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남원읍 남선사, 2일 오후 7시 ‘제2회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의 길 콘서트’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이 지친 이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듯, 내 마음에서 시작돼 내 이웃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 콘서트’가 최남단 제주의 어느 작은 사찰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평화의 길 제주지부는 오는 10월 2일 오후 7시, 서귀포시 남원읍 남선사(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 말사)에서 ‘제2회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의 길 콘서트’를 연다. 

이번 콘서트 주제는 힘들고 지친 몸을 추슬러 다시 평화를 염원하는 ‘내 마음의 평화, 내 이웃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다.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는 유마경에 나타난 부처의 가르침처럼 평화로운 내 마음이 이웃을 평화롭게 하고,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한반도를 평화롭게 한다는 뜻이다.

내 마음부터 평화롭게 다스리면 모두가 다툼과 반목 없이 평화로울 것이라는 지혜가 담겼다.

평화를 염원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문석범 제주토속민요 소리꾼의 갈치낚는소리, 서우제소리를 비롯해 북한민요에 맞춘 쟁강춤을 선보일 양정인 무용가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평화의 의미가 그대로 담겼다.

쟁강춤은 손목에 ‘쟁강’ 소리를 내는 쇠 팔찌를 착용한 채 흥겨운 리듬을 바탕으로 추는 민속무용으로 양정인 무용가는 쟁강춤으로 제12회 국제무용콩쿠르에서 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춤은 국가무형문화재 강선영류 태평무 이수자인 강화자 선생에게 시사 받았다.

더불어 콘서트에는 ▲날마다 소풍 ▲포크맨 ▲김대익 ▲홍조밴드 ▲프리버드 밴드 ▲이제우 등 평화의 노래를 들려줄 음악가들도 무대에 오른다. 

공연과 함께 사찰 한편에서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말을 바쳐 국난 극복에 힘쓴 헌마공신 김만일(金萬鎰, 1550~1632)의 고향이자 말의 본향으로 불리는 남원읍 의귀리에 어울리는 김수오 작가의 말사진 전시도 마련된다.

평화의 길 콘서트를 주최한 남선사 주지 도정스님은 이처럼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으로 콘서트를 구성함은 물론, 지역사회가 함께하고 또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콘텐츠들을 담아냈다.

도정스님은 “모두가 평화롭게 행복하길 축원드리며 여러분을 초대한다. 콘서트에 와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 내 마음의 평화, 내 이웃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평화의 길 제주지부는 2019년 창립했다. 제주지부는 제주4.3역사문화순례길 걷기 등을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배우고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공존해 다툼 없이 함께 개척해 갈 길벗이 되고 동지가 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문의 = 남선사(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로177) 064-764-3005

▲ 다음은 평화의 길 콘서트를 후원하는 남선사 주지 도정스님과의 짧은 인터뷰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남선사 주지 도정스님.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남선사 주지 도정스님. ⓒ제주의소리

- 제주도민들에게 ‘평화의 길 콘서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9년 창립한 사단법인 평화의 길 제주지부는 남북이 함께 평화와 공존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해왔다. 첫 번째로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학생들과 제주 학생들과의 콘서트나 음악회 등 문화적 교류의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와 코로나로 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이 제주에 올 수 없게 됐다. 조선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 ‘하늘색심포니(박영이 감독)’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향 제주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가 유연할 때는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왔지만, 학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도내 중고등학교와 도쿄, 오사카의 조선학교 청소년들이 교류하면 평화와 공존에 더 다가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는 교류가 어렵기에 그럼 도민들과 함께 평화를 나눌 수 있는 콘서트를 마련해보자 해서 이번 평화의 길 콘서트를 준비하게 됐다. 그래서 제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을 모셨고, 특히 제주 토속민요 소리꾼과 북한민요에 맞춰 민속무용인 쟁강춤을 선보이는 무용가를 초대했다. 이들은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 어떻게 평화의 길 콘서트를 마련할 생각을 했나.

지난 2018년에는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다문화 ‘깨바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외국인근로자가 제주와 한국에서 받아온 많은 차별을 해소할 수 있고 또 국민들이 외국인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게끔 돕는 음악회였다. 그렇게 음악회를 진행해보니 평화를 염원하는 콘서트를 마련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 ‘내 마음의 평화, 내 이웃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를 모토를 콘서트를 열게 됐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 각자가 다 평화롭게 왔는가 되돌아보고, 코로나로 고통받은 주변 이웃들을 살펴보고, 경색된 한반도를 살펴보자는 의미다.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반도를 위한 문화교류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통일에 가까워지지 않겠나. 

- 이번 콘서트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개성있는 젊은 가수들부터 관록의 중견 가수들, 제주 토속민요 소리꾼, 북한민요에 맞춘 쟁강춤을 선보이는 무용가가 공연에 참여한다. 다른 콘서트와 달리 노래와 춤, 제주 소리 등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져 나이를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조화로운 콘서트가 될 것이라는 점이 특색있을 것이다.

-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평화는 무엇인가.

불교의 이념 중에는 내 마음이 평화로우면 국토가 평화롭다는 말이 있다. 내가 깨끗하면 국토가, 국토가 깨끗하면 내가 깨끗하다는 말이다. 내가 평화롭고 내 이웃이 평화로우면 다툼과 반목 없이 서로 소통하며 평화롭게 살아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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