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준 제주시 일도2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일도2동 두문이마을 주민들이 매주 목요일 마을아카이브 차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은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마을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안현준.
일도2동 두문이마을 주민들이 매주 목요일 마을아카이브 차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은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마을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안현준.

‘마을’은 지역에 기반한 공동체다.

마을은 특정한 지역에서 그 구성원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같은 정체성과 유대감을 갖는 삶 공동체다. 그리고 ‘마을아카이브’는 기록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무렵부터 ‘풀뿌리공동체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마을공동체 회복의 하나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기록’을 수집하는 활동들이 늘어났다. 특히 ‘성미산마을’ 등 몇몇 공동체의 마을아카이브 시도는 그 성공여부를 떠나 주민이 나름의 방식을 갖고 주민 스스로 아카이브 모델을 현실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서도 ‘마을아카이브’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 지역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고 삶의 맥락을 이어가는데 ‘기록’이 갖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소멸한다. 우리네 삶은 기록됨으로써 후대에 전해지고 재현됨으로써 문화가 된다. 그러므로 ‘기록은 재생’이라 할 수 있다.

‘마을아카이브’는 주민이 계획하고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잘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시도됐던 과정에서 주민들의 합의와 참여, 지역적 특성에 대한 고려, 지속적 지원체계 등 마을아카이브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조건들이 간과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을아카이브’의 지속성 확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토대는 마을공동체의 합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마을기록자(아키비스트)’를 자체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뼈대를 갖춘다. 그리고 공공아카이브, 박물관, 도서관, 문화원과 같은 지역의 다양한 문화주체와 상호연대하며 살을 붙인다. 여기에 지자체 등 행정이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수혈 한다면 그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마련, 인력양성, 그리고 공간 확보 등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마을아카이브’를 주민이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도시재생사업 종료 지역의 사후관리와 지원에 관한 사항이 골자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뒷받침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를 쓴 아키비스트 안정희 작가는 “기록을 남기고 기록물을 살피는 행위야말로 자신을 만들고 가꾸는 과정이며, 나아가 그것이 종국에는 공동의 문화가 되고 집단의 역사를 구성한다”고 일상의 기록이 갖는 공공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준비 중인 제주시 일도2동 두문이마을 주민들도 ‘마을아카이브’를 시도하고 있다. 사전모임으로 매주 ‘마을아카이브 차담회’를 갖고 있다. 시시콜콜한 마을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자리다. 마을에 대한 옛 기억들, 어린시절 추억들, 마을현안 등 내용은 다양하다. 그 속에서 마을아카이브의 소재를 찾아내기도 하고 더불어 마을기록자를 발굴하기도 한다. 시작은 소소하지만 자생력을 갖춘 ‘마을아카이빙공동체’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 안현준 제주시 일도2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