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12) 별꼴학교 이야기

지난주 삼달리에 있는 별꼴학교를 방문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민트색 건물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별꼴학교는 올해 문을 연 1년제 대안학교다. 별꼴학교는 학교 아닌 학교를 지향한다. 일방적 지식 전달 교육을 지양하고 각자가 가진 내재된 힘을 끌어주는 방식을 지향한다. 영어 공부를 예로 들면 영어 학습보다는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해 스스로 영어 공부의 이유를 찾도록 한다.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의 질문이 있으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방식이다. 학생과 교사라는 명칭도 거부하고 학교 내에서 정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블루이, 조나단, 테디, 릭. 각자가 정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오늘의 학생을 어제의 방식으로 가르친다면 우리는 그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는 별꼴학교의 이야기에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별꼴학교. 사진=안재홍.
별꼴학교. 사진=안재홍.

“지금처럼 미래에도 행복하고 싶다”는 별꼴학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 학교가 가까이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행복을 찾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런 대안 공간이 확장되고 공교육과 서로를 자극하며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4월 후보시절 김광수 교육감 당선인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사회단체와 같이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만으론 어림없다. 상담소, 주간 보호센터와 같은 사회시설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떠나면 도지사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위험한 생각이다. 전환기 학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줄 수 있는 그런 공간도 필요하다.”

제주에서는 매년 400~500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난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더라도 도지사 책임이 아니라 교육행정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선인의 생각에 동의한다.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이 시행된 이래로 단발성 사업들은 추진되어 왔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적이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지원하고 교육과 복지의 체계를 마련하라는 주장은 있었다.

제주의 교육예산을 들여다보면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행정의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제주에 사는 9만명 가량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청 예산이 1조3650억원 정도가 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학생 한 명을 위해 들어가는 교육 예산이 약 1500만 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엔 인건비, 식사비, 시설비 등 제반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제주지역에 있는 최소 1,000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예산을 지원한다면 150억원 정도의 예산이 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2022년 제주도교육청 예산에는 대안교육운영 명목으로 16억7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잡혀있을 뿐이다. 그나마 학업중단 학생을 위한 실질적인 예산은 지난해보다 축소된 2억1500만원에 불과하다. 학생 1인당 지원되는 예산 규모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흘 후인 7월1일에 김광수 당선인이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으로 취임한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 학교 안과 밖에서 세심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 필자 안재홍은?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