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누리호' 경사에 NGO 책임론 "제주도가 먼저 반대 공식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 오마이뉴스 / 사진공동취재단<br>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 오마이뉴스 / 사진공동취재단

우주독립 시대의 첫 발을 내디딘 '누리호'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누리호'의 성공에 앞서 밑거름이 된 우주발사체 1호 '나로호'와 미래우주시대의 산실인 '나로우주센터'의 기원인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外羅老島)는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시설 유치만으로도 지역 브랜드를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인 경사 속에서 제주에서는 뒤늦게 우주발사기지 유치 실패의 책임을 묻는 낭설이 떠돌고 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시설 유치를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는 뜬소문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이는 사실과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발사기지 유치 당시 제주도정 책임자였던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제주지역 언론4사와의 대담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주발사기지 유치 포기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대정읍 주민들과 남제주군의회의 뜻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후보군에 올랐던 서귀포시 대정읍(가파도·마라도, 송악산) 우주발사기지의 경우 반경 2~5km 이내에 속하는 지역주민의 이주가 불가피하고, 가파도·마라도 주민의 안전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됐다. 또 발사 시에는 10km 내 어업이 통제되는 등 보상문제도 뒤따라야 했다.

우 전 지사는 전남 고흥 우주발사기지 예정지를 방문한 결과, 발사장 주변과 인근 해수욕장이 폐쇄돼 있고, 발사 시에는 인근 주거지의 진동이 심해 시설 유치의 '순기능'이 적을 것으로 판단,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4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바라 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비행 모습.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제주까지는 140km 가량 떨어져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br>
21일 오후 4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바라 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비행 모습.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제주까지는 140km 가량 떨어져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김태환 제주도지사 시절인 지난 2009년 6월12일 제주시민회관에서 가졌던 '도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전남 고흥으로 간 우주발사기지 제주 유치실패와 관련, 10년전 제주도의 반대로 유치하지 못한 것과 관련,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김지사는 같은 날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발사센터 준공식 기사가 실린 모 경제신문을 들어보이며 '책임론'을 강조해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태환 제주도지사 시절인 지난 2009년 6월12일 제주시민회관에서 가졌던 '도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전남 고흥으로 간 우주발사기지 제주 유치실패와 관련, 10년전 제주도의 반대로 유치하지 못한 것과 관련,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김지사는 같은 날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발사센터 준공식 기사가 실린 모 경제신문을 들어보이며 '책임론'을 강조해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당시 제주도는 우주발사기지 시설이 '국제자유도시 및 평화의섬' 이미지에 손상을 끼칠 수 있고, 주민반발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과학기술부에 발송하기도 했다. 물론 지역주민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역시 우주발사기지 유치를 반대하는 의견을 보탠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우근민 제주도정의 종합적 판단에 따라 유치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셈이다.

제주도정의 추진 의사 유무와도 별개로 대정읍은 우주발사기지 후보군 중 하나였을 뿐이었고, 최종 입지 평가 과정에서 차순도 아닌 후순위로 밀렸다. 애초에 유치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태환 제주도정에 이르러 '우주과학센터(우주발사기지)' 유치를 실패한데 따른 책임론을 제기하며 논란을 키웠다. 특히 2009년 국내영리병원 도입 과정이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발목잡기' 사례로 '우주과학센터 유치 실패'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민단체에 화살을 돌리는 논란을 자초했다.

우주과학센터 유치 문제가 공론화되기 이전에 제주도정의 행정적 판단에 따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 사안을 마치 시민단체의 반대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왜곡,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다. 지방선거를 치르기에 앞서 이를 정쟁화하기 위해 언급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우근민 당시 도지사 예비후보가 당시 [제주의소리]·한라일보·KCTV제주방송·제주CBS 등 언론4사 공동대담서 '우주발사기지' 유치포기 결정 과정에 대해
2010년 6.2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우근민 당시 도지사 예비후보가 당시 [제주의소리]·한라일보·KCTV제주방송·제주CBS 등 언론4사 공동대담서 '우주발사기지' 유치포기 결정 과정에 대해 "당시 남군 의회와 대정 주민들의 뜻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실제로 우근민 지사가 다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후, 2012년 9월 20일 대정읍을 방문, 연합청년회와 대화 자리에서 “우주발사센터는 송악산 북쪽 끝자락에 건립될 계획이나, 우주기지의 발사 성공률은 10번을 발사하면 1~2번 정도만 성공할 정도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당시 우 지사는 우주기지 발사 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탓에 우주기지는 통상 사막이나 늪 등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건립되는 경우가 많으며, 당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 사고범위가 반경 3.5km인지 5km인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고 강조했다.

송악산 일대에 당시 우주기지가 건립되면, 안덕면 사계리에서 대정읍 상모리, 가파도, 모슬포 일대가 사고범위에 포함되면서 사람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주센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이후 도민사회에서는 시민단체가 발목을 잡아 우주과학센터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만 남게 됐다.

우주발사기지 유치 당시 시민사회단체 진영을 대표했던 한 인사는 "언론이나 시민사회에서 여론조사를 비롯한 타당성 검토를 하기도 전에 미리 (유치 반대)결정이 난 상황이었다"며 "당시에도 팩트를 계속 주장했는데, 사람들의 기억이 오래 가지 않는 '기억의 왜곡'이 이번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