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서계동 부지에 위치한 극장 시설 전경. 사진=국립극단 누리집.
국립극단 서계동 부지에 위치한 극장 시설 전경. 사진=국립극단 누리집.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국립극단 자리에 민간자본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할 방침인 가운데, 제주를 비롯한 전국 연극인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연극인들과 소통 없이 추진될 뿐만 아니라, 수익을 우선시 하는 복합문화시설은 예술과 거리가 먼 시대 역행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연극엽회 제주도지회(제주연극협회)는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예술의 향기를 지워버린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현재 국립극단이 사용하는 서계동 7905㎡ 부지에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1200석 대공연장, 500석 중공연장, 300석·200석·100석 소공연장 3개와 기타 문화 시설, 판매 시설 등을 조성한다. 사업비는 약 1200억원으로, 전액 민간자본을 투입한 뒤 정부가 20년간 시설을 임대하는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알려졌다. 사업 기간은 내년 7월 착공해 2026년 12월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문체부는 사업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한국연극협회는 16일 ‘범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연극협회는 “서계동 자리는 2010년부터 국립극단이 맨바닥부터 갈고 닦아 온 터전”이라며 “멀티플렉스 공연장은 시대 역행의 상징일 뿐이며 손익을 먼저 논하는 곳에 문화는 생성되지 않고 예술은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주연극협회 역시 회원 일동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재의 민자유치 방식으로 제안한 계획에는 국립극장의 위상, 기능,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금까지 예술인들과 그 어떤 협의나 논의 없이 이 사업을 추진해오다가 이제야 통보처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전국 모든 연극인들은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크게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연극협회는 “대한민국의 연극을 대표하게 될 국립 극단이 사용하게 될 공연장이 상업을 목적으로 한 멀티플렉스 공연장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예술가에겐 창작의 공간이며 사유의 공간, 학습의 공간이어야 하며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장소이자 휴식의 공간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사업 추진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현장 연극인들과 국립의 위상에 맞는 공간 건립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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