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각 경찰서 현수막 게재 “경찰 중립성 훼손 경찰국 철회”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방안으로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주 경찰 직장협의회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의소리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방안으로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주 경찰 직장협의회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의소리

윤석열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가 치안정책관실, 일명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제주지역 일선 경찰관들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항의하고 나섰다. 

제주경찰청을 비롯한 동부경찰서, 서부경찰서, 서귀포경찰서 직장협의회(직협)는 각 청사 입구 앞에 ‘경찰 중립성 훼손시키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게재했다. 

경찰관들은 “행안부 편입 경찰국이 신설될 경우 수사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과거 독재시대 유물인 치안본부로 돌아가는 경찰국 신설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행안부는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려 행안부 산하 비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하는 안을 권고키로 했다.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경찰국 신설안과 더불어 경찰 감찰권 이양,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의무화 등을 논의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지시한 것. 

경찰청 비공식 파견 조직으로 경찰 고위직 인사 업무를 보좌하고 있는 치안정책관실이 경찰국 등 공식 조직으로 격상될 경우 경찰 전반에 대한 지휘와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명확한 업무 범위나 규모, 명칭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찰국으로 격상될 경우 경찰 조직을 통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 때문에 일선에서는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에 설치된 경찰국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른다.

이 장관이 경찰 치안정감 인사 관련 승진 대상자들을 만난 것과 관련해 ‘경찰 길들이기 면접’이라는 논란이 확산 중인 가운데 경찰 통제 방안으로 경찰국 신설이 추진되면서 전국적으로 반발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제주경찰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수사기관은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행안부 통제를 받게 되면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통제가 아니라고 해도 조직이 행안부 아래로 들어가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통제가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적으로도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데 정부에 휘둘리다 보면 이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며 “과거 치안본부에서 독립하게 된 이유도 수사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때문인데 경찰국 신설로 행안부에 편입하겠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도민분들께서 체감하는 큰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전국적인 규모의 사건이나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은 사회적, 국가적 법익에 대한 여러 수사에서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제주경찰뿐만 아니라 각 지역 경찰 직협이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은 내부망에 올린 서한문을 통해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며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면 경찰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입장을 명확히 하고 모든 노력을 다해 가겠다”고 밝혔다.

경찰국 신설로 행안부가 인사‧예산‧감찰 등 권한을 통해 경찰 전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경우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공식 권고안 확정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