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33) wait 기다리다

wait [weit] v. 기다리다
고슬, 지들림의 계절
(가을, 기다림의 계절)


wait의 인도유럽어족 어근(root) weg-는 ‘팔팔한 상태에 있다(=to be strong, be lively)’라는 뜻이었다. 고대영어(Old English)에서도 wait은 ‘지켜보다(=to watch)’, ‘깨어있다(=to be awake)’를 뜻하였고, 14세기 말부터는 ‘특정 장소에 남다(=remain in some place)’, ‘준비하여 대기하다(=to stand by in attendance on)’라는 뜻으로, 16세기에는 ‘시중을 들다(=serve as an attendant at a table)’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wait이 오늘날 자주 사용하는 ‘wait-list (=대기자 명단)’에서처럼 ‘인내하며 대기하다(=endure a period of waiting)’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된 건 19세기 중반이 되면서부터이다. 별 생각 없이(without much thinking) 막연히 기다리는 ‘소극적(passive) 기다림’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having something in mind) 간절하게 기다리는 ‘적극적(active) 기다림’이 있다고 본다면, 수확의 계절(the harvest season)인 가을은 소극적 기다림이 아니라 적극적 기다림의 계절인 셈이다.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 나태주의 ‘다시 9월’ -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단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단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우리 삶의 모든 순간(In every moment of our lives)에는 언제나 기다림이 존재한다. 사랑이란 것도 반드시 기다림으로 나타난다. 나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상대방의 시간이 기준(standard)이 되어 거기에 나의 시간을 맞출 때만이 가능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시간만큼은 내가 중심(center)이 아니라, 그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love)의 모습이기도 하고 믿음(faith)의 모습이기도 하고 배려(careful concern)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중심이 되어 기다리면 쉽게 짜증(irritation)이 나고 분노(anger)가 쌓이고 결국엔 터지기(outburst) 십상이다. 그러면서 인내(endurance)가 없는 삶이 되어버리고 소망(wish)이 없는 삶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데도(Despite the rain) 거리에 나가 놀자고 졸라대는 손주(grandson)에게 할아버지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말씀하신다. 지루한 기다림(tedious wait) 끝에 비가 그치고, 아이는 거리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신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spent a pleasant day). 한바탕 놀이를 끝내고 돌아온 오후,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따스한 코코아(cocoa)를 마시라고 건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단다.”

– 샘 어셔의 ‘비 내리는 날의 기적’ 중에서 -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
김재원 교수.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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