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견물생심, 꾸준히 발생하는 초등생 절도…“어른들 지혜 필요하다”

[기사 수정=19일 14:31]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 입니다.

최근 제주시 모 초등학교 인근에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문방구’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절도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부모와 학교, 운영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문방구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들어와 물건을 사지 않고 들고 나가거나 제품을 뜯어보는 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취재 기자가 문방구를 찾았을 때 많은 학생들은 문방구를 오가며 물건을 둘러보고 사 가는 등 해당 문방구를 자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문방구에 있는 자유게시판에는 ‘물건 더 주세요’, ‘젤리 입고 부탁합니다’, ‘축구공, 배구공 추가 부탁’, ‘스티커 더 주세요’ 등 문방구를 자주 이용하는 듯 자유로운 아이들 의견이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계산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견물생심이란 말처럼 상대적으로 성인들보다 자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절도 사건의 피의자가 되는 겁니다. 

최근에는 문방구 내 물건을 가져간 학생의 옷차림 등 특징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설명이 게시되면서 학교에서는 재학생 모두가 사건에 대해 알게 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해당 학생은 이 일로 트라우마가 생겨 치료를 받고 있기도 했습니다. 

문방구에 있는 자유게시판에는 ‘물건 더 주세요’, ‘젤리 입고 부탁합니다’, ‘축구공, 배구공 추가 부탁’, ‘스티커 더 주세요’ 등 문방구를 자주 이용하는 듯 자유로운 아이들 의견이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제주의소리
문방구에 있는 자유게시판에는 ‘물건 더 주세요’, ‘젤리 입고 부탁합니다’, ‘축구공, 배구공 추가 부탁’, ‘스티커 더 주세요’ 등 문방구를 자주 이용하는 듯 자유로운 아이들 의견이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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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사기 위해 둘러보고 있는 한 초등학생. ⓒ제주의소리

해당 문방구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 김진우(가명) 학생은 “같은 반 친구가 여기 왔었는데 물건을 훔쳤다고 경찰이 찾아온 적이 있다”며 “물건을 훔쳤던 친구와 경찰 아저씨들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물건을 가져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친구들이 있긴 한데 실제로 훔쳐가진 않았다”며 “근데 얼마 전에는 4~5살로 보이는 아이들이 물건은 안 사고 봉투를 막 뜯어놓고 가는 걸 본 적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인문방구 시스템에 대해서는 물건을 그냥 가져가거나 훼손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린아이들이나 나이가 있으신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힘들어 보인다며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진우 학생은 “이용하기는 좋은데 기계를 만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편할 것 같다”며 “어떤 할머니가 어린이 손을 잡고 들어와서 물건을 사려 하는데 할 줄 모른다고 그냥 나가시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어른들도 익숙하지 않은 무인 시스템이 너무 빠르게 정착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현혹될만한 각종 캐릭터나 스티커들이 많아 자제력이 약한 아이들이 범죄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누군지 알 만한 설명과 사진이 문방구에 붙으면서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졌고 아이는 공포감에 시달리기도 했다”며 “자수하면 10배, 자수하지 않으면 30배를 받겠다고 하니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부분 같은 중학교로 가게 되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범죄자로 낙인찍혀 어떻게 살아가겠나. 이는 평생 갈 문제”라면서 “교육적인 측면으로 볼 때 지도가 필요하지 무조건 법적으로 처벌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물건을 가져간 학생들이 잘못이지만, 무인 시스템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가 생기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 아이들이 앞으로도 많이 생길 텐데 더 안전한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교육해도 100% 차단은 힘들다. 아이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습니다.

최근에는 문방구 내 물건을 가져간 학생의 옷차림 등 특징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설명이 게시되면서 학교에서는 재학생 모두가 사건에 대해 알게 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제주의소리
최근에는 문방구 내 물건을 가져간 학생의 옷차림 등 특징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설명이 게시되면서 학교에서는 재학생 모두가 사건에 대해 알게 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해당 문방구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 저희 문구점은 도난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와 별개로 문방구 관계자는 문방구 내부에 아이들을 위한 게시글을 써 붙여 뒀습니다.

관계자는 게시글을 통해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감사함을 표한 뒤 “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부끄러운 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매일 구경만 하다 가도 좋으니 친구들이 즐겁게 드나드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부끄럽고 속상한 건 싫잖아요”라고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혹시 마음이 불편한 행동을 한 친구가 있다면 먼저 연락해 주었으면 해요. 기다릴게요”라는 등 아이들을 위한 글을 붙여두기도 했습니다.

관련해 해당 학교는 꾸준히 절도 사건이 접수되는 등 아이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만간에 운영주와 학부모회, 경찰 등 관계자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무인 주문 시스템이나 이번 경우처럼 아이들이 범죄자가 되거나 어른들마저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무인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절도가 중대한 범죄임을 깨달을 수 있게 지도하는 등 끔찍한 기억을 평생을 안고 가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마음 편히 무인점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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