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제주올레,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정의 길' 공동완주 인증 협약
문재인 정부서 물꼬, 현 정부서 결실...한국-스페인 교류 활성화 견인

[기사 수정=7월 15일 오후 2시 17분]

1200년 역사의 세계가 손꼽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800km)이, 마을과 자연을 잇는 천혜의 환경을 따라 성찰하는 열 다섯 살 제주올레길(437km)과 함께 걷는다. '우정의 길' 교류협약으로 일본 구마노 고도 순례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교류 협약을 맺는 것으로, 제주는 물론 대한민국 관광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실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세워진 제주 돌하르방과 제주올레 상징 간세. 사진=(사)제주올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세워진 제주 돌하르방과 제주올레 상징 간세. 사진=(사)제주올레.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스페인 갈리시아주 및 산티아고순례자협회는 지난 12일 제주올레와 산티아고 '우정의 길' 협약을 맺고 공동완주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사)제주올레에 따르면 두 길을 각각 100km 이상 걷고 양측의 완주증서를 받으면 별도의 '공동완주증서'와 완주 메달을 제주올레여행자센터나 산티아고 순례자 안내센터에서 추가로 발급받을 수 있다.

또한 공동완주를 기념한 온라인 명예의 전당에도 완주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두 길의 공동 완주 인증은 9월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과거에 발급받은 완주증으로도 인증받을 수 있다.

제주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공동 완주증. 사진=(사)제주올레.
제주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공동 완주증. 사진=(사)제주올레.
공동완주 인증 메달. 사진=(사)제주올레.
공동완주 인증 메달. 사진=(사)제주올레.

협약을 기념하기 위해 산티아고에는 제주 돌하르방과 제주올레 상징 표식인 간세가 세워졌고, 제주에는 조가비 형태의 산티아고 표지석을 세울 예정이다. 상징물 설치 장소는 각각 산티아고 '몬테 드 고조' 공원과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올레 1코스다.

몬테 드 고조 공원은 출발지가 다른 산티아고 길들이 대부분 합쳐지는 지점이다. 종점인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걷게 되는 길목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점과 제주올레의 시작점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아 각각의 장소에 제주올레와 산티아고 길의 상징물을 설치했다.

 세계 속의 제주올레 위상 ‘우뚝’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올레 간 협약은 수년전부터 논의되어 오다가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6월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 파우 병원(Recinte Modernista de Sant Pau,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열린 한국·스페인 관광산업 라운드테이블 자리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스페인·한국 관광 전문가와 기업인들 앞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제주올레를 함께 소개했다. 

평소 제주올레를 즐겨 걷는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인들은 스페인을 좋아하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어 하는 한국인이 많다”라며 “(과거) 50세 생일을 앞두고 삶을 돌아보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서명숙 씨는 ‘너는 너의 길을 만들어라’라는 동행자의 말을 듣고 한국에 돌아와 제주도에 올레길을 개척했다. 제주도 올레길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다행히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국가간 이동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스페인과 한국이 앞장서 협력하고, 관광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양국의 관광 교류 활성화를 당부했다.

지난해 6월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 파우 병원(Recinte Modernista de Sant Pau,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한국·스페인 관광산업 라운드테이블 현장 모습. 출처=외교부
지난해 6월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 파우 병원(Recinte Modernista de Sant Pau,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한국·스페인 관광산업 라운드테이블 현장 모습. 출처=외교부

9세기 성 야고보의 유해를 찾아가고자 시작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1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전 세계 12개국 걷는 길과 협약을 맺었는데 상대 길 모두 세계유산으로 알려졌다. 한해 완주자는 무려 30만명에 달한다. 올해로 15주년이 되는 제주올레 길 완주는 연간 6000명 수준이지만, 공동 완주 인증을 통해 두 길 모두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제주올레의 공식 파트너사인 사회적 기업 (유)퐁낭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산초학교(산티아고 초급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11월 15일부터 11월 19일까지 5일 간 국내에서 준비과정을 거쳐 2023년 5월 산티아고 완주 원정대가 출발한다. 양국의 공동완주시스템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걷는 길' 매개로 교류 넓어져

한국과 스페인, 제주도와 갈리시아주를 연결하는 계기는 '걷는 길'이라는 교집합 덕분이다. 자연-역사와 호흡하는 길 위에서 심신을 위로받는 제주올레와 산티아고 순례길 덕분에 더욱 순조로운 교류가 가능했다.

갈리시아주 알폰소 루에다 발렌수엘라(Alfonso Rueda Valenzuela) 주지사는 우정의 길 협약을 맞아 “스페인에는 ‘길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는 명문이 있다. 산티아고와 제주올레의 공동 완주를 통해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은 제주올레를, 제주올레를 걷는 사람은 산티아고를 기억하며 양국을 더 가깝게 느끼고 다가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두 길이 앞으로 더 사랑받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밝힌 보도자료에서는 양국 간의 관광 교류 활성화 후속 조치가 소개됐다. ▲한국 문화관광 종합행사 ▲한-스페인 관광포럼 ▲주스페인한국문화원 한국주간 체험 행사 등 대부분은 단기성 행사에 그치는 반면, 제주올레와의 우정의 길 협약은 유일하게 향후 지속적인 교류를 기대할 수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에 위치한 몬테 드 고조 공원. 사진=제주올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에 위치한 몬테 드 고조 공원. 사진=제주올레.
제주올레길. 사진=제주올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올레길. 사진=제주올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7월 12일 스페인에서 열린 제주올레와 산티아고 순례길 공동완주 협약식. 맨 왼쪽부터 갈리시아주정부 관광국장, 갈리시아주정부 제1부지사, 박상훈 주스페인 한국대사, 구만섭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장호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 서명숙 이사장. 서 이사장이 제막식에서 제주올레 표식을 가리키며 참석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사)제주올레.
7월 12일 스페인에서 열린 제주올레와 산티아고 순례길 공동완주 협약식. 맨 왼쪽부터 갈리시아주정부 관광국장, 갈리시아주정부 제1부지사, 박상훈 주스페인 한국대사, 구만섭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장호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 서명숙 이사장. 서 이사장이 제막식에서 제주올레 표식을 가리키며 참석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사)제주올레.

제주도 역시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페인 갈리시아주와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교류 협력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협약을 제주 상징물 스페인 설치 제막행사와 연계해 12일 체결했다”면서 “이번 협약 체결은 양 지방정부 간 관광교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축·수산 등의 분야로도 확대하는 등 교류 다변화를 위한 적극적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페인 현지를 직접 방문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1200년이 넘은 산티아고 길과 우정의 길을 맺고 공동완주제를 추진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세계 도보여행가들이 제주도와 스페인 산티아고를 오가며 걷고, 길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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