 아래아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보고서에 따르면 소수 민족의 언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6천여 개의 세계 언어 중 절반이 유력 언어와 억압적인 정부정책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가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세계화와 그로 인한 영어의 영향력을 들 수 있다. 영어권 국가들이 대개 강대국이어서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영어를 역사 외교, 경제, 과학, 항공, 오락,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자독식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언어에서도 통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로 범위를 줄이더라도 똑같은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

표준어는 획일화와 효율성의 언어라고 한다면 지역어 또는 지방어의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에 부응하여 인도의 경우에는 정부의 다언어 정책이 현지어 생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서부지역의 부르타뉴어는 언어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언어 되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지금은 오히려 화자수가 늘어나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도 오키나와어를 보존하기 위해 매년 9 월 18 일 ‘しまく투바의 날’로 지정하기도 하고, 방언 뉴스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해방이후 3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던 제주의 인구는 지금 7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제주어 화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하지만 제주어를 얼마나 누가 구사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래아 ‘ㆍ’를 표현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한글(ᄒᆞᆫ글)이 유일하다. ᄒᆞᆫ글 파일(hwp)도 아래아 ‘ㆍ’표기는 할 수는 있지만 반치음(ㅿ)은 표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 외의 다른 파일도 표기가 불가능해서 기본적으로는 ᄒᆞᆫ글 파일도 pdf파일로 변환을 하면 아래아 ‘ㆍ’는 깨져 보인다. 이것으로 ᄒᆞᆫ글이 전 세계 언어 가운데 자모 수가 적고 아주 합리적 언어임에는 분명하지만 나는 지역어를 살리려는 현재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옛 고어의 표기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대국민 소통 창구인 다음 카카오에 제일 먼저 요청하고 싶다. 제주를 본사로 하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우리 제주민들이 쉽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제주민의 소통창구로서 카카오톡과 다음 검색어에 ‘ㆍ’ 입력이 가능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자료의 구축만큼 중요한 것이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이 제주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가에 대한 현황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아래아 ‘ㆍ’와 반치음 ‘ㅿ’ 등은 제주어 뉴스를 진행할 때마다 준비과정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제주어 뉴스를 진행 할 때에도 방송국 프롬프터상 진행자가 알아보기 쉬운 글자로 변형해서 입력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와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지역어를 보존하고, 교육에 활용하려면 먼저 지역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들이 지역어를 자주 활용할 수 있게끔 언어 환경과 활용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제주 기업들이 담당해야할 제주의 가치를 살리는 실천일 것이다. 이러한 실천이 지역어를 보전ㆍ전승하고, 이 언어를 문화와 산업 콘텐츠로 활용한다면 제주의 가치도 올라가고 한국의 언어문화 다양성 또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양인실 KCTV 제주어뉴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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