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80) 코로나 종식, 노동 위기 종식 함께 기대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며, 코로나19를 거리에서 보낸 노동자의 노동 위기의 종식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며, 코로나19를 거리에서 보낸 노동자의 노동 위기의 종식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 사진=픽사베이

10월이 되니 매주 주말은 각종 체육행사, 결혼식, 돌잔치 등 모임이 매주 잡혀있다. 매일 맘 졸이며 확인했던 아침 재난문자가 도착해도 손이 잘 가지 않는 요즘이다. 사무실 옆 건물 외국인 쇼핑몰에도 심심찮게 단체관광객이 오가고, 몇 년간 문을 닫았던 대형식당의 주차장도 연일 수학여행 관광버스로 만차 행렬이다. 오랫동안 휴업하던 지인이 면세점으로 복귀한 것은 이미 한참 전의 일이다. 

2020년 3월부터 굳게 문을 닫았던 연동의 썬호텔은 10월 초, 드디어 영업을 재개하고 휴업 중이던 노동자들도 복귀했다. 하지만 매각바람을 피하지 못한 제주 칼호텔은 건물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반면, 서귀포 칼호텔은 넷플릭스 유명 드라마에 등장한 영향인지 연일 관광객으로 붐빈다. 관광 산업이 재개됨에 따라 코로나19로 인력 감축을 했던 업종에서는 오히려 인력 수급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제보건기구에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고 있는 요즘, 코로나19 시기를 거리에서 보낸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른바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 있다. 인천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수화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아시아나의 하청업체인 케이오에서 발생한 정리해고 사건을 일컫는다. 2020년 3월, 케이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 시행에 동의할 것을 강요했고,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8명의 노동자를 2020년 5월부로 정리해고 했다. 

2020년 3월경은 제주에서도 관광업 종사자를 시작으로 하여 권고사직, 무급휴업 및 정리해고에 대한 상담이 쏟아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 중 “무급휴직 동의서를 작성했는데, 취소할 방법이 없겠냐”는 제주공항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의 상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고, 원청업체 직원들은 무급휴직 동의서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급휴직 동의서를 취소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 번 작성한 동의서를 취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제주를 비롯하여 전국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을 테지만 유독 아시아나 케이오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명명한 것은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이 법원에서까지 다퉜다는 점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케이오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은 각각 서울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각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회사가 이와 같은 결과에 불복하면서 결국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사건’은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1심 행정법원에서도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옳다면서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또다시 항소했다. 결국 해고가 발생한지 2년 5개월만인 지난 9월 28일, 2심 고등법원에서도 ‘부당해고’임이 확인되었다. 

사용자의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소정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것, 해고 회피의 노력을 할 것, 해고 대상자의 기준을 합리적으로 선정할 것, 근로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 등이 그것이다. 이 4가지 핵심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미비했다고 하면 그 정리해고는 부당해고가 되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인정되지만 그 외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용자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케이오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실시한 것이 지적되었다. 당시 아시아나 항공을 비롯한 관광업종은 특수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업종으로서 휴업수당의 90%까지 지원이 되기도 했는데 아예 신청을 안했다는 것은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사용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이오는 재판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문의했으나 담당자에게 정부지원금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내를 받아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청을 해서 반려된 것과 신청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사건’의 결과를 접하다보니 코로나19 노동 위기 속에서 상담을 진행했던 내담자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무급휴직에 동의했지만 함께 살고 싶었던 제주공항 하청업체 노동자는 다시금 공항으로 복귀했을지, 근로계약 종료를 전제로 권고사직서를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 물어온 내담자는 현재 어디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 어느 날 서빙 로봇으로 바뀌어 버린 단골식당의 노동자는 어디로 갔을지, 셀프주유소의 비율이 더 많아질 것 같은 상황에서 주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다 어디로 갔는지….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며, 코로나19를 거리에서 보낸 노동자의 노동 위기의 종식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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