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14) 전인교육에 대한 단상 / 안재홍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이사장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가 있다. 엉망진창인 아이들의 책상과 방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저히 앉을 엄두가 안 나는 책상을 방치하는 걸 보면, 혼자 살게 되었을 때도 저 모양이면 어떡하나,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나 걱정이 꼬리를 문다. 이걸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내 말들은 잔소리와 자립의 언어 사이에서 방황하고 떠돌다 내뱉어지지 못하게 된다. 학교에서 수업 할 때였다. 한 아이가 수정 펜을 분리해서 길게 뽑아내더니 그걸 교실 바닥에 방치하는 걸 보고 우리 애가 저러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앞섰다. 

학교에서 수학이니 국어니 영어가 물론 중요하지만, 관계와 책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적어도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멀리 바다의 쓰레기를 줍기 전에 학교 화장실에 내가 무심코 버린 휴지와 생리대를 누가 처리하는지를 인지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학교 청소노동자분들은 화장실 벽에 뱉어진 가래침을 청소하고 화장실 세면대에 버려진 컵라면 찌꺼기를 치운다고 한다. 학교에서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아무도 모른 채 묵묵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에 대해 학생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뒤처리를 누군가 감당하는지 그가 내 이웃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환경교육은 관계와 책임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행동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미 기후위기로 유럽은 난리가 났다고 한다. 연일 50도에 육박하는 온도에 공항활주로가 뒤틀리고 녹아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단지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단 1.1도가 올라갔을 뿐인데 유례없는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 급기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가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환경교육의 출발은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바다 거북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결국은 나에게 미세 플라스틱이란 이름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로부터 출발한다. 순환의 고리는 우리가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관계의 망을 알려준다. 자본주의는 드러나지 않는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생산과 소비가 대체로 일치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글로벌 경제라는 이름으로 엮이고 꼬여 어디가 출발인지 끝인지 모른다. 오늘 저녁 밥상에도 세계가 얽혀있다. 내가 소비하는 상품이 브라질 열대우림 파괴의 결과로 혹은 어린이 노동자의 착취로 얻어진 결과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단지 그럴듯한 상품을 일정 비용을 주고 구매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살아온 결과가 지금의 기후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교육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집이 몇 평인지 화장실이 몇 개인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가 관심인 시대에 학교 교육은 그런 질문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돌봄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했다. 학교도 이전의 교육에 덧붙여 돌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학교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는 교사와 행정실 직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리사나 인쇄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고용이 가장 불안한 청소노동자까지 너무나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학교는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는 공평하게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더 큰 권리를 행사하고 여성보다 남성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고 있다. 학교는 최소한 이런 목소리가 성별이나 계약형식의 차이에 따라 위계 지어지는 구조가 아니어야 할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여성 청소노동자의 노동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모두의 관심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쓰레기 문제를 환경 전문강사가 와서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학교 청소노동자분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것이 더 실감 날 것이다. 학교 쓰레기를 통해 학교 내의 관계와 책임을 배우고 익힌다면 살아있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학교가 진정한 돌봄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하며 여름방학이 학교 구성원 누군가에겐 줄어든 임금으로 혹은 쉼이 없는 노동으로 너무 가혹한 시간이 아니길 바란다. 학교공동체는 전인교육을 지향하니까. 
 

# 필자 안재홍은?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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