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8)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개별 가입 가능

사진=픽사베이.
취업 후 노동 존중을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 가입의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 사진=픽사베이.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상담 전화를 받다가 한번은 모 사업장에서 운전을 하는 노동자로부터 노동조합 가입 문의를 받았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장에 어떠한 쟁점이 있는지, 함께 활동할 동료가 있는지를 물으니 혼자 가입할 계획이고, 가입 자체가 목적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래도 노동조합에 가입하시려는 이유가 있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답변은 아니었다. 이유인즉슨 본인은 정년퇴직을 한 상태에서 새로 일을 시작했고, 든든한 벗을 두고 싶어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과거 정년퇴직을 맞이한 직장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고 규정하며 일하는 사람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제정된 1948년부터 존재한 기본권 조항이니 7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실에서는 노동3권이 보장되지 못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탄압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한림농협의 부당노동행위도 그러하다. 때는 201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림농협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과 직장 민주화를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라 한림농협 조합장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뤄진 단체교섭은 1년 동안 단 2차례가 진행된 것에 그쳤다. 

더욱이 3차 교섭을 앞둔 상태에서 노조 대표자를 비롯한 교섭위원을 타 농협으로 전적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한림농협에서는 퇴사 처리가 되었으니 사실상 교섭이 중단되었고 당시 일어난 전적 사건에 대해 법적 공방까지 가게 되었다. 2022년 8월, 제주지방법원은 해당 전적발령은 무효에 해당되고, 나아가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사업주의 불법 행위로 인해 노동조합에 피해가 발생하였으니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까지 나왔지만, 이미 3년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한림농협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침해받은 노동3권은 위자료로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태어나면 출생 신고, 취직하면 노조 가입! 

시청이나 공단에서 노동조합 가입 캠페인을 하면서 만나는 도민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조합에 직접 가입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일은 녹록치 않다. 최근, 2020년 기준 노동조합 가입률이 14.2%로 발표되었다. 그마저 10% 아래로 치닫던 노동조합 가입률이 지난 2017년 촛불투쟁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와 공공부문 노동자의 가입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사업장 규모에 따른 노동조합 가입률의 차이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이 49.2%인 것에 반하여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에는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수준이다. 특히나 작은 사업장이 대다수인 제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헌법으로 부여된 단결할 권리를 근간으로 하여,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통해 사용자와 집단적인 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지역의 한 건물에 2명이 일하는 사업장이 있다. 건물 관리 1인과 건물 미화 1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노동조합 조합원이다. 사용자인 건물주는 육지에 있는데 얼마 전 미화 노동자의 임금을 사전 협의도 없이 월 30만원을 깎겠다는 통보를 해오고 임금을 미지급했다. 미화 노동자가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에서 공문을 보내고 당사자가 진정을 제기하자 없던 일로 하고 임금을 정상 지급하였다. 

노동조합의 가입 방식에도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다. 과거에 기업별 중심이었던 노동조합 조직 방식을 넘어 이제는 산업별 노동조합이 주된 비중을 차지한다. 본인이 일하는 업종에 따라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개별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하나의 사업장에 전속되어 근무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합의 결성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장기화된 취업난 속에서 구직자들은 조금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취업 후 노동 존중을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 가입의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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