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거짓말, 불나방, 정치 철새 …민심은 무섭다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아니나 다를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니 눈 뜨고 못 볼 지경의 일들이 잇따른다. 후보자들은 예외없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우성과 무책임한 행실의 연속이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갈지자 행보가 곳곳에서 속출한다. 

잘 짜인 희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치는 틈틈이 하는 여기(餘技)가 아니다. 그런데도 6·1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제주지역 주요 후보자들의 단면은 씁쓸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일부 후보의 허언과 경망스러운 태도는 유권자들이 민망할 정도이다. 

출사표는 호들갑과 야단법석이었다. 도지사 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 교육감 선거, 도의원 선거 출마의 변은 저마다 거창했다. 저마다 이번에 승리하지 못하면 당장 제주도가 어떻게 될 것 처럼 소란스러웠다. 예외 없다. 신기하게도 후보자들은 너나없이 미래와 통합을 주술처럼 달달 왼다. 그런데 하는 행태는 미래나 통합과 거리가 멀다. 멀어도 아주 멀다. 

ⓒ제주의소리 [그래픽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그래픽이미지=최윤정 기자]

지금은 누구든 품격을 말하는 시대다. 개인도 그러한데 하물며 정치나 정치인의 품격이야말로 군말을 보탤 여지가 없다. 국민의 행복을 좌우할 절대조건이기에 그렇다. 좋은 재목을 골라내는 안목이 부족한 탓일까. 재론의 여지 없이 품격을 갖춘 후보자가 눈 씻고 보아도 몇 되지 않아 보여 걱정이다.  

울림이 없다. 도지사 선거에, 교육감 선거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걸어온 궤적에선 왜 격이 다른 공감과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예 일부 후보자는 유권자들을 ‘표를 주는’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만 안다. 앞에서만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몇 해 전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민중(국민)은 개·돼지”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부 고위 관료가 다시 악몽처럼 떠올려진다. 

찬탄이나 외경심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게 오롯이 진심을, 진정성을 바라는 것이다. 왜 자꾸 번듯해 보이는 말재간으로 시민 유권자들을 농락하려 드는가? 유권자들이 아무렇게나 지분대는 허릅숭이를 분간 못할 거라 여겼다면 오산이고 착각이다. 

교단에서 공자 왈, 맹자 왈을 읊던 이들이 후보 단일화 승복 선언의 침이 마르기도 전에 ‘없었던 일’로 하잔다. 꼴도 비추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정치 불나방들이 후보자 리스트에 수두룩하다. 수십 년 자신의 정치적 뿌리나 다름없는 소속 정당에서 누릴 대로 누린 이가 오직 당선 기회를 잡기 위해 당을 뛰쳐나와 민심을 운운하는 후안무치한 노병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벌써 몇 번째인지 출마 때마다 매번 ‘새 정치’를 외친다. 아련해진 새 정치다.  

민심의 한복판에 서본 사람은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안다. 숙성 안 된 날 것 그대로의 비린내 나는 소양과 식견으로 유권자를 더는 희롱하려 들지 말라. 차라리 후보자들은 거리의 시민들에게 품격을 배우라. 시민들이, 유권자들이 멘토다. <이사·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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