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정복언 작가가 새 시집 ‘내게 거는 주술’(정은출판)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투항합니다 ▲미완의 꿈 ▲이야기를 방류하다 ▲선인장을 읽다 등 4부에 걸쳐 60여편의 시 작품을 담았다.

내게 거는 주술
정복언

호수에 안긴 하늘 미안한 얼굴 보시고
늙은 가지에 안긴 새들의 미소도 보시게
이승의 한낮은 육탈을 예언하는 시간
지는 꽃의 순한 유서를 읽으시고
착한 나무 선 채로 기도하는
천년의 세월을 가늠해 보시게
슬픔이 기쁨을 호출하는 삶의 쳇바퀴
알 듯 말 듯 오름은 능선을 이루고
날것들의 생피를 안타까워하는
녹음 짙은 계곡의 탄식을 들어 보시게
가을날 은행잎 쏟아지는 사랑의 허망을
심장으로 느끼며
잠들지 않고 부르는 시간의 자장가에
곤히 잠들어 보시게
투박하고 성긴 나의 시는 흙의 거름으로 쓰시게
혹시 움트는 싹이 손 내밀거든 후하게 덮어 주시고
땅이 메마르기 전 물도 뿌려주시게
사는 게 그런 거라고 속된 말을 거두시고
바닥에 무릎 꿇고 천지 더럽힌 일 참회하시게

작품 해설을 쓴 김길웅 문학평론가는 “정복언은 시를 손으로 쓰지 않고 가슴으로 하다 몸으로 부딪친다. 안되면 목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영혼을 불러낸다. 쓰고 지우고 또 쓴다. 일흔의 고빗길에서 잇몸에 젖니 돋아나 좋아라 손뼉 치는 아이의 마음으로 쓴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아직은 갈 길이 있어서 신발 끈 조이며 하루를 연다. 모든 게 감사하다”라고 겸손한 인사를 전했다.

저자는 1949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태어나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2016년 ‘文學광장’으로 시인 등단, 2017년 ‘현대수필’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사유의 변곡점 ▲내게 거는 주술(이상 시집) ▲살아가라 하네 ▲뜰에서 삶을 캐다(이상 수필집) 등이 있다. 현재 제주문인협회, 제주수필문학회, 동인脈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160쪽, 정은출판,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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