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범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전 국립축산과학원장

제주도 전역을 빠르게 덮어가고 있는 노란꽃의 잡초, 제주도민들이 민들레로 착각하는 식물인 개민들레가 있다. 식물도감에는 서양금혼초(학명:Hypochaeris radicata)로 소개되고 있다. 서양금혼초는 국화과 식물인 여러해살이풀이고 원산지는 유럽으로 목초종자 등에 혼입돼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귀화식물이다. 금혼초를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지만, 금혼초와는 다른 형태이고 자생하고 있는 민들레(학명:Taraxacum platycarpum)와도 다르며,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교란생물(식물의 경우 총 16가지) 중의 하나다. 

잡초방제에 골머리가 아픈 농업인 또는 환경생태를 연구하는 학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제주국제공항 입구에서 한라산 중턱까지 노랗게 피어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들꽃이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경우 낭만적인 정취를 느끼기 좋은 식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지금 내 집 앞에 피어있는 한 포기의 개민들레가 내년에는 2000개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도민 여러분도 뿌리까지 제거하는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다. 사진=픽사베이.
지금 내 집 앞에 피어있는 한 포기의 개민들레가 내년에는 2000개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도민 여러분도 뿌리까지 제거하는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렇다면 개민들레의 피해와 제거 방법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개민들레는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제주도 전역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여 나가는 중이다. 마을공동목장을 포함한 목초지에서의 개민들레 발생 양상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오름과 도로변에 해마다 급속도로 확산이 되고 있다. 

개민들레 한 포기에서는 매년 1000여개 이상의 씨앗을 뿌려 확산성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으며, 뿌리를 내리면 빈틈이 없을 정도로 깊게 빽빽하게 박혀 있어서 어디든 우점식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제주도가 개민들레의 잠식으로 입을 피해가 당장은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밭작물 및 목초지의 생산성 저하와 황폐화, 제주 고유의 소중한 자생식물(향토종)의 소멸, 오름과 한라산 등 천혜자원의 부정적인 생태계 변화 등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올 수가 있다. 

그간 제주도 차원에서 개민들레 제거 작업(외래 유해식물 퇴치사업 등)을 조금씩 진행해오고 있고, 개민들레 함유성분 분석(용역과제)을 실시하여 골다공증 예방과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허나 개민들레의 확산 속도를 쫓아가기는 역부족이고 개민들레의 약효를 활용한 사업화도 뚜렷한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정보는 없다. 또한 국립연구기관인 제주농업시험장(현 난지축산연구소)에서 개민들레 등 잡초우점 부실초지에 대한 제초제 처리, 석회비료 시용방법 개선 등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현장 적용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제주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개민들레에 대한 제거와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희귀식물의 보고이며 천혜적인 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도를 잘 지키고,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서는 개민들레 퇴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도민의 협조도 요구된다. 

우선은 제주도가 주체가 되어 그간 개발된 개민들레 제거방법 및 활용에 대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에 개민들레가 귀화식물로 뿌리를 내린지 약 40년으로 추정되는 바 목초지를 포함한 주요 지역의 잡초 발생양상과 식물상의 변화 조사, 인력투입에 의한 제거 작업의 효과와 개선점, 제초제 처리를 포함한 새로운 제거 방법의 발굴, 약효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또는 약제화) 산업의 활성화 방안 등 다양한 검토와 실행이 요구된다.

개민들레와의 전쟁은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노란 들꽃이 아닌, 제주의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제주농업을 망치는 독종의 귀화식물인 개민들레와의 싸움에서 제주도는 꼭 이겨내야만 한다. 

지금 내 집 앞에 피어있는 한 포기의 개민들레가 내년에는 2000개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도민 여러분도 뿌리까지 제거하는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다. 미래를 위해 제주도를 개민들레의 천국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 양창범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전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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