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2) 이제 성차별, 성희롱에 직접 구제 시청 가능

언젠가 소규모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성별 간 임금 차별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그 내용이었다. 전반적인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남성 노동자의 이직률이 높아서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사업장이다 보니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기 보다는 각자 업무를 담당하며 운영하고 있고 하는 일에 차이가 많지 않는데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성별 임금 격차를 두는 것이 내심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다가“여성 노동자도 같은 수준으로 올려주시죠~”라는 나의 이야기에 그건 지금 형편에 어려운 부분이라며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대화는 마무리 되었다.  

성별을 이유로 한 임금 격차는 금지되어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현장에서 성별간의 임금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임금뿐만이 아니다. 모집과 채용 과정, 교육․배치와 승진, 정년과 퇴직 등에 있어서도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32.5%로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2019년 기준) 남성의 평균 임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여성은 평균적으로 67.5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위인 일본은 23.5%로 우리와 9%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고, 같은 기간 OECD평균이 12.5%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평균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크게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다. 많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고, 평균 노동 시간이 짧고, 직책이 낮고, 근속 연수가 짧기 때문에 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하여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는 사회적․역사적 배경이 있다. 여성에게 집중되는 육아와 가사 노동,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여성의 교육 기회가 낮았던 현실 등 말이다. 더욱 문제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는 차별이 발생하더라도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성차별이면서 동시에 비정규직․단시간 노동자의 권리구제가 쉽지 않다는 조건에서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성차별이면서 동시에 비정규직․단시간 노동자의 권리구제가 쉽지 않다는 조건에서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성별 임금 격차는 성차별이면서 동시에 비정규직․단시간 노동자의 권리구제가 쉽지 않다는 조건에서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상담을 하다가 접했던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한 내용들이 떠오른다. 점심을 해먹는 직장에 다니면서 남성과는 달리 출근하면 밥을 해야 했던 사례, 회식에 가면 분위기를 띄우라는 강요를 받은 사례, 육아휴직 중에 본인도 모르게 해고 처리되었던 사례 등 명백하게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불법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머물고 적극적인 권리 찾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여있는 상황도 있지만 노동부에 진정, 고소 등의 절차를 밟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고용 상 성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의무 위반, 불리한 처우에 대하여 사업주의 처벌 규정만 존재할 뿐, 노동자가 직접 고용 상 성차별에 대해서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개정법이 시행되어 2022년 5월 19일부터 고용상 성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는 경우 노동자가 직접 시정이나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노동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구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청 대상은 고용 상 성차별이 발생한 경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요청에도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의 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가 해당된다. 신청 방법은 차별적 처우가 발생한지 6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를 통해서 해당 노동자가 직접 신청한다.

기존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은 상시노동자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로 신청 자격을 제한했으나, 고용 상 성차별 등에 대해서는 1인 이상 사업장이라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구제 신청이 들어오면 노동위원회는 60일 이내에 사건 조사와 심문회의를 진행하여 성차별 처우 등이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조사 과정에서의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즉, 고용 상 성차별이 아니라는 것(혹은 성희롱 피해 노동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거나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문 회의 결과, 차별적 처우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가 차별적 처우 등의 중지, 임금 등 근로 조건의 개선(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의 제도개선 명령 포함), 노동자가 피해를 본 것에 대한 적절한 배상 등을 사업주에게 명령한다. 이번 제도의 도입으로 고용 상 성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 노동자가 보다 적극적인 입장으로 권리 찾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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