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85) 아들 딸 가진 부모 남의 말도 가리면서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놈의 말 : 남의 말, 타인의 이야기
* 골리멍 : 가리면서, 취사선택하면서 

아덜 똘 가진 부모, 놈의 말도 고리멍 헌다
(아들 딸 가진 부모 남의 말도 가리면서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겪어 보지 못한 일, 들어보지 못한 말 등 이런저런 경우를 두루 만나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반드시 그렇지도 않아 앞뒤를 살피고 주변을 돌아보게도 되는 게 사람의 일이다.

아들딸을 얻지 못해 아들이나 딸만 가진 사람은 한쪽에 쏠리거나 치우쳐 편향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상세화하면, 아들만 있는 사람은 키우면서 경험한 게 오직 아들의 성향이라 딸에 대해서는 어둡게 마련이고, 딸만 가진 이들은 딸에 대한 심성만 알았지 아들에 대해서 익숙지 못한다.

그래서 아들만 가진 사람은 남의 딸에 대해 흉보거나 나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을 것이고, 딸만 가진 사람은 남의 아들 보기는 쉽게 보아 섣부른 얘기를 서슴지 않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아들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를 생각해 남 얘기를 않는다, 할 얘기 안 할 얘기를 가려가면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생각하면서 남도 생각하라 함이다. 사진=pixabay.

혹여 얘기를 잘못해 남의 집 아들이, 혹은 딸이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수가 있다 함이다. 미처 생각지 못한 나머지 남의 아들딸이 구설수에라도 오르면 수습이 쉽지 않다. 남의 일이라고 소 닭 쳐다보듯 해서야 될 것인가.

이게 아들과 딸을 갖추어 실질적으로 겪어 보았다면, 그렇지 않았을 게 아닌가. 전후 관계를 따져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내 아들 내 딸이었으면 어떻게 됐을 것인가. 남의 아이를 헐뜯고 비난하기 전에, 제 자식이면 어땠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사려 깊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하겠다.

남의 자녀를 비방하기 전에 내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경우를 생각해 남의 결함을 함부로 흉보고 나무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식을 가지 부모가 남의 자식의 허물을 쉬 건드리지 않는 신중한 처신이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자식을 갖지 못한 사람은 자식이 남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인 줄을 모른다는, 행간의 의미를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덜 똘 가진 부모, 놈의 말도 고리멍 헌다’

자기 아들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를 생각해 남 얘기를 않는다, 할 얘기 안 할 얘기를 가려가면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생각하면서 남도 생각하라 함이다. 

* 원고 내부 아래아(ᆞ) 표기는 모음 'ㅗ'으로 표기했습니다.


# 김길웅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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