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인수위원회 예술인 ‘0명’, 자문위원은 ‘일방 통보’, 현장 목소리는 ‘몰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9일 오전 10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제39대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예술 분야에 있어 소홀하게 운영한다는 지적이다. 20명 인수위원 가운데 예술인은 사실상 전무하고, 자문위원도 일방 통보 식으로 운영할 뿐 만 아니라, 예술계 현장 목소리마저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여나 7월 1일 취임 전 선보일 공약들도 사실상 현장과 동떨어진 채 하달하는 모양새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예술계 ‘0명’ 상태인 인수위원회

현재 오영훈 인수위는 8개 분과, 20명으로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문화’는 ‘도시·교통·문화·체육’으로 묶였다. 소속 인수위원은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전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 출신 건설회사 대표다. 두 사람 모두 예술 분야를 대변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허남춘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수위 부위원장으로서 사실상 총괄하는 역할이다. 예술계 인사는 사실상 인수위원회에 없는 상태다.

문화를 도시·교통·체육과 묶어서 네 개 분야 가운데 하나로 격하시키고, 인수위원회에서 마저 관련 전문가를 배제시킨 구조는 타 지역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10대 중점 과제·공약 가운데 하나로 ‘문화·예술’을 포함시킨 인천시 ▲인수위 4개 분과 가운데 하나로 ‘문화·복지·여성’을 묶고 예술학부 교수를 인수위원으로 포함시킨 용인시 ▲교육문화 분과 인수위원으로 예총 회장 출신 사진작가를 임명한 대구시 등 문화와 예술을 고유한 영역으로 인정한 인수위 사례는 차고 넘친다.

# 방치된 자문위원 

물론 제주지역 현안 우선순위, 당선인의 도정 운영 철학, 한정적인 운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인수위원회에 예술계 인사가 빠진 만큼, 자문위원이나 전문위원 제도에서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A인수위원은 최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예술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분은 인수위에 요청해서 받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수위의 자문위원 운영은 사실상 방치됐다고 해도 무색할 만큼 경직돼 있다. [제주의소리]가 취재한 복수의 문화 분과 자문위원들 모두 인수위로부터 정책 제안 요청을 받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임명 소식을 문자로 통보 받고, 활동 종료 막바지인 20일에 첫 모임을 가졌지만 정작 의견 개진 기회 없이 보고만 듣고 끝나는 등 실질적인 ‘자문’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B자문위원은 “생각해온 것들을 전달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기회는 없었다. 나중에 또 자리를 마련할까 싶은데 언제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포시를 비롯해 분야 별 자문위원 명단을 공개한 타 지역과 달리 자문위원 명단을 비공개한 운영도 빈축을 샀다. 인수위 공보실 관계자는 자문위원 명단과 관련해 [제주의소리]에 "자문위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 현장 목소리는 어디에?

백번 양보해서 자문위원 역시 촉박한 일정으로 미처 소통이 안됐다고 하면, 일선 현장에서 창작 활동에 매진하며 고민들을 가진 예술인, 예술 단체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동떨어진 이야기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예술인들이 속해 있는 제주예총, 제주민예총 모두 인수위 측으로부터 정책 제안, 의견 교환을 받은 적이 없는 상태다. 

오죽하면 인수위가 예술 공약을 점검하는 작업에 타 분과의 인수위원이 역할을 맡아 참여하는 실정이다. 차기 제주도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 단계에서, 예술 분야는 찬밥 취급 받는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인수위원과 자문위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폭넓게 예술계 목소리와 정책 수요를 반영해도 모자라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상황.

인수위 총괄 운영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인수위원에 예술계 인사가 없는 상황은 저희도 아쉽게 느끼고 있다”면서 “다만, 선거 과정에서 많은 조언과 의견을 들으면서 문화 예술 공약을 만들었다. 특히 오영훈 당선인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문화 예술인들의 일상회복, 그들을  위한 창작 활동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추경에서도 이런 점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조만간 정식으로 발표될 예술 분야 공약은 현재 '실행 가능성'을 우선 기준으로 세우고 검토 중이다. 이 과정을 거쳐 공약 내용이 수정되거나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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