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청년세대 박탈감 갈수록 커져...공존의 가치 우선한 정책들 이어져야 / 강보배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이제 새로운 발전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적어도 불평등이 커지고, 서로가 경쟁하고 반목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 성장할 방법을 말이다. 사진은 제주시내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제 새로운 발전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적어도 불평등이 커지고, 서로가 경쟁하고 반목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 성장할 방법을 말이다. 사진은 제주시내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둑, 거지, 대문 없는 삼무도 제주가 불평등의 중심지가 됐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내놓은 ‘제주지역 가계 순자산 규모와 자산 격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의 자산 불평등이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월 기준 제주지역 가계 평균 순자산이 4억 9153만 원으로 16개 시·도중(세종 제외)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으며, 전체 순자산에서 상위 25% 그룹이 차지하는 순자산 비중이 74.4%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산 불평등 정도를 추측할 수 있는 소득 상위 10% 인구의 소득 점유율을 하위 40% 인구의 소득 점유율로 나눈 값인 ‘팔마비율(Palma ratio)’은 14.4배로 전국 평균 11.2배를 웃돌았다. 이는 제주 다음 순위인 전북이 전국 평균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해 서울과 제주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또 다른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3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 순자산 GE 지수는 1.10으로 첫 번째를 차지했다.

게다가 증여나 상속으로 청년세대 내에서의 자산 불평등도 커지고 있다. 2030세대에 대한 증여세와 상속세가 2017년 기준 각각 548억원, 160억원이었으나 이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 2021년에는 각각 942억원, 402억원을 기록했다. 불평등의 고리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주거 동향에서도 이 같은 불평등은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호남통계청에서 발표한 제주 청년가구의 주택소유현황에선 무주택 청년 가구는 2015년 3만97가구에서 2018년 3만4830가구로 무려 15.7% 늘어난 데 반해, 주택을 소유한 청년가구 중 22.8%가 2채 이상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는 집 하나 가지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한편에선 2~3채 이상으로 집을 가지는 상황은 청년세대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제주가 삼무도일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 풍요가 있는 곳도 아녀서 큰 부자도 없었지만, 거지나 도둑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돕는 공동체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모두가 힘들더라도 서로 도와가며 불평등이 커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렇기에 불평등 속에 경쟁이 아닌 공존의 방법을 찾아 삼무도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과거보다 인구도 늘고, 경제적 규모도 훨씬 커진 지금, 우리는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급격한 부동산값 상승, 계속된 지역사회 갈등, 늘어나는 범죄 등으로 지역 공동체는 흔들리고, 파괴되고 있다. 

제주의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쉼 없이 달려왔지만, 정작 소수 사람의 배만 불린 이 발전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었나 되물어야 한다. 

마을 공동목장 등 공유자산들은 팔려나갔고, 그곳에 번쩍번쩍한 건물이 들어섰지만 정작 그것이 제주도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했다면 기존의 발전 공식은 무언가 엇나간 방식임이 틀림없다.

이제 새로운 발전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적어도 불평등이 커지고, 서로가 경쟁하고 반목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 성장할 방법을 말이다. 

많은 관광객이 오더라도 그들이 대기업 호텔, 렌터카, 면세점만을 이용한다면 그 이익은 그저 스쳐가는 이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들이 제주의 삶과 문화, 자연을 존중하면서 여행하면서 사용한 돈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강보배
강보배

지역을 개발하더라도 그게 소수 집단에 의해 개발돼서 그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개발의 방향을 설계하고,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을 육성하고, 유치하는 것도 단순히 규모가 큰 기업보다 제주의 가치에 적합하고, 그 이익을 제주와 함께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공존의 가치를 중심으로 관광도, 지역개발도, 기업육성도 바꿔 나간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삼무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강보배 논설위원·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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