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과 바람](2)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과 오영훈 제주도정 대응전략 / 김동주 박사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주 바람과 바람]을 통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 바람(風)과 바람(希望)]은 격주 화요일에 싣는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 원전 확대 중심의 에너지정책 공식발표

  지난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 의결하여, 새로운 에너지정책 목표와 방향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비전으로 하여, 목표연도인 2030년도에는 원전 비중을 현재의 27.4%에서 30%이상 확대하고,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도 81.8%에서 60%대로 낮추며, 에너지 혁신벤처기업도 2배 수준인 5,0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정책 방향으로는 ①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 ②튼튼한 자원·에너지안보 확립, ③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수요 효율화 및 시장구조 확립, ④에너지 신산업의 성장동력화 및 수출산업화, ⑤ 에너지복지 및 정책수용성 강화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발표를 통해 ‘에너지전환 로드맵’(‘17. 10월)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19. 6월) 등 원전의 단계적 감소를 명시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대체한다고 밝히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원전 활용도 제고를 새로운 정부의 정책으로 공식화했다.  

  그리고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내년 3월을 목표로 수립되고 있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 각종 법정계획에 반영하여 정책을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라는 입장은 지난 대선 과정 뿐 아니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에너지 정책방향(‘22. 4. 28)과 새 정부 국정과제(‘22. 5. 3.) 발표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었고,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공식화한 것이다. 
  
야당과 환경단체의 원자력 확대에 대한 우려 입장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야당에서는 원자력 확대 위주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을 즉각 발표하였다. 국무회의가 있던 날, 환경운동연합은 “원전만능 정책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라는 논평을 통해, “국제적으로 더욱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높고,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없다“면서 기후위기를 핵위험으로 막아보겠다는 아둔한 입장의 철회를 촉구하였다.

  7월 7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79명의 국회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줄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와 국가·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며 “정부는 새 시대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원전 산업계의 이익만 살필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편익을 볼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위기극복, 온실가스 감축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립 전력망이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늘어나면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없다”라며 제주도의 사례를 언급하였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에서 재생에너지와 지역에 대한 입장은?

  이렇듯 재생에너지 보급을 강조했던 전임 정부와 달리 새 정부에서는 원전 확대로 인해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몇 가지 눈에 띄는 방향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첫째, 이번 정부 발표에서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실현가능성과 주민수용성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계통운영 등 보급여건을 고려하고, 이미 개발된 곳인 산업단지의 지붕과 고속도로 잔여지 등 수용성이 양호하고 경관에 부정적 영향이 없는 유휴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또한 국토의 효율적 활용 및 균형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원별 적정 비중도 도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존 재생에너지사업 추진의 결과가 주민 반발과 환경 훼손을 불러일으켰다는 인식에 따른 정책목표 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합리적 에너지믹스를 뒷받침하는 미래형 전력망 구축’과 관련하여,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화 방안 마련, 전력망 효율적 재설계 및 첨단 그리드 구축 추진, 분산에너지의 관리․확산 체계 구축을 통해 효율적 전력망 운용 뒷받침이 포함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앙-지자체가 지역 그리드 협의체 구성․운영, 권역별 전력수급 균형을 이루는 지역 그리드 구축방안 마련, AC/DC 하이브리드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및 통합발전소(VPP)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제정 추진이 언급되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력망은 기존처럼 대규모 중앙집중식이 아닌 소규모 분산형이고 기상상태에 따른 출력변동이 있을 뿐 아니라,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의 전기는 교류(AC)가 아닌 직류(DC)이기 때문에, 전력계통망의 건설과 운영방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태양광․풍력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 관련하여, 태양광 탠덤 셀(서로 다른 셀의 이중접합으로 초고효율 달성) 및 풍력 초대형 터빈 등 차세대 기술 조기상용화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터빈 핵심부품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특히 해상풍력 터빈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10㎿급 터빈의 개발 실증(‘22년~‘25년)과 함께 15㎿급 터빈을 조기 개발(’23년~‘27년)하고, 임해지역 위주로 풍력의 성능평가와 실증(부안, 창원, 영광, 울산), 물류(목포), 인력양성(군산)을 추진할 계획이 포함되었다. 

  이런 내용을 봤을 때, 아무리 새 정부 에너지정책이 원전확대가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로의 거대한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고, 산업국가로서 기술 개발과 생산에 대한 경쟁력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넷째, ‘주민․지역과 협력을 통해 지역 단위 에너지 기반 구축 및 수용성 제고’와 관련하여, 지역기반 자가용 재생에너지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지역에너지센터 기능을 활용하여 에너지 수급 정책 및 이슈 등에 대한 주민 이해도 증진 및 갈등 예방․조성을 활성화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을 위해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익공유 확대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인식하는 지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갈등관리는 지자체의 역할이고, 주민투자사업을 통해 수용성을 증진하겠다는 기본방향은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과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5대 핵심분야(수전해, 연료전지, 수소선박, 수소차, 수소터빈)와 고부가 소재․부품의 핵심기술을 자립하겠다고 했다. 또 민관 합동 수소펀드를 조성하여 혁신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수소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강화를 추진하며, 청정수소 기반 생산(그린/블루/원전수소)-유통(수소선박, 인수․저장․비축설비 및 배관망 등)-활용(연료전지,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 수소차 등) 등 전 주기 생태계를 조기 완비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만이 아니라, 원전 수소도 포함되어 있어서 애매하긴 하지만, 전임 정부에 이어 수소에 대한 개발 지원이 새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중심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 따른 제주도 대응 방향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원전확대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에너지전환과 관련하여 재생에너지 또는 청정수소의 내용도 일정 부문 그 역할을 부여하였다. 에너지시설 및 산업은 장기적으로 구축․유지․관리되는 사회기반시설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실제 전임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확산에 역점을 두어 추진했다고 하지만, 전체 공급 비중에서 아직 10%를 넘지 못한 것은 개발과 보급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에너지사업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10년째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대규모 경직성 전원인 핵발전이 없는 제주도이기 때문에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중심으로 전력계통 운영을 고도화해야 한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중 ‘미래형 전력망 구축’과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 추진’이 이에 부합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역그리드 협의체 구성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제주도내 전력계통의 보강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확산에 따른 출력제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수소 생산시스템 실증하고 있는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중앙정부의 ‘청정 수소 공급망 구축 및 전 주기 생태계 완비’ 과제와 연계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도 있다. 도시가스 수소혼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롭게 공모할 읍면지역 일반도시가스사업자는 그린수소를 생산 실증을 할 주관기관이자 도민의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의 역할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제주도민들의 생각과 제주의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사회수용성과 환경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제주에너지공사의 ‘공공주도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 지위가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며, 또한 최근 중산간 지역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도민사회에서는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난개발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분야로써,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달성하기 직전까지는 화석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함께 체계적인 퇴출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의 2번째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된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부문에서는 자원수급․가격의 안전망 강화를 위해 전략비축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석유와 가스를 전부 민간사업자가 공급하고 있는 도서 지역이며, 과도한 시장가격에 대한 별다른 정책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영토임에도 정부비축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카본프리를 위해서라도 현재 에너지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카본에너지에 대한 공공적 관리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훑어보고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지향하는 제주도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간략히 언급해보았다. 이제 출범 한 달을 맞는 오영훈 도정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정책과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동주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연구관 / 사회학 박사

 

* 필자 김동주는?

물, 하천, 에너지, 기후와 관련한 환경운동을 하였고,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중점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환경사회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간강사와 지방공기업 직원을 거쳐, 현재 기초지방정부를 대표하는 협의체인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기후환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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