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람 '환경수용력 제2공항' 토론회 "제주 수요관리 정책 재점검 필요"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오픈스튜디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 주최로 열린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 토론회.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오픈스튜디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 주최로 열린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 토론회.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탄소배출, 폐기물 발생, 오폐수 문제 등 제주의 환경수용성이 한계점을 넘어선 시점에서 '제주 제2공항' 조성과 관련한 시민 차원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오는 상황에서 제주가 지닌 물리적 한계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날 선 제언이다.

(사)제주바람은 오는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환경수용력'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쟁과정에서 언급은 돼왔지만, 그간 체계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충족치 못했던 개념이다.

2부로 나뉘어져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1부는 국토환경연구원 대표이자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최동진 소장(서울대·카이스트 공학박사)이 환경수용력의 개념과 흐름, 제주의 적용 방법에 대해 특별 강연했다. 2부 순서에서는 제주 제2공항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던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 제주의 환경문제와 도시계획을 연구하고 있는 김성훈 홍익대 초빙교수 등이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최 소장은 먼저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 운동에 대한 소개로 운을 뗐다. 플라이트 쉐임이란 항공기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면서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들이 비행기 탑승을 자제·거부하는 운동을 뜻한다.

실제 전세계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2.5%가 상업적 비행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하는 동안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에 달했다.

452km 가량 떨어진 제주와 김포를 잇는 비행기로 1회 왕복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58kg으로, 2021년 기준 제주 여행객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00만톤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제주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 약 460만톤의 72%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 소장은 새롭게 제시된 제주의 인구추이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19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수립한 '제주도 인구정책 종합계획'은 2040년 제주의 인구가 78만6994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통계청의 인구추계에서도 2047년 제주의 인구 수는 78만4292명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20년 기준으로 통계청이 새롭게 분석한 추계에서 제주의 인구 수는 2047년 70만7951명으로 줄었다. 최 소장은 "우리나라 인구는 이미 2020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며 "축소 사회에 대비해서 과거 대규모 인구에 맞춰 설치된 인프라도 축소하지 않으면 관리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오픈스튜디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 주최로 열린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 토론회.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오픈스튜디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 주최로 열린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 토론회.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특히 최 소장은 제주의 환경수용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2019년기준 제주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460만톤으로, 간접배출량 포함해 수송부문이 214만톤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도시건물로 211만톤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인구 및 관광객 등의 증가로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관광객이 버리는 생활폐기물이 전체 발생량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0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비배출시설계 폐기물 등의 발생량이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제주(1.89㎏)로 나타났다. 이는 가장 배출량이 적은 지방인 광주(0.92kg)의 2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오폐수 문제에 있어서도 제주의 상황은 심각했다. 제주도내 환경기초시설의 오염배출부하 비중은 공공하수처리시설 87.4%, 개인오수처리시설 11.3%, 개별처리배출시설 1.1%, 축산폐수처리시설 0.08%, 분뇨처리시설 0.03%를 차지하는데, 이중 개인오수처리시설과 축산폐수처리시설 일부 시설만 제외하고 대부분 환경기초시설의 처리 배출수는 해양에 방류되고 있다는게 최 소장의 설명이다.

최 소장은 특히 개발사업 증가로 인해 중간산 지역의 지하침투식 개인하수처리시설이 급증해 제주도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1년 기준 6652개소였던 시설이 2017년 기준 1만57개소로 약 2배가 증가다. 이로 인해 차집관로 등 기반시설 미비와 하수처리장 용량 부족으로 인해 수질 오염 문제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결국 제주 전체의 미래에 대해 어떤 대안을 만들어 갈것인지 도민의 참여를 통해 시민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공론형성의 투쟁 과정에서 '사회적 환경적 수용력'과 '도민의 자기결정'과 같은 새로운 정치적 언어들이 확산됐다. 기존의 낡은 정치가 제공하지 못했던, 제주정치의 새로운 광장이었다"며 "현 수준에서의 수요관리 정책, 현 제주공항의 다양한 활용 방안들을 놓고 제주도민들이 지혜를 모아 어떤 것이 제주의 미래비전에 적합한 것인지 직접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오픈스튜디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 주최로 열린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 토론회.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25일 서울역그랜드센트럴 오픈스튜디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 주최로 열린 '환경수용력과 제주 제2공항' 토론회.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토론자로 나선 김성훈 교수는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제주공항의 처리능력이 증가하는 만큼 내도객이 따라서 증가했다"며 "이 점에서 항공여객 수송능력이 증가하면 따라서 제주 환경수용력에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 문제를 두고 '기반시설을 증설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하수도의 경우, 인구 및 관광객 급증으로 인해 시설용량이 포화됐지만, 제주는 넓은 면적에 분산된 도시기반시설을 유지보수해야 하므로 예산이 제주의 경제력에 비해 과다하게 투입되고 있다"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식 대표는 "제주의 자연적이고 문화적인 고유성을 어떻게 지속 유지 가능할 것이지, 그리고 제주의 환경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과학적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도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제주 섬의 적정 한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설정하는 '백캐스팅 방식'의 시나리오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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