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의 film·筆·feel] (23) 불안한 평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동규. 그의 예술은 ‘학살로서의 4.3’을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늘 제주 땅과 사람에 고정돼있다. 그러나 섬의 항쟁과 학살이라는 특수성의 조명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라는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평화예술의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천적 작가다. 매주 한차례 [양동규의 필·필·필 film·筆·feel]을 통해 행동주의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시각언어와 서사를 만날 수 있다. / 편집자 글


동시대 스냅_04-1, 2019 / ⓒ2022. 양동규
동시대 스냅_04-1, 2019 / ⓒ2022. 양동규
동시대 스냅_04-2, 2019 / ⓒ2022. 양동규
동시대 스냅_04-2, 2019 / ⓒ2022. 양동규

대만의 조그마한 섬 ‘진먼(金門島, 금문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우리에게는 금문고량주라는 술로 유명한 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섬은 대만 본토에서 200km 정도 떨어져 있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반면, 중국과의 거리는 불과 3km 정도다. 아주 흐린 날이 아니면 중국 샤면시의 해변과 고층 빌딩을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배를 타고 30분이면 들어갈 수 있다.

진먼은 섬 전체가 벙커다. 20여 년 동안 이어진 중국의 폭격을 버텨야 했다. 독주로 알려진 금문고량주는 폭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에 나서는 군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폭격이 멈춘 것은 1979년, 43년 전이다. 당시의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군사시설은 관광자원이 되었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중국은 며칠 전 진먼섬으로 무인기를 보냈다. 대만은 섬광탄으로 경고사격을 했다. 진먼에 맞닿아 있는 샤먼의 해수욕장에는 탱크가 줄지어 어디론가 이동한다. 뉴스에서 전해진 소식이다.

비행기를 탄 미국의 권력자들이 대만에 내렸다. 대만에서 보낸 시간은 만 하루도 안 된다. 중국은 대만을 봉쇄했다. 72시간 동안 대만을 둘러싸고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세계 최고의 힘을 갖고 있다는 두 국가의 수장이 미소 짓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 나온다. 본인과 본인을 둘러싼 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해 긴장을 조장하면서, 평화와 안녕을 바라던 대만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면서, 동아시아 전체를 불안하게 하면서, 그리고 그들이 뽐낸 힘에 만족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의 불안도 지속하게 만들면서 그들은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대 스냅_04-3, 2019 / ⓒ2022. 양동규
동시대 스냅_04-3, 2019 / ⓒ2022. 양동규

# 양동규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20대에 흑백카메라를 들고 제주를 떠돌며 사진을 배우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골프장 개발문제,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접하며 그로 인해 변화되어가는 제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섬의 하루」, 「잼다큐 강정-범섬에 부는 바람」 등을 연출, 제작했다. 개인전 「터」(2021), 「양동규 기획 초대전 섬, 썸」을 개최했고 작품집 「제주시점」(도서출판 각)을 출판했다. 제주민예총 회원으로 「4.3예술제」를 기획·진행했고 탐라미술인협회 회원으로 2012년부터 「4.3미술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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